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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raphim Jan 17. 2024

포르토에서 브라가로 이사하며

새해에는 브라가에서


전원 같은 동네 풍경이 좋다.


23년 11월 말 브라가로 이사를 . 추위 속에서 11월 한 달은 짐 싸면서 정리하고, 12월 한 달은 짐 풀면서 정리하고,,,



부지런히 집 정리를 거의 마치고, Leroy Merlin에서 주문한 커튼레일이 도착하기를 기다리고 있다. 겨울인데 커튼이 없는 창들이 삭막해 보인다. 한창 통창이 트렌디할 때 지은 것인지, 거실이며 서재에는 전면 통유리창들이어서 전망은 매우 좋고 추위는 2배로 느껴진다.



다른 짐들은 모두 제자리 찾아 정리가 끝났는데, 아직 거실 한 귀퉁이에는 이방 저 방에 걸릴 커튼들이 가득 쌓여있다  커튼까지 걸면 95퍼센트는 완료되고 지하 작은 방 하나 인테리어 공사까지 올해 안에 하면 모두 마무리된다. 남편의 야심 찬 계획에 들어있는 그 방이 어떻게 완성될지 궁금하다.



12월에는 계속 불꽃 폭죽 소리가 사방에서 울려댔다. 한창 바쁘게 정리하다가 꽝꽝 폭죽 터지는 소리에 깜짝 놀라 창으로 달려가곤 했다. 집이 언덕에 있어 어떤 곳은 잘 보이지만 앞으로 수풀이 있고, 집 뒤편은 다른 타운 하우스 단지에 가려있어서 이곳에서는 불꽃들이 잘 보이지 않는다. 폭죽 굉음이 바다와 강으로 퍼져가던 포르토와 달리, 이곳은 산들이 겹겹이 병풍처럼 둘러싸여 있어서 폭죽 소리가 여기저기 부딪쳐 더 크게 울린다 대포처럼.



속에서 두 달쯤 치이고 나니 활자에 대한 허기가 확 밀려온다. 브런치와 밀리 서재, 미디엄에서 틈틈이  독서는 하지만 그래도 허전했다. 글을 쓴 지가 언제인지 기억도 희미하다.



아직 피로와 감기 기운이 다 가시지 않은 아침에 졸린 눈꺼풀 아래로 핸드폰 브런치 창에서 활자들을 찍어본다. 마음에 생각에 일상에 여기저기 흩어져있던 조각들을 주섬주섬 담아본다. 조금씩 정리되는 느낌이 좋다.  



2년 전 코비드 락다운이 해제되고 남편 생일날 브라가로 잠시 놀러 왔다. 포르토에서 차로 58  km, 1시간 거리에 있다. 리옹에 있는 포르투갈 대사관의 영사가 꼭 가봐야 한다고 추천해 주었던 곳이다.



포르투갈 거주 비자를 신청하면서 만났던 그 영사는 인터뷰를 마치고 자신이 브라가에서 살았다고 정말 좋은 곳이라며 꼭 가보라고 종이에 메모까지 해서 건네주었다.


프랑스에서 포르투갈로 이주하면서, 거주지는 리스본, 포르토 중에서 포르토로 정했고, 그 외 도시는 아는 곳이 없었다. "파티마"는 가톨릭 성지로 유명한 곳이서 처음 여행 때에 다녀왔고 브라가는 차차 가보기로 하고 잊고 있었다. 



코비드 락다운이 해제되고 가벼운 나들이를 계획하는데, 남편이 자기 생일날 브라가에 가보면 어떨까? 했다. 어!, 나도 영사강력 추천이 기억났고 그래서 갔다. 그리 2년 후 23년 11월 말, 우리는 이삿짐을 싸고 있었다  포르토에서 브라가로 이사 가기 위해서.


