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만의 한국은

by 마늘



근 2년만에 한국에 들어가서 한달정도 있었다. 느낀 점들 생각나는거 위주로.







첫번째. 자전거 빼고 아무것도 훔치지 않는 나라. 도착하자마자 콘센트에 핸드폰이 홀로 꽂혀져 충전되고 있는걸 봤다. 놀랍게도 아무도 관심을 주지 않았다 아무도..

드디어 도착했다. 카페에서 아이패드에 맥북에 주렁주렁 놓고가도 아무도 가져가지 않을걸 알고 편하게 다녀 올 수 있고 지갑을 화장실에 실수로 놓고가도 두시간뒤에 찾으러 가면 그자리에 그대로 있는 나라. 자전거 뺴고 아무것도 훔치지 않는 나라에 도착했다.


두번째. 모든 간판이 한국어다. 모든 사람들이 한국어를 한다. 모든 사람들이 나의 말을 알아듣는다. 나는 사람들에게 정중하게 말할 수 있다. 말할때 무엇을 어떻게 말해야할지 고민하지 않는다. 그냥 말한다. 그냥 눈에 간판이 보이면 읽는게 아니라 안다. 들어야 하는게 아니고 들린다. 그냥 모든 것이 뇌를 크게 거치지 않고 일어난다. 새삼 완전하지 않은 제 2외국어의 나라에서 생활하는것이 새삼 그냥 기본적인 일도 얼마나 품이 드는지, 얼마나 기본적인 에너지가 많이 들었는지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된다.



세번째. 한국은 사람들이 너무 사람을 만진다. 그러니까 그 행위가 너무 자연스럽다. 지하철은 미어터져서 다른 사람 몸이 자연스럽게 내 몸에 붙고 또 지나갈 떄도 자연스럽게 팔로 밀면서 가는 사람들이 많다. 한국에 살면서 그게 크게 불쾌하다고 여겨지지 않았는데 근 2년간 아무도 타인이 내 몸을 만지지 않고 퍼스널 스페이스가 꽤 있었다 보니까 사람들이랑 이렇게 가까이 있는게 너무 어색하다. 불쾌하다고 느껴진다. 말로해주면 참 좋을텐데 우리는 그냥 살짝 사람을 옆으로 밀고 지나가는게 더 익숙하다. 그냥 말로 해도 되는데.



네번째. 맛있는게 참 진절머리 날 정도로 많다. 그냥 다 맛있다. 옜날에 욕하던 비싸기만하고 이쁘기만하고 맛대가리 없다고 욕했던 인플루언서 맛집? 캐나다가면 이게 평균이고 더 비싸다. 아니 이것조차도 엄청 맛있게 느껴진다. 왜이렇게 맛있는게 많고 다 싸고 메뉴판 가격을 그대로 지불하면 된다는게 감동적이다. 저 메뉴판에서 13%세금 붙이고 18% 팁 안줘도 된다고? 그냥 25불이 25불이라고? 근데 이렇게 맛있다고? 이렇게 많이 나온다고? 믿을 수가 없다. 하지만 그 돈이 다 노동자에게 골고루 가는가? 내가 받은 혜택이 나에게 돌아오는 혜택이 아닐 수 있다.



다섯번쨰. 사람들이 너무 화가 많이 나있다. 그냥 공기 부터 느껴진다. 다들 많이 바쁘고 지치고 화가 나있다. 나같아도 이렇게 사람많은데 껴 있고 출퇴근 매번 해야되고 그런데도 돈 없고 누구는 맨날 돈이어쩌구 하는 소리 서울 집값소리 이렇게 살면 당연히 화가 많다. 나도 화가 많았다 한국에서. 어쩔수가 없다. 환경을 이기는 개인이 되긴 힘들다.



여섯번째. 사소한 배려가 보인다. 버스를 기다리는 의자는 자동 온열기능이 있어서 따뜻하게 앉아서 기다릴 수 있고 건널목에는 큰 차양이 드리워져 있어서 그늘에서 기다릴 수 있고 신호등은 이제 빨간불도 몇초 남았는지 알려주더라. 하지만 그 배려들은 멀쩡한 사람들이 더 편하게 살 수 있는 배려다. 여전히도 버스엔 장애인이 없었다. 길거리엔 장애인이 없었다. 출퇴근시간에 유모차를 보긴 힘들었다. 1분 남았다고 뜨면 1분 후에 버스가 도착해야 하는 도시에선, 혹시라도 장애인이 타서 2분이 지체되는 일은 참지 못한다.



한국은 참 좋은 점이 많은 나라다. 참 편리한 나라다. 모든 서비스가 참 좋다. 그러면서도 여러모로 마음이 불편해지는 나라다. 마음이 편한게 좋을지 몸이 편한게 좋을지는 사람마다 다르다. 자기가 참을 수 있는게 다르다. 나같은 경우에도 그냥 주기적으로 나갔다 들어오면서 양쪽의 소중함을 잃지 않으려고 한다. 절대적인 장점이 있는 나라가 어딨겠는가. 자기에게 맞는 것들이 각자 있을 뿐..








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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