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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raphim May 30. 2020

'결핍의 위력'

부패하지 않는 정신을 위해




플리트비체 by s


인간의 삶에서 완전한 충족이라는 게 있을까, 무언가 결핍을 느낄 때, 그 부족함은 예전의 충족된 경험이 있었기 때문인가. 그렇다면 충분히 만족스러움 다음에도 모든 것의 충족을 목표로 삼아야 할까. 삶에서 욕구는 충족되어야 마땅한 것인가. 만약 전에 충족감을 느껴보지 못했다면 결핍이 있다는 걸 어떻게 알 수 있을까.


많은 것들이 별 부족함 없이 만족스럽다면, 그리고 그 충족의 조건들이 중단없이 쭉 생애 동안 지속된다면 더할나위 좋다. 그런데 아무리 뒤져봐도 그런 완벽한 천국에서 사는 인간은 아무도 없는 것 같다. 그러면 인간의 전제 조건은 충족과 결핍이 음과 양처럼 한쌍으로 맞추어져 있는 거라고 생각할 수 있을까. 인간에게 애초에 완전함이나 완벽함 같은 의미는 해당되지 않는 거라고 이해할 수 있을까.


 플리트비체 by s


완벽, 완전, 풍족, 충족 등의 개념에는 인간의 실현 불가능한 오만한 욕망이 내재되어 있는 건 아닐까. 인간의 삶은 흐르는 물과 같아서, 어느 순간도 완벽할 수 없다. 완벽하거나 완전하다거나 충족되었다는 것은 그 인간의 삶의 진행이 정지되어서 그 평가를 얻게 되었기 때문이다. 흐르는 물을 완벽하다고 할 수 있는가. 강물은 흘러가야 하고, 멈추는 순간 곧 썩기 시작한다.


지금 우리 삶의 조건들이 만족스럽다면, 그 삶은 곧 고이기 시작할 것이다. 그 충족스러움을 고수하고 더욱 부족함 없게 하려고 더욱 더 파고들어갈 것이다. 풍족한 소유와 완벽한 행복을 향한 혼신의 수고가 사실은 자신의 무덤을 파고 있는 것인모른다. 결핍이 없는 삶은 매우 위험한 신호다. 결핍을 모르는 풍족한 상태는 곧 폭발하려는 활화산과 같다. 화산이 폭발 전에 유황 냄새를 흘리듯, 결핍을 모르는 삶에는 부패한 냄새가 스며나온다.


플리트비체 by s


인간의 삶에는 정지가 없기 때문에, 늘 충족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가진 게 많다면, 결핍하기 위해서 여러모로 무척 노력해야 한다. 자신의 가진 것을 지키기 위해 정신 소모되고 소외되고  때문이다. 물질의 소유가 늘어날수록, 인간의 마음방치된다. 소유의 충족감정신망각하기 때문이다. 삶에서 물질의 소유가 희박하다면, 결핍이 보여주는 삶의 본질을 수확하면 된다. 결핍이 주는 혜택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결핍을 모르는 이들이 행복할 거라는 믿음은, 자본주의가 성공적으로 안착시킨 완전한 망상이다. 결핍은 인생을 안전하고 지혜롭게 안내해주는 현명한 파트너이다. 어떤 교사도 자신의 결핍이 깨닫게 해주는 지혜를 주지 못한다. 결핍에 당당해지면, 결핍은 다른 것들과 함께 할 때는 볼 수 없는 삶의 의미를 가르쳐준다. 결핍은 두려워할수록 우리를 괴롭히지만, 기꺼이  맞이하면 곁에 머물러 겸손과 겸허의 친구가 되어 준다.


결핍은 충족의 반대가 아니라, 충족될 때는 절대 얻을 수 없는 삶의 진실과 지혜로 이끌어주는 정직한 안내자이며, 영혼을 썩지 않도록 보호해주는 방부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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