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의 미학

필름사진, 그 안의 감성

by Serendipity

기다림의 미학

요즘 세상에선 찾아보기 참 어려운 말이다.

뭐든지 스마트폰 하나만 있으면 몇 초 내로

하고 싶은 일이 처리가 되는 세상에서

기다림의 미학이라니...


필름사진에서는 이 말이 해당된다.

마치 택배를 기다리는 심정으로

내 사진이 잘 나왔나 기다리게 된다.


촬영하자마자 결과물을 확인할 수도 없고

36장을 전부 촬영해도 볼 수 없다.

필름을 현상하고 스캔 혹은 인화를 하는 과정을 거쳐야

비로소 공들여 찍어낸 36장의 사진을 만나볼 수 있다.




필름사진의 매력은 필름을 고르는 순간부터 시작된다.

촬영자가 찍고 싶은 분위기에 따라서

다른 필름을 선택하게 되는데

필름의 종류에 따라서 완전히 다른 사진이 나오게 된다.


그 후 구도를 설정하고 와인더를 감고 초점을 맞추고

한 장 한 장 찍어나갈 때마다

촬영자의 감정이 필름의 색감에 묻어

세상에 하나뿐인 사진이 탄생하게 된다.


기계식 필름카메라들을 사용하며 와인더를 감을 때

찌르르륵 태엽 소리는 셔터를 누르기 전부터 기대감을 부풀린다. 손 끝으로 느껴지는 태엽의 클릭소리와 함께

빳빳한 필름이 감겨나가는 촉감이 필름사진의 매력을

한 층 더 올려준다. 거기에 낭만 한 스푼 떨어지는 파인더까지 더하면 결과물에 대한 기대감보다는 사진을 찍는 행위 자체에 대한 행복감이 밀려온다.

요즘 디지털카메라에서는 절대 느낄 수 없는 필름카메라만의 그 느낌이 비싼 필름을 계속 찍을 수 있게 해주는 원동력이다.


밝기가 많이 차이나는 환경에서 사진을 찍을 때면 조마조마해진다. 디지털 뷰파인더에서처럼 찍힐 결과물이 바로 보이는 것이 아니라, 노출계를 보며 노출을 ‘예상’하며 찍어야 하기 때문이다. 밝은 부분에만 맞추면 어두운 부분이 까맣게 보이고, 어두운 부분에 맞추면 밝은 부분이 날아가버린다. 물론 후보정 작업을 거쳐 살려낼 수도 있지만 처음에 찍은 원본이 잘 나와야 후보정에서도 살아나기 때문에 항상 긴장을 놓을 수 없다.


디지털처럼 찍고 또 찍고 할 수 없는 필름의 금액 때문에 단 한 장의 사진에서 완벽하게 원하는 장면을 담아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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