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촌에서
너와 내가
하나가 되는
우린 서로 다른
한 운명
너와 내가
풀어지고 헤쳐져야
하나 되어 찰진 맛 나는
새로운 운명
너와 내가 부서지고 으깨져
오도독 끓어 넘치는 뚝배기에
둘이 뒤섞여 새 세상이
하나로 탄생되는
슬프고 경이로운 운명
그 모진 탄생
푸른 잎이 고동 빛 찰기 속에
고요히 잠겨간다.
긴 치맛자락 나풀나풀
꿈틀거리며 잠잠해진다.
나긋나긋 연잎 퍼지듯
살포시 물속에 녹아든다.
배추도 아니고
된장도 아닌
묵직한 뚝배기에서 하나 돼버린
넌 배추 된장국
파란 잎이 네 몸속에서
더 진한 푸른 몸짓으로 녹아들고
보드랍게 그녀와 한상 차린
넌 시금치 된장국
새 운명의 탄생,
옛맛 새 맛 고이고이 간직한
너는 불멸의 향수
너는 살아있는 추억의 단지
꼬릿꼬릿한 내음이
꼬깃꼬깃 접힌 마음을 펼쳐낸다.
흐물흐물 잎사귀들이
나락을 펼치며
마른 입안에 녹아들고
넌 삶의 기운을 깨운다.
너 그대로 나와
하나 되어 내 꿈을 가지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