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세레인
눈을 떴어요.
조용한 방 안 기온에 순간,
어....
응....?.....??
무슨 일인가 싶어 황급히 시간을 확인했습니다.
8시를 한참 지나 9시로 부지런히 움직이는 시간이 보였습니다.
잠시,
아니 좀 더 길게,
허공을 응시하며 몸도 마음도 멈췄어요
이마에 손을 올린 채 늦게 잠들었던 어젯밤과 아침사이,
사라진 저의 새벽을 더듬어 찾았어요.
전날 늦게 잠이 든 건 기억이 났습니다.
피곤했고,
몸은 무거웠고,
눈은 빠질 듯이 아팠어요.
그날 남편은 연말 모임으로 늦게 귀가해서
기분 좋은 푸념을 늘어놓느라 쉽게 잠들지 않았어요.
덩달아 아이까지 오며 가며 아빠의 애교를 받아주었고
저도 분위기에 한 마디씩 거드느라
잠자리에 누워서도 잠들 수가 없었어요.
그러다가 기억이 사라진 걸 보니 잠이 들었나 봐요
그리고,
아침을 맞았네요
저의 새벽은 어디로 갔을까요?
전날 늦게 잠이 든 건 맞지만 아침에 눈을 뜬 건
오랜만이었어요
평소 4시 반에서 5시 사이 눈을 뜹니다.
피곤해도 5시 반에는 일어나요
혹여나 하는 노파심에 알람을 두 번 맞추고 잠이 듭니다
5시 50분에 한 번,
6시에 또 한 번.
알람소리마저 사라져 버린 날.
새벽을 도둑맞고 멍하니 침대에서 나올 줄을 몰랐어요
주말, 나른한 햇살이 커튼 사이를 비집고 침대로 파고들었어요.
반짝이는 빛 조각들을 눈으로 더듬다가
느릿한 걸음으로 아침을 맞으며 움직였습니다.
지난 한 주가 바쁘고 고되었던 건 맞습니다.
그래서 주말에 쉼을 하려고 계획했고요.
그래도 새벽이 아닌 아침까지 자려던 건 아니었어요.
늘 자던 수면시간을 채우면 일어났기에
사라진 4시간 동안 하고 싶었던 일들이 생각나 무척 아쉬웠습니다.
새벽 시간을 도둑맞고
동선이 꼬이는 행동을 하다가
어질러진 집안을 정리하고,
달렸습니다.
아무 생각 없이 달렸습니다.
생각을 안 하자 생각이 났어요.
직장이 바빴던 것도 사실이고,
내가 피곤해서인 것도 맞고,
실수투성이로 인해 자괴감이 들었고,
그로 인해 잠을 설쳤던 것도 맞았습니다.
그래서... 늦잠을 잤을까요?
아니더라고요.
마음을,
마음까지 놓아 버렸더라고요.
일을 처리하느라 늦게 잠들었던 날은 많아요
몸이 무거웠던 날도 있었고요
사건 사고가 많았던 날이 이번 주뿐이었을까요.
그런데 그날은 맥이 풀렸어요.
마음의 끈이 툭 하고 끊어지는 소리와 함께 잠이 들었어요.
알람 소리,
해 뜨는 소리,
그 어느 것도 듣지 못한 건,
제가 마음까지 놔버렸기 때문이었어요.
깊은 속마음 어딘가
'그래 쉬자고 했지
늦잠을 자도 될 거야...'라고.
어쩌다 하루 늦잠을 자면 어떤가 싶지만,
새벽에 일어나 마시는 물 한 잔,
멍하니 적어 내려가는 감사일기,
책상 위에 펼쳐진 독서대와 준비된 책,
고요함 속에서 시작하는
나만의 루틴이
어느샌가 저를 단단히 지켜주고 있어나 봐요.
나에 대한 믿음,
하루를 선택하는 나의 의지,
온전한 나만의 시간 안에서 그려나가는
세상을 향한 발걸음.
제가 정한 원칙 속에
단정하게 자리한 습관들을 해나가면서
제 태도와 선택을 향한 믿음이 커졌나 봅니다.
늦잠으로 깬 하루는 정신없이 흘러갔어요.
독서도
글쓰기도
달리기도
바쁘게 해치웠습니다.
목적 없는 행동이 돼버렸어요.
내가 하고 있는 루틴이
무엇을 위함인지 명확히 알 수 있도록
시간에 여유를 두고 싶습니다.
그래서
새벽에 눈을 뜹니다.
그 안에서 제 삶을 위한 여정을 찾기 위해
그 공간과 시간을 제 것으로 하고 싶습니다.
내일도 새벽에 일어나는 나를 만납니다.
더 단단해지는 삶의 조각을 맞추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