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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유럽 25일 여행
'긴 여정 짧은 여행'(7)
프라하로 달리다.
by
Seraphim
Oct 22.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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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스키크롬로프의 소박한 마을 거리와 작은 가게들 사이에서 잊고 있던 기억들이 한 폭의 추억으로 내게 돌아왔다.
삶이 그럴 수 있다고, 삶은 작은 발걸음을 한 발씩 걸어가는 거라고,,, 옆으로 갈 수도 뒤로 갈 수도 있고 느긋하게 강을 건너고 계곡을 넘어 산에 오르고 때로는 큰 바다를 건널 듯 격렬하게 달려갈 수도 있다고...
다시 올 수 있을까 싶지만
, 한 달쯤 머물고 싶다. 외부인의 구경에서 나와 일상의 시선으로 이곳에서 스쳐갈 낯선 나를 만나고 싶다.
화려한 도시 문화와 팽팽한 경쟁의 삭막함이 배제된 곳에서, 잠겨있던 깊은 숨을 천천히 내어보고 싶다.
프라하로 떠났다. 약 170km, 두 시간
거리로 가까웠다. 숙소는 편의 시설이 다 갖춰진 다운타운에 위치한 아파트였다.
프라하는 낮에도 화려했다. 우아하고 웅장한 건축물이 잘 관리되어 깔끔해 보였고 멋스러움이 어우러져 있었다.
밤의 낭만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프라하는 밤에 더 매력적이었다. 야경 속을 돌아다니며 밤 풍경과 함께 걷다가 쉬다가 강변의 미풍에 열기를 식히며 이 거리 저 거리, 광장들과 다리 아래로 위로 돌아다녔다.
화려한 조명 아래에서 위압적인 성당과 궁전들이 도도하게 흐르던 역사의 숨결을 뿜어내고 있었다.
넓은 광장 거리마다 펼쳐진 레스토랑들의 테이블도, 테이블의 맥주와 요리들도, 그곳의 사람들도 구경거리였다. 그들은 지나가는 여행자를 훑어보고 행인들은 그들을 순간 스캔하고...
밤의 화려한 조명들이 거리와 건물들을 현란하게 비추며 도시는 여행자들의 그림자들로 까맣게 물들고 있었다.
프라하의 밤은 그 시절 "프라하의 봄"보다 밝았다.
"프라하의 봄", 독재와 공산주의와 전체주의에 맞서 자유를 갈망하며 저항하는 정신의 구호처럼 상징되었던 "프라하의 봄",
지금은 잊혀진 유물이 되었고 사람들은 자본주의의 화려한 자유를 달콤하게 맛보고 있었다.
암울하던 "프라하의 봄"은 뜨거운 '프라하의 여름'으로 끓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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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공부, 독서와 글쓰기, 사진과 꽃, 사색과 지혜, 산책과 요가, 음악과 수채화, 해변과 자전거, 슬로우 라이프를 좋아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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