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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우주 Jul 03. 2019

내가 게스트하우스에서
일하기 시작한 이유

서울에서 세계여행하기


이곳이 어디일까요? 을지로의 뒤를 이을 힙스터들의 성지, 루인 펍과 카페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는 문래동입니다. 게스트하우스 건물 옥상에 올라가 생전 처음 와본 문래동의 풍경을 감상해봅니다. 낮에는 골목골목 자리한 철공소들에서 간헐적으로 기계 소음이 터져 나옵니다. 해가 뉘엿뉘엿 지기 시작할 무렵, 공장의 셔터가 내려가기 시작하면 힙한 가게들의 네온사인에  하나둘 불이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문래 창작촌 골목의 풍경


나이 서른하나에 게스트하우스에서 알바를 하게 된 썰이 궁금하시겠지요. 게스트하우스에서 일하게 된 이유와 그 공간에서 겪는 다양한 에피소드들에 대해서 하나씩 이야기를 해보려고 해요.


왜 게스트하우스냐?


더 나이 먹기 전에 경험해보고 싶은 분야가 있었어요. 개인적으로 인바운드 여행이나 지역 콘텐츠 개발, 도시(지역) 재생에 관심이 많아요. 이 외에도 관심 있는 분야는 많지만 게스트하우스에서, 그것도 문래동에서 일하게 된 이유가 바로 저 관심사들과 큰 연관이 있었어요. 


'문래동'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


문래동은 서울에서도 도시재생의 아이콘이라 할 수 있는 곳이에요. 좁다란 철공소 골목을 따라 민들레 씨앗이 꽃을 피우듯 힙한 가게들이 생겨나고 있어요. 이곳이 앞으로 어떻게 더 바뀔까요? 보고 느끼고 배울 점이 많을 거라고 직감했어요. 


솔직히 문래동이 을지로나 익선동처럼 핫해지려면 아직 멀었어요. 외국인들에게는 그만큼 덜 알려진 곳이기도 하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외국인 게스트의 비율이 거의 5:5예요. 홍대나 명동에 게스트하우스들이 수두룩 빽빽한데. 이곳을 찾는 외국인들은 어째서, 어쩌다가 이곳 문래동까지 오게 된 걸까요? 


홍대 게스트하우스, 명동 게스트하우스 하면 떠오르는 게스트들의 전형적인 이미지가 있어요. 아직 일한 지 얼마 되진 않았지만, 이곳을 찾는 방문객들은 정말 각양각색이에요. 피부 색깔도, 언어도, 사연도 제각각이죠. 정말 매력적이지 않나요? 


숙소 벽면에 문래동 지도를 재능기부로 그려준 여행자 커플


서울에서 세계여행하기


230일간의 배낭여행을 마치고 돌아와서 가장 많이 듣는 질문 중에 하나가 "또 여행을 떠나고 싶지 않니?"였어요. 가고 싶죠. 그런데 전처럼 간절하지 않아요. 떠나야 할 필요성도 느끼질 못하겠는 게 솔직한 생각이에요. 조금 우습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저는 지금도 매일 여행 중이거든요. 


서울. 얼마나 좋은 도시입니까? 서울엔 모든 게 다 있어요. 제가 좋아하는 산도 있고 강도 있지만, 여행자들로 넘쳐나는 도시거든요. 제가 몇 년 전 여행을 떠나지 않았더라면 서울이 이토록 매력적인 도시라는 걸 아마 지금껏 깨닫지 못했을 것 같기도 해요. 가만히 앉아서 세계여행을 할 수 있는 곳이랄까요. 


북한 여행을 하고 한국에 왔던 아르춈, 노르웨이에서 미혼모의 삶이 어떻게 다른지 알게 해준 멜라니아, 비건으로서 아시아를 여행하는 게 얼마나 도전적인 일인지 깨닫게 해준 에일린, 홍콩에서 민주주의 시위를 적극 주도하고 있는 버네사가 들려준 중국과 홍콩의 이야기. 모두 서울에서 만난 여행자 친구들이 들려준 이야기예요. 


여행을 하는 이유는 사람마다 제각각이에요. 어떤 사람은 관광 명소를 찾아가 인증샷을 찍기도 하고, 세계적인 맛집을 방문한다거나, 공연이나 경기를 관람하는 사람들도 있을 거예요. 저의 경우는 그곳의 로컬(현지인)들을 만나 이야기 나누고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게 여행이 주는 가장 큰 기쁨이었어요. 그런 거라면, 서울에서도 충분하더라구요. 오히려 서울에서의 제 평범한 일상을 세계 각지에서 온 친구들이 더 특별하게 만들어주고 있는 걸지도 모르겠네요. 




나이가 적지 않아요. 

이따금 헤드헌팅 회사라는 곳들에서 이직 정보를 제안하는 연락을 받기도 해요. 대부분 식품회사거나 유통 대기업 같은 곳들의 오퍼예요. 제 커리어가 딱히 제조/유통회사에서 벗어나질 않았기 때문에 그럴 거라고 생각하고, 아직 어딘가에서 연락을 준다는 것이 고맙기도 해요. 솔직히 말하면 제시된 연봉을 보며 마음이 동했던 적도 있었어요. 그런데 다시 그 생활로 돌아갈 수가 없겠더라구요. 어쩌면 아직 정신을 덜 차린 거겠죠. 


그런데 역설적으로 '나이가 적지 않다'는 이유 때문에 이런저런 새로운 일들을 계속해서 저지르고 있어요. 진짜로 '나이가 많아'졌을 때 뭔가 시도할 수조차 없다는 현실 때문에 후회하고 싶지 않거든요. 시간이 흐르며 나이를 먹을수록 좋은 것 중 하나를 생각해보니, 나를 좀 더 깊이 이해할 수 있게 되는 점 같아요. "내가 나를 아는데, 지금이라도 해보지 않으면 나중에 분명 '어유, 그때 한번 해볼걸' 할 게 뻔해!"



너무 많은 이야기를 쓰면 여러분이 스크롤을 내리다가 '어휴, 얜 뭐 이렇게 지 얘기를 장황하게 늘어놨어' 하고 지쳐서 돌아들 나가실까 봐, 오늘은 여기까지 해야겠어요. 


이 매거진을 통해 제 소소한 경험들을 소개하며 '내 우주'를 디자인해보려고 해요. 읽어주셔서 미리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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