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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세연 Feb 21. 2023

힘듦 등급표

힘듦 등급표


"그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야. 너보다 힘든 사람들 이 세상에 널리고 널렸어."


힘듦의 기준은 상대적이다. 절박한 상황에 몰려 있는 사람에게 저런 말은 그저 비수를 꽂을 뿐이다. 누군가의 힘듦을 이해하지는 못하더라도 저런 말은 절대적으로 건네지 말아야 한다.


나에게도 힘든 시기는 분명하게 있었다. 무엇하나 주어진 것이 없는 오직 깜깜한 밤만이 존재하는 시기가 있었다. 작은 손전등 불빛 하나만이여도 충분했을 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빛 하나 없어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거리를 혼자 쓸쓸하게 걷는 기분을 느꼈던 적이 분명히 있었다. 그럴 때 나의 힘듦을 누군가에게 힘겹게 꺼내면 그 누군가는 나에게 저런 이야기를 꺼냈었다.


"그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야. 너보다 힘든 사람들 이 세상에 널리고 널렸어."

그 이후 나는 힘듦을 삼키기로 했다.


힘듦은 상대적이다. 절대로 절대적이 될 수가 없다. 차라리 저런 말을 쉽게 건넬 거면 국가에서 정한 힘듦의 등급이라도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등급표를 보니까 너의 힘듦은 B등급에 해당하네. 72시간 동안 우울해하고 울어도 된다고 나와 있어."


힘든 상대를 위로하기 위해 건넨 말이 오히려 누군가를 죽이는 독이 든 말이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힘듦에는 기준이 없으니 힘들어하는 누군가를 만나게 된다며 그저 가볍게 토닥여주자. 그 작은 온기가 누군가에게는 어떠한 말보다 더 큰 위로될 것이 분명하다. 나 역시 그랬으니까 말이다.




글, 신세연.


인스타그램 @shin.writer

메일주소 shinseren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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