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낮잠을 잤다. 생각해 보면 필요해서 잔 거 같다. 낮잠이 필요했나 보다. 잠이 안 올 땐 계속 누워서 빈둥대다 결국엔 침대에서 나오게 되는데 오늘은 기절해서 알람이 울려서 겨우 깰 정도였다. 뭐 알람이 울리기 직전에 대충 의식이 좀 돌아오긴 했는데…. 악몽을 꿨던 거 같기도 하고.
요즘 깰 때마다 얼마나 또 실망스러운 하루를 살게 될지 두려워하면서 깨는 게 정말 싫다. 이 마음을 바꾸고 싶다. 내가 어떤 것을 하던, 목표하던 것을 이루든 못 이루든 그래도 어쨌든 살아있는 거에 감사하며… 라고 하려다가도 감사해야 하는 게 맞나 싶다. 돈을 충분히 벌고 있지도 못하고 미래에도 투자하고 있지도 못한 내가?
세상이 그렇게 말해서 그런지 어떤 건진 몰라도 내 안에는 너무 많은 편견이 있다. 00 해야 되의 많은 이야기가 있다.
30대 후반이면 자산이 어느 정도는 있어야지.
커리어가 어느 정도는 쌓여 있어야지.
능력이 어느 정도는 있어야지
그래도 00은 해야지
같은 너무 많은 것들이 내 머릿속에 박혀 있는데 나는 저 중에 해당하는 거는 하나 없다는게 너무 괴롭다.
저기에서 멀어질 정도로 막장의 삶은 살지 못한다. 그러니까 미래를 하나도 생각하지 않으면서 사는 법은 모른다. 매번 미래를 걱정한다. 미래에는 00을 해야지, 00 해야지 하는 많은 생각들이 있지만 해내는 건 하나 없이 가는 시간에 아득해진다. 올해도 많은 시도들이 있었는데 그래서? 그래서 뭘 해냈는데? 라고, 물어보면 그냥 단두대에 내 목을 대고 내가 그냥 쳐버리고 싶어진다. 저런 생각들은 어디서 온 걸까?
대다수가 하는 생각이라고 인생의 정답은 아니다. 어떻게 보면 나도 그냥 대다수에 끼어서 외롭지 않고 싶은 마음의 발로일지 모른다. 하지만 나는 이미 너무 여러모로 대다수에 속하지 않으며…. 어떻게 보면 내 인생에서 내가 바꿀 수 없는 소수성이 너무나도 많아서 ‘내가 노력하면 될지도 모른다’라고 믿는 부분에서는 대다수가 되고 싶은 건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한편으론 모든 사람은 어느 일정 부분에선 소수자성을 띤다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억지로 누가 정해주지도 않고 나 자신도 그렇게 생각하는 대다수에 뛰어들기 위해서 무언가를 시작하기도 전에 부담을 가질 필요 없다고…. 말하고 싶은데.
생각해 보면 지난 10년간은 부담감에 무언가를 시작하려고만 했다가 멈춘 것들이 자잘하게 쌓인 10년처럼 느껴진다. 나의 30대는 확실히 어떤 부분에선 20대보다 괴로웠다. 20대의 괴로움이 대부분 연애에서 기인한 것이라면 30대의 괴로움은 대부분 나의 기인 했다.
나의 정체성
나의 추구미
나의 목표
내 삶의 방향
나의…
그냥 나의 많은 것
내가 쌓아놓은 벽
내가 쌓아놓은 목표들
내가 쌓아놓은 부담감들
마흔 전엔 그래도
내가 너네처럼 살지 않았어도
너네보다 잘나가- 를
말하고 싶었던 거 같다.
거봐 내가 맞았지?
가족들 봐보세요
친구들아, 봐봐라.
세상아 봐라
그냥 그러고 싶었던 거 같다.
짜치고싶지 않고
목표가 너무나도 높고
그리고 무기력해지고….그냥 그것의 반복이었던 거 같다.
여전히도 저것들을 다 내려놓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그래도 이번엔 50에는 진짜 성공해야지!!!라는 생각보다는….모랄까.
내년부터는 아니 적어도 내년엔 적어도내 안의 이런 많은 편견을 좀 내려놓고 싶다.
그냥 뭐가 돼도 되고
뭐가 안돼도 되고
춤을 추다가 말아도 되고 음악하다가 말아도 되고
그냥 둘 다 하지만 둘 다 잘 못해도 되고
그런 거.
가볍고 편안하게 어떤 결과물을 내는 한 해가 됐으면 좋겠다.
잘 돼야만 하는 증명해야만 하는 것에 의해 시작도 못 하는 부담감과 죄책감과 두려움으로
꽁꽁 뭉쳐서 날개도 못 편 채로 사십 대를 맞이하고 싶지는 않다.
가벼운 2026년이 되었으면 좋겠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