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세레인
직장인이라 출근시간까지의 아침은 늘 바쁘다
그런 바쁜 틈에도 놓치지 않는 새벽 독서.
새벽은 이미 몇 년 치를 예약한 것처럼 자연스럽게 책에게 시간을 내주고 있다.
습관화할 필요가 없는 독서는 말 그대로 삶의 조각 그 자체다.
매일 책을 펼쳐 맛볼 문장을 골라내 천천히 음미하며 내 안으로 밀어 넣는다
죽은 책이 되지 않도록 살아있는 글을 발췌하고 흡수하려고 노력한다.
그게 아니면 왜 읽는다는 것인지 계속 상기한다.
실행하는 독서,
현재 나의 독서법이다.
11월에 여덟 권의 책을 읽었다.
3월부터 80권의 책을 읽는다는 계획을 세웠고 그 숫자를 채우고 싶었다.
아날로그형 인간답게 독서 리스트를 종이에 적어 방문 앞에 붙였다.
눈에 잘 보이는 곳에 두어야 독서기록을 수시로 확인하며 읽은 책을 기억해 내고 목표를 이룰 거라고 생각했다.
한 권을 끝낼 때마다 조용히 표시를 할 땐,
마치 마음에 새기는 것처럼 책의 제목과 표지가 함께 떠올랐다
그건 나만의 작은 완료 신호였다.
여름을 지나 어느새 12월이 가까워오고 있다.
이번 달에 열 권을 읽으면 목표한 80권을 채우게 된다.
하지만 숫자에 쫓기듯 책을 대할 수는 없어 내 속도대로 평일 30분, 주말 2시간은 반드시 책을 읽는다.
행동은 빠른 내가 독서만큼은 속도를 내지 못한다. 한 글자 한 글자 눌러쓰듯 읽는다.
그렇게 같은 시간 같은 자세로 다른 책을 읽었다.
그 시간이 길어지자 책을 대하는 내 태도가 달라졌음을 최근에 느꼈다.
내내 읽는 것에서 문득 멈추는 일이 잦아졌고 활자를 보던 시선이 허공을 헤매는 일도 부지기수였다.
책과의 연결성인지 뭔지는 알 수 없으나 툭 하고 생각이 튀어나오고 여러 갈래의 전조등이 불을 깜박였다.
읽던 책을 덮고 손에 닿는 대로 다른 책을 읽기도 했다.
그 시간들이 나를 어디로 데려가는지 아직 알지 못한다.
뭐든 느리게 걷는 나만의 속도를 알고 있기에 당황스럽거나 하지는 않다.
오히려 아무 고뇌 없이 상념 없이 책을 읽던 때보다 반갑다.
나의 힘듦이 뇌의 고정관념을 깨뜨리고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기 위한 대가라 생각한다.
느슨해진 마음을 바짝 조여주고 읽을수록 허기를 느끼게 하는 독서.
모른다는 것을 몰랐던 나를, 무엇을 모르는지 아는 나로 바뀌게 했다.
계속 책을 읽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독서는 그렇게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나를 조용히 이어주었고 그 차이에서 독서를 통한 성장의 의미를 알아갈 수 있었다.
목표라는 것은 꼭 성과를 증명하기 위해 필요한 건 아닐지도 모른다
다만, 목표를 세웠던 당시의 마음가짐을 잊지 않기 위해 80권이라는 숫자를 달성하고 싶다.
그리고 내년, 그다음 해에도 나는 여전히 책을 읽을 것이고 죽비처럼 내리꽂는 아픔을 피하지 않고 맞을 것이다.
그렇게 해마다 독서와 함께 나이 들어가는 사람,
그게 나이고 싶다.
연말을 독서계획으로 마무리할 수 있는 이 시간들이 행복하다.
조급하지 않게,
그러나 분명히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감각이
이 시간을 더 단단하게 만든다.
책과 함께 한 한 해.
책으로 시작하는 매일.
책을 계획하는 내년.
이 모든 순간이 감사하고 고맙다.
내일도 독서로 나이 들어가는 나를 만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