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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raphim Dec 21. 2021

'긴 여정 짧은 여행'(8)

폴란드, 크라쿠프


프라하에서는 3일 묶으며 구경거리가 많아서 여기저기 바쁘게 즐겁게 다녔다. 관광 도시로서 볼거리는 풍성했다. 유럽 도시들의 비슷비슷한 풍경들이 차츰 익숙해져서인지, 아니면 다소 딱딱하게 굳어 있는 느낌 때문인지 신선하거나 편한 분위기는 아니었다.


인사는 헬로!, 하이! 하지만 그들의 눈과 표정은 문득문득 서늘함을 느끼게 했다. 건물은 웅장하고 거리는 화려하게 치장되어 있지만 사람들의 미소는 별로 따뜻하지 않았다. 자유가 숨 쉬지 못했던 과거의 흔적이 사라지고 삶의 호흡이 자연스럽게 편안해지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겠지.



이번 여행의 주요 목적지는 몇몇 동유럽 국가 들이었고 특히 폴란드의 크라쿠프는 오래전부터 와보고 싶은 곳이었다.



크라쿠프(폴란드어 Kraków, 독일어 Krakau 크라카우), 발음이 더 편한 크라코프는 러시아어 발음이라고 한다. 현재 수도는 바르샤바이지만, 1040년부터 1596년까지 폴란드의 옛 수도로서 문화, 예술, 경제의 중심지였으며, 세계 2차 대전 때 독일군 침공으로 바르샤바는 많이 파괴되었지만, 크라쿠프는 당시 시장의 기지로 다행히 도시의 파괴를 막을 수 있었다고 한다. 


덕분에 오랜 역사의 유적들과 다양한 양식의 아름다운 건축물들이 보존된 크라쿠프 구시가지는 1978년 유네스코의 최초 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고, 현재 폴란드의 제1 관광도시가 되었다.

 


폴란드, 아름다운 감성과 황홀한 멜로디로 한밤의 낭만을 보석처럼 빚어낸 쇼팽과, “여러분은 인간입니다. 굴욕적으로 살지 마십시오.”라는 메시지를 민중들에게 전하며 폴란드 공산주의 폭정에 대한 저항에 힘을 실었던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조국, 알 수 없지만 왠지 알 것 같은 나라,


역사의 굴곡과 부침이 심했던 많은 이야기들이 한국과 유사한 나라,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도 한국의 역사 이야기를 듣고 자기 조국 폴란드와 비슷하다고 그래서 한국에 특별히 관심을 많이 보였다고 한다.



1978년 8월 교황 바오로 6세가 선종하자, 로마 바티칸 시국에서 콘클라베(교황 선출 투표 행사)가 열렸다. 이태리의 알비노 루치아노 베네치아 대교구장이 선출되어 요한 바오로 1세 교황이 되었으나, 즉위한 후 33일 만에 선종하여, 다시 콘클라베가 개최되었고, 여덟 번째 투표에서 카롤 유제프 보이티와 크라쿠프 대주교가 교황이 되었다.



그가 제264대 요한 바오로 2세다. 당시 58세로 130년 만에 처음으로 60세 이전에 선출된 교황이었으며 또한 최초의 공산주의 국가 출신 교황이었고 비 이태리계 출신이었다.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1978년 10월부터 2005년 4월까지 재임하는 동안 여러 분야에 다양한 행적을 남겼으며, 현재 가톨릭 성인으로 시성 되어 많은 사랑을 받는 교황이기도 하다.



부활절 다음 주일에 맞는 "자비의 주일", "자비의 예수님" 성화, 오늘날 매일 오후 3시면 전 세계에서 하는 "자비의 기도"와 함께 알려지게 된 성녀 파우스티나(Sancta Maria Faustina Kowalska, 1905-1938), 2000년 들어 처음 성인 품에 오른 그녀가 수녀원에서 예수님을 체험하며 쓰게 된 긴 일기, 그리고 그녀의 증언으로 그리게 된 그 자비의 예수님 성화와 성녀의 초상화가 놓인 자비의 성당에서는 매일 오후 3시에 미사와 자비의 기도가 행해진다.


우리는 낮 12시 미사에 참석할 수 있었고 알아듣지 못하는 신부님 강론도 듣고, 자비의 대성당에서 오후 3시 자비의 기도에 수녀님들과 함께 했다. 내가 오랫동안 바라던 그 시간이 그곳에 그리고 내 추억에 새겨졌다.



* 사진 모두, 크라쿠프, 폴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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