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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raphim Oct 04. 2021

'긴 여정 짧은 여행'(6)

체스키크롬로프, 체코


잘츠캄머굿에서 샤프베르크의 아름다운 푸른 풍광에 가득 취하고, 할슈타트 호수 마을의 소박한 정취에 푹 잠겼었다. 오스트리아 1차 여정에서는 자연을 맘껏 탐닉하고, 돌아오는 일정에서는 이틀 정도 비엔나를 관광하며 오스트리아 도심 문화를 맛보기로 했다.



할슈타트에서 체스키크롬로프로 향하는 도로는 두 가지, 무료도로를 이용하면 193 kim, (약 3시간 반)  유료도로를 타면 209km, (약 2시간 반). 멀지 않은 거리여서 국도의 거리들 마을들과 자연 풍치를 구경하고 통행비도 절약하기 위해 한 시간 더 걸리는 무료도로를 선택했다. 유럽의 통행료는 대체로 비싼 편이어서 유럽에서 중장거리 자동차 여행을 할 때면, 특히 서유럽권은 차 오일 비용과 통행료가 거의 같은 수준으로 지출되었다.  



체코로 가는 국도 주변은 한국의 풍경과 많이 비슷해서 크게 이국적인 느낌이 들지 않았다. 나무도 그만그만했고 산은 나지막했다. 구불구불한 산길도 돌고 밋밋한 평지를 지나며 조금 지루하기도 했다. 자연경관이 잘 정돈된 서유럽 지역과 달리 동유럽 지역은 대체로 자연 그대로였다.



숙소는 동화 마을 같은 구시가지를 편하게 다닐 수 있는 편리한 곳으로 선택했는데 다운타운을 조금 벗어나 주택들이 여유롭게 들어선 곳에 있었다. 주변에는 새로 지은 깔끔하고 아담한 주택들이 있었고 동네 분위기도 평화롭고 한가했다.  2층 집 숙소는 마당을 가로질러 현관을 들어서면 안에 객실이 몇 개 보였고 우리 방은 이층에 있었다. 창을 여니 잘 가꾸어진 정원이 한눈에 보였다.



예쁘고 고운 색깔과 다양한 품종의 여름 꽃들이 저마다 향기와 색채를 발산하며 사랑스러운 모습으로 모여 있었다. 꽃은 언제나 이쁘다. 제 모습 그대로 제 빛깔 그대로 서로 시기함 없이 자신들의 아름다움을 드러냈다. 트렁크만 부리나케 방에 넣고 해질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정원의 꽃들을 핸드폰에 담았다.



마을에 들어서니 잠시 타임머신 타고 어느 시간쯤으로 들어선다. 익숙한 듯 낮섦음이 잊혀진 낭만의 서정을 깨운다. 정갈하고 소박한 거리 가게들이 발길을 멈추어 놓는다. 화려함도 웅장함도 없는 풍경들이 편안해서 무의식과 망각의 시간들이 풀려나온다. 과거 기억 속 조각들이 불쑥불쑥 날아다닌다. 마을을 돌고 또 돌아다닌다. 맹렬한 현실의 시간을 건너, 다 사라진 것 같던 기억들이 함께 여행한다. 내 안의 표류하던 내가 보인다.



그 해 가을 미국에서 직장 생활시작하고 롱아일랜드에서 맨하탄을 왔다갔다 하며 세련된 뉴요커를 꿈꾸던 시간에 삶은 획득해야 할 무엇이었다. 성취해야 할 목표였다.


지구 어느 한적한 마을 이곳에서 내게는 소멸되었던 시간을 품은 채, 느긋하게 미소짓는 작은 마을의 거리들이 삶은 덜어내것이라, 많이 채웠다고 이제 비우자고 다독인다.



* 사진 모두, 체스키크롬로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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