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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우 Oct 10. 2023

몸과 마음이 아프기 시작했다.  

이제 슬슬 몸과 마음이 고장 나기 시작하나 보다. 직장 다닐 때도 잔병치레 한번 하지 않고 잘 다녔는데 갑자기 병원 입원이라니.... 몸이 안 좋아 간 집 앞 병원에서 큰 병원으로 가보라는 말을 듣고... 어찌나 무섭던지..

휴직 중에 이게 무슨.... 왠지 억울했다.  그렇게 생각지도 못한  병원 생활을 하고 치료를 받고... 더 건강한 생활을 해야겠다. 이제 나도 이팔청춘이 아니라는 걸 느꼈다.


하지만 이제 시작인가... 이제는 심심치 않게 오는 극도의 공포감이 나를 힘들게 한다. 혼자 있는 시간을 못 견디겠다. 누군가와 있으면 그나마 괜찮다. 진짜 환장하겠다. 어떻게 얘기를 꺼내야 할지 몰라서  아직 신랑한테 아무 말도 못 하고 간호사인 언니한테만 살포시 얘기해서 자주 만나고 있다. 


오늘은 오랜만에 만난 사무실 직장 동료와 점심을 먹었다. 나보고 왜 이렇게 눈물이 많이 졌냐고 뭔 얘기만 하면 눈가가 촉촉해진다고 현재 내 상황에 대해 얘기했더니 병원에 한번 가 보라는 말을 한다. 일어나지 않을 일들에 대한 걱정도 많아진 거 같다고 한다. 


그동안 나에겐 많은 일들이 있었다. 육아휴직 초기 상사의 갑질로 힘들어하는 직원은 병원에서 공황장애로 인한 휴직을 권유받고 이후 육아휴직을 썼고 이후 직장 내 갑질로 신고했다. 나 역시 과거 직장 상사의 괴롭힘으로 힘들어하던 시기에 모아 두었던 자료들을 같이 제출하였다(파일이 오픈되는 날이 올 줄은 몰랐다). 

자료를 정리하면서 내가 이렇게까지 당했구나... 남들은 되지만 나만 못 썼던 연가, 아무도 내가 하는 일은 도와주지 못하게 하는 상황 등등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었지만 상사라는 이유만으로 비굴해지는 내 목소리를 들으니 미쳐버릴 거 같았고 한 마디도 못하는 나 자신이 못 견디게 싫었다. 

이 파일들을 몇 년이 지나서 직접 들은 건 처음이라 후유증이 너무 쎄게 왔다. 며칠을 잠도 못 자고 울었는지 모르겠다.(그래도 난 버텼구나..... ) 


하지만 다른 동료들은 버티지 못했다. 이후 또 다른 직원이 정신과 치료를 받으며 결국 정년 보장된 직장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오래 버텼다. 입사 때부터 그 친구는 괴롭힘을 당해 왔었다. "직원들이 너랑 일하기 싫어하는 거 알고 있느냐". "품위에 맞게 옷을 입고 다녀라" 자기가 싫은 소리를 할 건데 해도 괜찮겠냐고 허락을 맡고 직접 녹음기를 켜놓고 교묘하게 괴롭혀 왔다. 그 친구는 더 이상의 판단을 하지 못하게 되었고 자신이 판단하는 건 모든 잘못된 것으로 인식하며 남에게 피해만 준다고 생각해 버리는 지경이 되었다.    

하지만 퇴사 이유를 자신의 능력에 한계를 느껴 직장을 그만두게 되었다가 상사의 입에서 나온 공식적인 사직 이유였다. 정녕 자신 때문에 그만두는 것을 모른단 말인가...... 


힘겨운 취업란 속에 사무실에서 유일하게 정규직의 퇴사자가 몇 년 전부터 계속 나오는 있는 부서는 우리 부서가 유일하다. 이번에는 3명의 직원이 휴직을 신청하거나 퇴사를 하게 되었다. 하지만 직접적인 폭언과 폭행 등은 이루어지지 않았다며 우리가 낸 증거들은 미약하다고 한다. 심각성은 알지만 이 자료만으로는 현행상 크게 징계를 받지 않을 것이라는 게 현 담당자의 판단이다. 도대체 이게 미약하다면.... 사람이 죽어 나가야 그 심각성을 인정해 주는 것인가...


또한 동료 직원들도 걱정은 하지만 한방에 보낼 거 아니면 어설프게 건들면 우리만 힘들어지지 않겠냐며 한발 물러선 분위기이다. 피해자들이 너무 나약해서 그런 거다. 당당하게 할 말은 해라 그런 애들은 안 괴롭히지 않느냐.... 맞는 말이다. 순하고 착한 아이들 위주로 괴롭히는 건 사실이다. 다음 타자가 누구인지 우리 모두 알고 있다. 그 말을 듣는 나는 바보가 된 거 같았다. 


 난 과거 괴롭힘을 당했었고 버텼다. 육아 휴직 중이기에 충분히 모른 척해도 될 상황이다. 하지만 공황장애가 온 직원의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니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또 다른 피해자가 나오면 안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2차 피해를 생각하고도 힘을 실어주기로 했는데..... 판단을 잘 못한 것인가... 다 나와 같지 않구나... 복직을 하게 되어도 이러한 곳에 내가 마음을 두고 일을 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이젠 어느 누구도 믿을 수 없게 되었다.  왜 죄가 없는 사람들은 자꾸 피해를 보는 세상이 되어야만 하는지 언제부터 이렇게 사회가 삭막해졌는지 이번에 진짜 큰 인생 공부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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