A2B 전기자전거 - 친구 시점
글을 쓰는 건 너무 오랜만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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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가 지난주에 썼던 내용이다.
장고 끝에 묵직하게 한 문장 쓰고 나니, 어떻게 하면 이 고민스러운 작업을 미룰 수 있을까 라는 주제에 나의 온 정신이 집중되었다.
“저는 다음 주에 회사에서 무척 전쟁과도 유사한 한 주를 보낼 준비를 해야 하고, 좋은 글을 쓰려면 이에 합당한 마음의 준비가 필요합니다.”
“ㅇㅋ”
합리적인 이유로 보리 작가에게 기간 연장을 받았다. 그리고 일주일이 지난 지금,
여전히 나는 준비가 되지 않은 채로 모니터 앞에 앉아 있다.
나는 이 브런치의 운영자 보리 작가의 남편이다. 주요 집필 경험으로는 대학교 시절 싸이월드 다이어리를 꽤 열심히 썼었고, 국민학교 때 충효 일기를 매일 쓴 경력이 있다.
어떤 연유로 보리작가의 브런치에 글을 남기고자 마음먹었는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심각단계에 이른 내 어휘력과 표현력의 퇴화를 조금이라도 늦춰보고자 하는 마음도 있었고, 별다른 회고 없이 씻겨 지나가는 나의 일과를 멱살 잡고 끌어다 앉혀 놓고 이야기해 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하지만 우선은 이 브런치가 훗날 유명해지면 나의 지분을 주장하기 위한 근거를 마련해 두고자, 가끔씩 내가 다녀갔다는 흔적을 남겨 보고자 한다.
자 그럼, 갑자기 지금부터, 보리작가와 나의 보리 내음 풍기는 주말 외출기를 시작해보겠다.
오늘 (보다 정확히는 지난주 토요일이지만) 외출의 발단은 나로 인해 시작되었다. (차차 알 수 있겠지만, 라이프 스타일 상 내가 주말 외출의 빌미를 제공하는 날은 매우 드물다.) 그 말인즉슨, 이 무더위에 동행한 보리작가에게 어느 정도 성의를 제공해야 한다는 뜻이다. 오전에는 고장 난 나의 출퇴근용 전기자전거를 수리하기 위해 남부터미널에 있는 Connected 테크 센터를 함께 방문해야 했고, 나는 그 보답으로 보리 작가의 오후 동선에 평소보다 50% 정도 적극적인 태세로 따라다니겠노라고 혼자서 다짐했다.
전기자전거를 구입한지는 3년이 다 되어 간다. 당시에 다녔던 직장 출퇴근 거리가 대중교통으로 너무 오래 걸린다는 생각에 구입을 결정했었고, ‘까맣고 적당히 비싼 거’라는 절대적이고 합리적인 소비기준 아래에 A2B라는 브랜드의 엔트리 모델을 구입하게 되었다.
겨울에 추워서 못 탈 것이라는 보리 작가의 우려에도, 꿋꿋하게 타고 다니겠다 호언장담하였고 내친김에 방한복도 풀세트로 맞추었다. 하지만 대중교통으로 오래 걸리는 거리는 자전거로도 오래 걸렸고, 훌륭한 모터 덕분에 겨울에는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으며 손발가락이 절단될 것 같은 고통을 경험했다. 결국 이래저래 집에서 감가상각만 먹다가(나도 누군가의 눈칫밥을 먹었다.), 적당한 거리로의 직장으로 이직하고 나서야 이 친구는 리즈 시절을 맞이하게 되었다.
수리는 간단하게 끝났다. 브레이크 센서가 고장이 났었고 부품 교체하는 작업은 10분 정도, 비용은 공임비 포함 1만원이었다. 사실 배터리라도 고장이 났으면 [교체 비용이 비싸니까 그냥 최신 모델로 자전거 하나 사는 건 어떨까 하고 조심스러운 척 보리 작가에게 제안한다]는 플랜B를 갖고 있었으나… 어찌 되었건 다행인 걸로 아름답게 마무리되었다.
이제 나의 용무는 끝났으니, 책임감 있게 보리작가의 동선에 동참할 차례이다.
…하지만 지금은 더 좋은 글을 쓰기 위해, 또 한 번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할 시간이 온 것 같다.
(to 나 자신) 다음 이야기는 한남동 부자피자에서 점심을 먹은 것부터 시작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