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체른에서 1박을 마치고 떠났다. 루체른은 차분하게 머물며 몸과 마음의 휴식을 할 수 있는 조용하고 아름다운 도시였다. 작은 도시인 데다, 스위스의 경관은 잘 알려져 있고 사진으로도 익숙해서 또 특별한 여행 포인트가 없을 거라 생각해서, 그리고 동유럽까지의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서 하루 지나가는 여정으로 넣었는데 매우 아쉬웠다. 1주일 정도 머물며 고즈넉한 주위 경관을 편안하게 감상하고 그 분위기에 잠겨서 쉬고 싶은 그런 느낌이 매우 좋았다. 사람들이 비싼 물가에도 왜 스위스를 찾는지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떠나면서 다음 여행에는 스위스와 오스트리아 등지의 전원도시들 중심으로 계획하기로 했다.
호수 앞에서 샌드위치 먹기
루체른에서 다음 여행지인 오스트리아 잘츠캄머굿 (Salzkammergut)까지는 A96 고속도로 이용 시에는 약 550km와 A12 도로, 약 530km가 가능한데 우리는 A12를 이용해 6시간 정도 달렸다. A96 도로는 독일의 리히텐슈타인, 뮌헨, 로젠하임 등 아름다운 도시들을 지나고 있어서 마음 같아선 다 일정에 넣고 싶었지만, 일정이 너무 길어져 역시 다음으로 미루었다. 가는 동안 휴게소에 세 번 정도 들러 기름을 채우고 식사를 하고 휴식을 취했다. 운전은 남편 혼자 해서, 옆에서 내비게이션과 지도를 번갈아 보며 길 안내를 열심히 했다. 고속도로 주행은 수월한 편이지만, 여름날(8월 중순) 한낮 강렬한 햇볕 아래 단조로운 도로에서 졸음운전의 위험으로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
유학 생활 초기, 여행에 대한 욕심으로 기간에 비해 과한 일정을 세우고 이를 맞추느라 무리하게 다니기도 했다, 운전 중 휴식도 무시하고 이동하다가 두세 번인가 둘 다 아주 잠깐 깜빡 졸다가 소스라치게 놀라 깬 적이 있었다. 이동 거리나 피로감에 대한 고려 없이 무리해서 일정을 강행하다 생긴 문제였다. 이후에는 1시간 반 정도 되면 꼭 휴게소를 찾아 규칙적으로 휴식을 하며 무리하지 않는 일정으로 다녔다.
잘츠부릌 ,미라벨 궁전
프랑스는 휴가 같은 단기 방학들이 학기 중에 자주 있다. 2월 개학하고 한 달쯤 다니며 신선한 학구열을 막 지피려고 하면 1-2주일쯤 단기 방학이 오고, 3월 말이나 4월 초 봄에는 크리스마스 다음으로 활기찬 2주 정도 부활절 휴가가 있어, 예수님 부활에는 별 관심 없고, 모두 여행 다니느라 정신없다. 중간, 기말 시험 기간은 시험 준비기간으로 약 2주간 수업이 없고, 2학기에도 9월 개강하고 나서 10월 말쯤에 1주일간 방학이 있어서 좀 피곤하다, 지루하다 싶으면 종강이 다가온다.
단기 방학을 잘 활용하면, 주말 앞뒤로 약 10일에서 2주까지 일정을 계획할 수 있어서 계절마다 여행을 할 수 있었던 시간들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여름 방학은 6월 초부터 8월 말까지 약 3개월이고, 겨울 방학은 12월 중순부터 1월 말까지 상대적으로 짧다. 바캉스의 피크는 물론 여름 기간으로 공공기관이나 기업체들도 7월 중순부터 8월 말까지는 업무가 정지되고 그래서 행정 관련 업무들은 이 기간에는 불가능하다고 보면 된다. 미국이나 유럽에서 살아보면 한국의 행정이나 기반 시스템이 매우 우수함을새삼 느끼게 된다.
