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eraphim May 28. 2020

'지식의 역습'

지식은 지혜가 아니다.

(리옹, 벨쿠흐 광장의 루미에르축제 장면)




지식이 늘어날수록 지혜가 함께 자라나좋을 텐데, 참으로 어려운 일인 것 같다. 지식이 쌓이는 동안 머리로 아는 것이 지혜로 숙성되어 현인이 되고  정련된 가르침으로 세상에 이치를 밝혀준다면,  축적된 지식은 발효되어 인간의 행복에 기여하는 양분이 될 것이다.


지식을 꽉꽉 채워넣기만 하면 머리에서 썩고 만다. 마음으로 따뜻하게 데워지지 않으면 그대로 고여서 상한 채로 굳어버린다. 지식 속에 자신 땀과 따뜻한 연민과 세상에 대한 공감이 섞이지 않으면,  지식은 병들어 폐기된다.


플리트비체 국립공원 by s


지식은 삶의 진리와 이치를 깨우쳐주는 유용한 도구이지만, 도구를 목적으로 착각하는 순간 지식인의 비극이 시작된다. 지식의 창고는 자칫 그 책들의 무게만큼, 그 창고에 겹겹이 쌓인 먼지만큼 지식을 가진 자의 영혼을 질식시킬 수 있다. 창고에 들어가면 먼지 팔팔 날리는 생명 잃은 골동품을 고귀한 유산처럼 끌어안고 세상에서 매겨질 가치를 환산한다. 미라가 된 지식인들이 그들의 현란하고 박식한 외침을 세상에 뿌려대지만 세상은 듣는 이 없고, 자신도 골동품이 되어 곧 창고로 사라질 위험에 놓이게 된다.


그 지식에서는 사유의 향내가 풍기지 않는다. 세상에 비싸게 팔리기 위한 기름칠로 번쩍번쩍 광을 내어 뽐내지만, 지식의 주인은 말이 없고 지식 파는 광대의 요란한 팡파르만 울려 퍼진다. 공허하고 현란한 온갖 수식어들이 난장판을 이루고, 그렇게 죽은 활자와 껍데기뿐인 빈 수레들이 덜컹거리며 요동을 친다.


플리트비체 국립공원 by s


지식이 권력이 되고 화폐가 되면, 지식은 사유에서 멀어지고, 사유가 결여된 지식은 발효되지 않은 퇴비와 같아 쓸모가 없어진다. 지식은 찾기 쉬워도 지혜는 단숨에 획득할 수 없다. "머리에서 아는 것이 마음으로 내려오는데 70년? 80년 걸렸다"고 고백하시던 그분은 자신을 바보라고 칭했다.


그분 명언에 의해 세상을 유추해 보면, 머리에 지식만 가득한 진짜 바보들이 사방 천지에 있다. 지식으로 꽉 차서 돌처럼 굳어버린 심장과 미처 사유되지 못한 채 메마른 감성으로 쥐어짜내는 그들의 현학적인 "식"들은 인간의 평화로운 을 조이고 사려 깊은 호흡을 방해한다.


지식을 모으기만 하면  몸에 독성이 쌓인다. 규칙적으로 신체의 힘든 노동을 통해, 사회에 대한 이해와 공감을 통해서, 지식의 보화들을 잘 제련하여 타인과 나누어야 한다. 세상의 온갖 지식을 다 파악한 듯, 세상의 이치를 다 깨달은 듯,,, 모두의 착각이다. 머리에만 저장된 지식은 결코 사람의 생명을 구하지 못한다. 머리로만 알고 있그 미세한 것이 세상의 진리인 것처럼 여겨지면, 환상의 독성은 지식인을 죽인다. 


이름 모르는 어느 바다 by s


우리의 삶엔 많은 지식이 필요하다. 지식을 으면 지혜를 찾아 지식과 함께 여행을 시작해야 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기대의 허상'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