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는날을 보내는 방법

by 마늘

오랜만에 연속으로 3일 쉬는 날이 생겼다.


정말 드문 경우인데, 당일이 되고 나서야 깨달았다. 사실 알고는 있었지만, 뭘 해야 할지 도무지 결정을 못 내렸다.
어디 먼 곳을 가기엔 곧 여행이 있고, 마지막 날엔 이미 일정이 있다. 그럼에도 남은 이틀을 어떻게 보낼지 미리 생각하지 않았다는 게 스스로도 답답했다.


뻔한 하루짜리 휴가처럼 보내고 싶지는 않았는데. 쉬는 날인데도 이상하게 에너지가 없진 않았다. 일찍 일어나 아침을 먹고, 청소하고, 빨래를 돌리고, 일기를 쓰고, 스트레칭과 명상까지 했다. 들어야 할 강의도 다 들었다.


그런데 이제 뭘 하지? Toronto things to do, one day class, 운동 클래스… 계속 검색하다가 창을 닫고 멍하니 창밖을 바라봤다.




나는 집에 있는 걸 답답해한다. 하지만 밖에 나가면, 모든 게 돈이다.


쉬는 날엔 보통 카페에 가서 글을 쓰거나 책을 읽는다. 하지만 카페도 은근 비싸다. 아메리카노는 쓰다고 못 마시고, 빵은 참는 걸 죽어도 못해서 꼭 달달한 음료에 달달한 베이커리를 시킨다. 대신 7천 원짜리 딸기 케이크를 먹고 싶지만 너무 비싸면 4천 원짜리 스콘으로 마음을 달랜다. 가고 싶은 카페가 버스를 타야만 하는 곳이라면 커피값 7천 원에 버스비 3천 원을 더해 계산하고 결국 집 앞 카페로 향한다.


돈이 없다는 건 내 삶을 내가 사랑하지 않는 것 같은 기분이 들게 한다. 나도 나에게 좋은 걸 주고 싶고, 더 많은 세상을 보여주고 싶고, 나도.. 나한테 잘해주고 싶다.


물론 미래의 나에게 좋은 걸 주기 위해 지금의 나는 참아야 하는 건지도 모른다. 지금의 나는 카페는커녕 집에 있어야 돈이 덜 나간다. 하지만 어떤 투자는 나에게 더 나은 미래를 가져다준다.


카페에 가야만 책을 읽고, 카페에 가야만 글을 쓴다면 기꺼이 카페에 가는게 맞다고 생각한다.

그 돈이 아까워서 침대에 누워 스스로를 탓하느니, 차라리 시원하게 만 원을 써버리는 게 낫다.
그 만 원이 열 번 모이면 십만 원이 되고, 십만 원이 열 번 모이면 백만 원이 되겠지만, 그렇게 계산하다 보면 결국
‘내가 이 세상에 없는 게 가장 싸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각자 아껴야 하는 부분은 다르다. 그게 결국 자신을 어떻게 살리고 싶은지의 문제다. 물론 아직도 잘 모르겠다.

어쩌면 단칸방에서 늙어 죽을 미래를 대비해 이 돈을 아껴야 하는 걸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미래를 걱정하느라 지금 이 돈을 쓰지 않는다면, 그 ‘미래의 나’는 아예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나를 살리는 소비를 한다. 내가 어디에 돈을 쓰고 있는지, 그 의미를 잊지 않으려고 늘 되새긴다.


그래도 여전히, 3천 원을 아끼기 위해 같은 곳만 가기보단 한 번쯤은 3천 원을 더 써서 새로운 곳을 가보는 게 내 삶을 더 풍부하게 만든다고 믿는다.천 원을 아끼느라 먹고 싶지 않은 걸 고르기보다, 진짜 먹고 싶은 걸 가격표 보지 않고 고르는 연습도 해본다. 그렇게 조금은 아끼고, 또 한 번씩은 나를 풍요롭게 만들어주는 나만의 균형을 찾아가려 한다.



옷을 갈아입고 노트북과 다이어리를 챙긴다. 조금 더 걸어야 하면 추울 테니 코트를 집어든다.

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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