오스트리아 할슈타트
유럽에서 여행할 때면 항상 지역마다 도로 공사를 예상해야 하고 특히, 프랑스는 방학 때가 도로 공사 기간과 겹쳐서 매번 고속도로 진입로 찾기가 쉽지 않았다. 도로 공사로 지형이 변해서 내비게이션이 자주 오류가 나고 이 때는 지도도 무용지물이 된다. 그래도 지도를 같이 보며 길을 추정해 찾아야 한다. 목적지로 빠져나가는 출입로가 바뀌어 있거나 찾지 못해 다른 방향으로 빠졌다가 다른 도시로 들어가기도 했다. 목적지 거의 다 와서 다른 도시를 구경도 못하고 열심히 경유? 해갔다가 다시 톨비 내고 목적지 찾아가기도 하고... 스위스나 오스트리아 지역은 고속도로 통행료에 해당하는 일시불 정액 티켓을 국경 부근 고속도로로 휴게소에서 판매하는데 기간별로 있어 돌아오는 여정까지 사용하기 위해 한 달권을 구입했었다.
잘츠부르크, 모짜르트 생가 앞, 그의 동상
잘츠캄머굿까지 자연경관이 아름답고 깨끗해서 차창으로 펼쳐지는 파노라마 풍경에 감탄이 나왔다. 아, 아 이것이 자연이구나, 이들은 자연환경을 이토록 자연스럽게 잘 관리하고 있을까, 훼손하지 않으면서 과하지도 않게 적절히 유지하는 그들의 노하우가 궁금했다. 원래 천혜의 풍치 덕분도 있겠지만 친환경적인 관리, 심미적 아름다움까지 갖추고 있었다. 어디를 둘러봐도 눈에 거슬림이 없는 걸 보니 자연을 변형시키지 않고 그대로 지키면서 개발하는 자연에 대한 사고방식과 태도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 같았다.
"오스트리아 오버외스터라이히 주, 잘츠부르크 주, 슈타이어마르크 주에 걸쳐있는 지방의 명칭이며, 잘츠부르크 동쪽에 위치하고 있는"(위키백과) 잘츠캄머굿(잘츠카머구트)은 잘츠브루크, 할슈타트, 절경으로 숨 막히게 아름다운 샤프베르그 산과 작은 호수 등의 명소가 있는 지역이다.
샤프베르그 산 정상에서 보이는 호수와 산들
잘츠부르크는 인구 15만 명 정도의 소도시로 잘츠부르크 대성당, 호엔잘츠부르크 성과 모차르트 생가, 미라벨 궁과 그 정원(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 등으로 유명해지면서 세계적인 관광지가 되었지만 도시 전경은 무척 평범했다. 도시의 크기도 아담했고 거리의 가게들도 소박했다.
호엔잘츠부르크 성곽에서 잘츠부르크 시내 전경과 잘츠크강
잘츠캄머굿 지역에서 2박 3일 일정으로 예약한 숙소는 1층에는 스테이크 하우스 레스토랑과 2층에는 객실을 함께 운영하는 곳이었다. 식당 옆 계단을 지나 2층으로 올라가니 주위가 환하게 보이는 테라스가 있었고 시원하고 푸른 전원 풍경이 펼쳐졌다. 숙소는 도시와 마을을 벗어나 한적한 곳에 위치해 있었고 앞에 큰 산과 멀리 강이 보이며 주변 풍광이 조용하고 아름다웠다.
그날 저녁식사, 맥주도 맛았었다.
체크인을 하고 바로 내려가 그곳 레스토랑에서 주인이 추천하는 메뉴로 저녁을 먹었다. 오스트리아식 요리로 비교적 간단했는데 재료가 신선했고 맛도 좋았다. 저녁을 마무리하고 다음 날부터 3일 간 할슈타트와 샤프베르그 산과 몇 개의 작고 깨끗한 호수들을 돌아보기로 하고 편안한 휴식에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