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어발트슈태터 호수, 루체른 호수가 투명한 유리판처럼 반짝였다. 넓고 맑고 깨끗했다. 더위도 마음도 씻겨나갔다. 호수 옆 쇼핑몰에서 간단한 점심 샌드위치와 음료수를 사고, 호숫가 비어있는 벤치를 찾아 돌아다니며 구경 다니는 사람들을 구경했다. 편하고 자유롭고 환한 미소와 밝은 표정들이 호수에 비친 뜨거운 태양 빛과 잘 어울렸다. 더위도 잠시 잊고 우리도 투명한 호수 가까이 머물며그 분위기에 함께 젖어들었다.
루체른 호수
호수의 햇빛을 마시고 호숫가 바람을 맞으며, 오가는 사람들의 화사한 미소 속에서 샌드위치를 맛있게 먹고, 많이 붐비지도 한산하지도 않은 적당한 인파에 섞여 여행에 대한 기대와 활기찬 기분을 채우고 루체른 탐험을 시작했다.호수 주위엔 유람선을 기다리는지 관광객들이 모여들었고. 우리는 카펠교를 찾아 길을 나섰다. 여기저기 여행객들과 현지인들이 뒤섞여서 이리저리 움직이며 낯섦과 편안함이 함께 어우러져 있었고, 한편 낯익은 유럽 도시 풍경들의비슷한 모양새에, 이국의 도시가 아주 낯설지는 않았다. 우리도 그들의풍경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로이스강
로이스강이 유유히 흐르고 중세 느낌 물씬 나는 목조 누각의 카펠교에는구경 인파들이 많이 왕복하고 있었다. 조금 한가해질까 기다려도 끊이지 않아 그 물결에 우리도 따라나섰다. 다리 지붕과 수직으로 맞춰진 삼각형 나무판에 그려진 그림들은 루체른의 역사와 수호성인 성 레오데가르와 성 마우리스의 생애를 그려 넣은 것이라고 한다. 1330년대에 건설되어 7백 년의 시간을 간직한 다리는 나무가 주는 친밀감과 아기자기한 느낌을 지니고 있었다. 위압적이고 차가운 콘크리트 다리에서는 느낄 수 없는 아늑함이 좋았다.
카펠교
다리 위에서 나무 그림을 감상하며 걸어보고, 돌아올 때는 강가 풍경을 천천히 즐기며 왔다. 강가 바람을 맞으며 전경 사진들을 찍고 올드 타운에 들어서니 건물들에는 성경 이야기부터 모던한 이미지까지 다양한 주제의 벽화들이 시선을 끌었다. 유럽 도시의 골목 상가들은 자그마한 대로 특색 있게 꾸민 가게들을 구경하는 즐거움이 있는데, 남편은 항상 같은 레퍼토리를 또 한다. 뭐 볼 게 있냐고 안 살 거니까 빨리 지나가자고, 남자들은 목표가 없는 행동은 절대 안 하는 건가, 이제는 혼자 벤치에 앉아 있으라고 하고 나는 천천히 감상하며 구경한다.
올드타운
호프 교회
호프 교회는 첨탑이 건물에 비해 심하게 커 보였다. 멀리서 보면 첨탑만 보여서 처음엔 교회 건물은 없는 줄 알고, 내부의 화려한 장식들이 어둠 속에서 천천히 드러났다. 초 두 자루에 불을 붙여 촛대에 꽂고 이번 여행을 안전하고 무사히 마칠 수 있도록 하느님에게 기도했다. 빈사의 사자상은 남편이 첫 목적지로 정한 곳, 정말 사자가 곧 죽어가는 절망적인 표정을 잔뜩 품고 있어서, 보는 순간 기쁨과 즐거움이 일시 정지된다. 시간을 뚫고 인간의 흔적이 묵직하게 박혀있는,,, 죽음으로 자신들의 의무를 완수한 스위스 용병들이 예술과 예술가를 통해 불멸의 기억으로 살아남아 있다. 바티칸 교황청도 사랑하는 그들이 사자상 속에서 울부짖고 있는 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