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감을 오래 느끼려면
"네~ 네!
아! 지금 바로 갈 수 있어요
당연히 바로 가야죠!!
아뇨! 전화받고 바로 빠꾸(?^^)했어요"
"아 지금 통화하면서
건넜던 신호등 다시 뒤돌아서 건너가고 있어요"
"네! 지금 갑니다 벌써 건넜어요
바로 가겠습니다!!"
병원에 들렀다가 집 앞 짧은 신호등을 대기하고 있는 동안
제 옆에서 유난히 힘차게 통화하는 청년이 있었어요.
바로 옆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흘깃 봤죠.
20대 중반 정도의 남성이었는데
통화의 내용상 아르바이트를 구하고 있던 것 같았고
바로 나올 수 있냐는 질문에 빠르게 답하고 있던 모양이에요.
무척이나 적극적인 통화 내용을 엿들으며
일자리가 몹시도 필요했거나
꼭 일하고 싶었던 곳일 거란 생각이 들었어요.
가던 길을 멈추고 통화하던 상대의 답을 듣지도 않고
이미 가던 길을 되돌아
성큼성큼 걷고 있는 남성의 뒷모습을 보니
원하던 곳에서 일할 수 있다는 설렘마저 느껴졌습니다.
'얼마나 좋을까?
발걸음도 가볍네. 잘 됐다'
남의 일인데도 저까지 기쁘게 만드는 뒷모습이었습니다.
가만히 제가 재취업한 때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긴 육아의 터널 끝에서 다시 사회로 나오려고 발버둥 치던 그 순간이 생각났어요.
일자리를 구하는 시간은 먹은 나이만큼이나 길고 혹독하게 느껴졌습니다.
일하고 싶은 마음과는 별개로 늦깎이 주부를 필요로 하는 곳은 거의 없었어요.
결혼 전 다니던 직장은 전문적인 일이 아니었기에 경력단절은 더 크게 느껴졌습니다.
아이들을 키운 경험으로 관련 자격증을 갖추고 이곳저곳의 문을 두드려도
그 문은 쉽게 열리지 않더군요.
문턱을 조금 낮추어 이력서를 내고는 기다렸습니다.
연락을 기다리느라 휴대폰을 손에서 놓지 못했고 메일함도 수시로 열어봤어요.
그 초조했던 며칠 간의 기다림 끝에 한 곳에서 면접 연락을 받았습니다.
생각했던 보수보다 낮았지만 따지고 잴 여력이 남이 있지 않았지요.
다행히 바로 취업이 되었고 그곳에서 7년이라는 직장 생활을 보냈습니다.
현재는 다른 곳으로 이직을 했지만 결혼 후 다시 일할 수 있었던 첫 직장이었어요
저는 돈을 벌어야 했습니다
나도 생산적인 사람이라는 확인을 받고 싶었습니다.
해도 해도 티 안 나는 집안일 말고
아이들을 너무 사랑하지만 엄마 말고
하나의 개인으로 나아가는 사람이고 싶어서
다시 일이라는 끈을 잡았습니다
하지만 취업에 합격했다는 행복감은 오래가지 않았어요
맞닥뜨린 일은 생각보다 버거웠고
모든 직장 생활이 그렇듯 인간관계도 복잡했습니다.
7년이라는 시간은 취업에 성공했다는 첫 마음은 사라진 채
점점 불평이 쌓이고 불만이 늘어갔습니다.
그곳의 문제가 아니라 제 태도의 문제였습니다.
하지만 더 시간이 흐른 지금은 알고 있습니다.
어디를 가도 어디서 일해도
제 선택과 태도의 존중은 저만이 할 수 있다는 것을요.
그건 단지 직장뿐 아니라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포함합니다.
최선의 선택을 했기에
일어나는 모든 문제와 어려움을 인정하고
피하려고 하기보다 받아들여 넘어가고자 하는
자세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됐습니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어딘가로 가고 있을 그 청년도
하루 만에 새로운 문제를 보게 될 수도 있고
잘못 선택했다는 후회를 할 수도 있게 되겠죠.
인생은 예측할 수 없기에
그래서 수용의 자세가 빛이 난다고 생각합니다.
그저 모든 문제와 상황은 받아들이되
그 안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하는 것.
그렇기에 다음으로 나아갈 의지가 살아나는 것.
그런 하루를 보내는 것만이
내가 생각하고 그리는 미래를 만들어 갈 수 있다는 것.
낯선 청년을 통해
시작했고 출발했다는 첫 취업의 행복감을 떠올리며
현재도 일할 수 있고 나를 선택해 준 곳이 있다는 데에
감사함이 일었습니다.
부디
그 청년도
저도
여러분도
더 빛나는 하루를 보내기를 소망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