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부터 나는 집이 불편했다.
도통 나는 사람과 있는게 편하지 않았다.
웃기는 일이다.
사람을 좋아하고, 사람이랑 어울리는걸 좋아하고, 외로움을 많이 타는 내가 사람이랑 있는게 불편하다니.
그것도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가족이랑.
타인을 너무 사랑하는 나머지 그 사람이 행복했으면 해서, 내가 그 사람을 즐겁게 해 줬으면 해서, 내가 그 사람에게 의미가 있었으면 해서 여러 의미로 지금 이 순간을 같이 즐기는 것 보다 지금 저 사람이 나랑 있는게 편한지, 즐거운지, 기분이 나쁘지 않은지를 살핀다. 어려서 체력이 괜찮았을 땐 혹은 스스로에 대한 이해도가 낮을 때는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지나가게 됐지만 내가 이렇게 예민하고 타인에게 과민하게 반응한다는 것을 알고 나서는, 도무지 사람이랑 있는게 더 불편해졌다.
특히나 그냥 잠깐 잠깐 있는 관계는 언제든 집으로 가서 쉬면 되는데 가족과 함께 하는 공간은 도무지 도망칠 데가 없으니 말이다.
집이 아닌 공간은 집이 아니어서 불편하고
가족이랑 있으면 가족이랑 있으니 불편하고
내 집도 아직은 온전한 거주지가 아니다 보니 뭐랄까
가끔씩은 이 광활한 우주에 맘 놓일 데 한군데 없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뭐 너무 과한 결론일 수도 있겠지만.. 웃긴건 더 과하게 위로를 받곤 하는게, 오랫만에 한국에 와서 아 이제 진짜 집이구나 한국에 왔구나 한걸 느낀건 집이 아니라 내가 자주 가던 카페에 왔을 때 였다.
서울에 있지만 단독주택을 개조해 만들어 사람들이 대부분 수다 보다는 작업을 하러 오고 커다란 창 밖으로 걸린 나무에 새들이 짹짹대고, 조용한 환경에 더 소근소근 대화하는 사람들, 타닥타닥 키보드 치는 소리들 그리고 나 역시도 그 소리들을 배경음악 삼아 노트북 하나를 들고 와서는 그저 밑도 끝도 없이 감정을 쏟아내곤 했다.
많은 것을 가지도고 매번 불안한 나를, 불안해 놓고도 고작 니가 선택한거잖아 라는 말 밖에 못듣는 나를, 누구도 괜찮다고 해주지 않고 괜찮다는 소리를 듣고 싶지도 않고 그래도 또 괜찮고 싶은 나를.
나를 어떤 낯설고 안정적인 장소에 데려다 놓고 가끔 안심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