한 해 동안 열심이사할 집을 찾았고, 포르토에서 브라가로 부지런히 왔다 갔다 하며 지난해를 보냈다. 브라가 새로운 보금자리에서 23년 연말을 보내고 24년 새해를 맞고 있다. 언덕 위 스위트한 타운 하우스에서,



브라가 시내 전경이 잘 보이는 언덕에 있는 집은 위치가 예상보다 훨씬 좋다. 뒤로는 브라가의 큰 산이 넓고 든든하게 둘러져 있고, 바로 앞에는 양 목장이 있고 수풀이 꽤 무성해서 브라가 시내와 우리 집 사이에 경계선처럼 가림막 역할을 고 있다.


수시로 양들과 닭들과 멍멍이 소리가 오케스트라처럼 울릴 때면 시골 어느 마을에 있는 것처럼 아늑하고 평화롭다. 그러다 일어나서 멀리 바라보면  시내의 전경이 2층 서재 넓은 창에서 잘 보인다. 언덕 바로 아래에는 생활의 모든 니드를 해결해  쾌적한 멀티 쇼핑몰이 자리하고 있다. 전원스러운 분위기와 도시의 효용성, 감사하게도 두 가지의 혜택을 다 얻게 되었다.



2년 가까이 열심히 찾은 보람이 있다. 1개 아파트, 10개 정도의 집을 방문했고, 그중 1개의 단독 주택, 3 개의 타운 하우스와 가격 네고를 했었다.  주택은 우리 예산보다 높아 포기했는데, 그것보다 더 문제는 방범과 관리에 자신이 없었고 다행히도 주인은 우리가 제시한 금액을 거부했다.


후부터 단독하우스는 리스트에서 , 타운 하우스와 아파트를 찾았다. 1개의 아파트는 자산 가치를 첫째로 여기는 남편의 강력한 주장으로  1차  방문하고 아파트 관련 서류를 검토하던 중, 또 다행스럽게도 문제가 발견되어 가격 네고는 넣지 않았다. 아파트의 인테리어와 위치, 주변 환경이 좋았으나 아파트 건물 자체의 문제가 의심되어 배제했다.


아파트는 절대 안 된다는 나의 주장은 이 사건으로 힘을 받았고, 이후로 타운하우스만 검색하여 이 동네에서 매입 가능한 집들을 방문했. 많이 면서 집들마다의 장단점과 문제점도 점차 선명해졌다. 외관이나 인테리어와 달리 설계나 건축의 하자도 보다 세밀히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



마음에 드는 집은 1차 방문 후, 건물에 관련된 법적인 등기 서류, 준공 검사, 기술적 세부 내역 서류, 건설사 시공사 등의 내용이 담긴 서류들을 전달받고, 주인에게는 현재 그 집에 대해 만족스러운 점과 아쉬운 점을 3가지씩 알려달라고 했다.  이 장단점 질문에는 외로 매우 솔직하게 답해 주어서 집을 검토할 때 많은 참고와 도움이 되었다.


마음에 들어서 가격 네고에 들어갔던 총 6개의 집 서류 검토 작업은 남편 몫이었고, 서류를 받은 날이면 남편은 구글 번역 창을 열고 포르투갈어와 영어와 한국어로 정확한 뜻을  알기 위해, 3,4일씩 종일 컴퓨터 화면에서 타국 언어와 씨름했다.

 

글을 쓰다가 문득 깨달았다. 그의 수고와 노력에 고맙다고 해야겠다. 잘 보이지 않았던 그의 숨은 노고 덕이 크다.



이제 다시 조용하고 차분한 일상으로 들어가기 시작한다. 2월에는 작은 여행이 계획되어 있다. 항공권과 숙박은 예약했으니  변경 없이 일정대로 다녀올 수 있기를 희망하며, 커튼레일이 도착해서 이제 커튼 걸고 나면 여행 계획을 만들어야겠다.


브라가에서 한 10년쯤 살고 싶다. 또 어딘가 매력적인 도시가 나타날 때까지는...



* 사진 모두, 브라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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