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쉬는 방법을 모르는데요

by 마늘


나는 원래 직장생활을 할 때 여행을 잘 가지 않는 사람이었다.


3년 동안 다닌 첫 직장은 연차를 내기 쉽지 않았고, 내 수준에서 주말여행에 몇 백을 쓴다는 것은 무리였다. 그러다 모종의 계기로 직장생활을 마무리하고 1년간 세계일주를 떠나게 되었는데, 그때 알게 되었다. 생각보다 장기 여행은 돈이 많이 들지 않는다는 사실을.


그래서인지 며칠 사이에 큰돈을 쓰는 짧은 여행에는 늘 망설임이 앞섰다. 장기여행은 의외로 생활비가 적게 들었다. 생활이 단순해지고, 욕심이 사라지고, 하루의 속도가 느려졌기 때문이다. 오래 머무르다 보니 비싼 곳에 묵을 필요도 없었고, 억지로 모든 걸 해내야 한다는 압박도 없었다. 단기로 일주일짜리 여행을 가는 비용과 한 달을 지내는 비용이 크게 다르지 않은 이유가 거기에 있었다.


그 이후로 나는 1~3년 주기로 직업을 바꿨고, 그 사이사이에 길게 쉬며 장기 여행을 다녀오는 것이 패턴이 되었다. 그러다 보니 내게 여행은 ‘잠시 일상에서 벗어나는 이벤트’라기보다는, 삶의 한 장면을 통째로 넘기는 ‘전환기’에 가까웠다. 그 당시의 나는 이 방식이 현명하고, 나와 잘 맞는다고 믿었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나는 하나는 알고 둘은 몰랐다. 짧은 휴식의 가치를 몰랐던 것이다.



첫 번째. 지속을 위해서는 잠깐의 쉼이라도 반드시 필요하다.


나는 예전부터 스스로를 끝까지 밀어붙이는 사람이었다. 탈진할 때까지 달리고, 가루가 될 때까지 털어내고, 그러다 남은 재를 다시 긁어 모아 억지로 인간의 형상을 만들어 또 움직이던 시절. 그때의 나는 멈추는 것이 오히려 더 어렵게 느껴졌다. “아직 버틸 만한데 굳이 쉬어야 하나?”, “돈을 써 가며 쉬는 건 사치가 아닌가?” 같은 생각들이 나를 계속 몰아붙였다.


최근에도 같은 방식으로 쉬어본 적이 있다. 그런데 이번에는 조금 다르게 느껴졌다. 그런 ‘한 번 무너진 뒤의 쉼’은 온전한 휴식이 되지 못할 뿐더러, 한 번 쉬기 시작하니 오히려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기가 더 어려웠다. 나이가 들면서 어떤 패턴을 벗어나는 일이 더 쉽지 않아지는 것 같았다.


무엇보다 크게 깨달은 점은 이것이다.


번아웃이 와서 더는 버티지 못해 쉬는 것과, 새로운 도전과 변화를 위해 스스로 선택해 멈추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라는 것.



두 번째. 노는 일에도 체력이 든다.


얼마 전 다녀온 디즈니랜드 여행은 이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닫게 했다. 평소의 나라면 선택하지 않았을 일정이었지만, 언젠가 꼭 가보고 싶었던 곳이라 결심했던 여행이었다. 그곳은 반짝였고, 꿈처럼 꾸며진 풍경 속에서 하루가 빠르게 흘러갔다. 그러나 그만큼 에너지도 빠르게 소진되었다.


줄을 서고, 걷고, 또 걷고, 사람들 사이에서 들뜨고 뜨거운 공기를 들이마시며—
‘이게 휴식은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자연스레 들었다.


그런데 나는 그런 여행의 앞뒤로 또 다른 일정들을 가득 채워놓았고, 결국 돌아오는 길에는 설렘보다 깊은 피로가 먼저 찾아왔다. 일상으로 복귀하는 내 몸은 작은 신호들을 보내고 있었지만, 나는 그 신호를 읽는 데 여전히 서툴렀다.



그래서 요즘 나는 ‘적당히’라는 단어를 자주 떠올린다.


너무 늦기 전에 멈추는 일, 즐거움과 휴식을 구분하는 일, 하루의 리듬을 조금 더 느슨하게 만드는 일.
예전의 나였다면 무시했을 선택들이 이제는 삶을 오래 지속하기 위한 작은 기술처럼 다가온다.

나는 아직 완벽한 균형을 찾지 못했다. 아마 그 균형은 평생 연습하며 살아가야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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