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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될대로 될 인생 Dec 11. 2015

1.엄마,
저 일 년만 다녀올게요

나를 찾기 위해 떠난 캐나다 워킹홀리데이




그냥, 어느 날, 갑자기,

서울에서 

더 이상 

살고 싶지 않아졌다












더 자라는 건지 일어나라는 건지도 모르겠는 지겨운 알람 소리에 어김없이 아침을 맞이하고, 정작 입을 옷은 없는 옷장에서 무난한 옷 몇 장을 꺼내 입는다.



"다녀올게요"



스마트폰으로 버스 시간을 확인하고, 집을 나선다. 2호선 지하철 역까지 가는 초록색 버스가 저 멀리 보인다. 스마트폰만 바라보던 사람들이 일제히 움직이기 시작한다. 버스 좌석 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찍기 신이 강림하기라도 한 듯 버스가 멈출 자리를 찾아다니는 그녀.


'좋아 이 정도에 매번 멈췄으니까'


눈치싸움에 이겨 오늘도 버스 좌석에 겨우 앉는 행운이 따랐다. 그녀가 좋아하는 맨 뒷좌석에서 왕이라도 된 듯 편안하게 착석한다. 앉자마자 핸드폰을 키고, 밤 새 올라왔을 SNS 새 글을 체크한다.



'예뻐졌네 얘, 뭐 했나...'

'어우 또 이렇게 자랑질을 해놓네'

'어쩜 이렇게 날씬해...

분명 주사 맞았을 거야'

'결국 이 남자랑 사귀네, 돈 많나 보다'




매일 아침 그녀는 자신의 일도 아닌 누군가의 소식을 확인하며 불필요한 걱정, 질투, 시기를 한다.


지하철 역이  다가올수록 버스 안은 점점 만원이 되고, 필통 안 빼곡한 연필처럼 많은 사람들이 밀착되어 있다. 밀착되어 있는 몸과 달리 시선은 하나도 빠짐없이 모두 핸드폰만 바라보고 있다.




숨 쉴 공기조차 없어 보이는 

만원 버스 안을 

멍하니 바라보는 그녀.




빈 자리라도 생기면 칼날 같은 눈빛으로 찾아내 누구보다 빠르게 앉으려는 아줌마
"기사양반! 내린다고!!!" 아침부터 소리를 버럭버럭 질러대는 아저씨
덜컹거리는 버스 안에서도 예술의 혼을 담아 얼굴에  분칠하고 있는 여자
"X발 어제 담임이 불러서 XXX" 저 예쁜 교복을 입고 거침없는 욕을 내뱉는 학생










그리고,  그중에 하나가 된 그녀까지












그렇다. 

그녀는 그들과 다름없이

 특별할 것 하나 없는 대한민국의 한 사람

이었다.











그깟 '좋아요' 하나에 히죽거리는, 

버스 안 좌석에서 졸리지 않아도 

굳이 자는 척하는, 

예쁘고 잘생긴 친구들에게 

민감하게 질투하는, 

'그만두고 싶다' 주문처럼 외우면서 

상사 앞에서는 자동 미소를 발사하고 있는,










그냥 그들 중 하나였다.










별 다른 목적 없이 

다 같이 흘러가는 냇물처럼,

많은 사람들과 함께 

그냥 그렇게 흘러가고 있는 한 사람

이었다.









엄마, 저 일 년만 다녀올게요.


진짜 나를 알고 싶어요.





실제로 워홀을 결심하게 해 준 영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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