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문가의 핸드드립 시작
나는 바리스타가 아니다.
커피에 일가견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저 여유로운 시간에 커피 향을 느끼며 즐기는 것을 좋아할 뿐이다.
항상 카페에 가서 '싱글 오리진 핸드드립' 메뉴가 있다면 원두를 골라 바리스타가 공들여 내려준 커피를 맛본다.
잘 아는 것은 아니지만, 에스프레소 머신으로 내릴 때와 핸드드립으로 내린 커피는 뭔가 달랐다.
무언가 알 수 없는 따듯함이 있고, 풍부한 향이 느껴졌으며, 코로 느끼고 입으로 두 번 느끼는 커피가 나왔었다.
마치 핸드폰으로 찍은 사진과 카메라를 이용해 찍은 사진의 차이처럼 명확하지는 않지만 뭔가가 더 좋았다.
그렇게 핸드드립과 커피에 관심이 생기던 중에 친구에게 장난 삼아 핸드드립 세트를 사달라고 했었다.
45,000원이었기에 가벼운 잔소리나 듣고 끝날 줄 알았는데, 다음날 네이버 선물함을 확인해 보니 우리 집으로 발송되었다는 문자가 찍혀있었다.
예상도 못 했던 일이었기에 부랴부랴 원두를 고르고 드리퍼와 필터를 구입했다.
그렇게 기다리고 기다려서 받은 핸드드립 세트는 생각했던 것보다 상당히 본격적이었다.
카페에서나 보았던 주둥이가 길고 예쁘게 생긴 주전자가 있었고, 내린 커피를 받아낼 수 있는 내열 유리잔과 아날로그식 온도계까지 같이 온 것이었다. 하지만 핸드드립에 대해 잘 알고 있던 것이 아니었기에, 주위 바리스타 친구나 다른 바리스타들이 쓴 글을 참고하며 지식을 쌓아나갔다.
커피를 내릴 때 중요한 것 중 하나는 물의 온도였다.
물을 끓여서 하는 것이라고는 인스턴트커피를 타 마시거나 라면을 끓일 때 쓸 팔팔 끓는 물만 써봤던 나로서는 상당히 어색한 얘기였다.
바리스타분들에게는 미안한 얘기지만 물의 온도가 달라진다고 커피의 맛이 달라질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핸드드립을 해 본 결과 확연한 차이가 난다)
정확히는 93도 즈음이 좋다고는 했으나, 집에 있는 커피포트는 5도 단위로만 온도조절이 가능했기에 감안하고 95도 정도로 맞추고 물을 끓였다.
핸드드립세트에 온도계가 있었기에 조금 더 뜨겁게 끓인 후 온도계를 꽂아 넣고 잠시 식히니 93도를 맞출 수 있었다. 아직 커피 원두에 따른 적절한 물 온도까지는 모르기에 많이들 추천하는 93도를 기준으로 커피를 내려보니 간단하게 물에 타먹는 카누와는 비교할 수도 없는 다른 차원의 커피가 추출되었다.
집에는 전에 선물로 받았던 그라인딩이 되어서 캔에 들어있는 커피 원두가 있었다.
전부터 커피에 아예 관심이 없던 것은 아니었지만, 선물 받은 물건의 가격을 알아보는 건 예의가 아니기도 하고 저걸 집에서 내려먹기는 할까?라는 생각으로 찾아볼 생각조차 하지 않았었다.
그냥 있길래 핸드드립 입문용으로 사용해 보았다. 나중에 찾아보니 한 캔에 7만 원 가까이하는 블렌디드 원두였다. 나는 산미가 있고 과일의 향이 나는 커피를 좋아하는데, 딱 내 취향에 맞는 커피였다. 꽤나 산미가 있었고 가벼우면서 과일의 향이 코끝을 간지럽히는 원두였다.
선물해 주신 분께 상당히 고마운 마음이다.
이렇게 하면 집에서 어렵지 않게(?) 커피 한 잔을 만들어낼 수 있다.
카페에서나 맛보던 향 좋고 맛있는 커피들을 집에서 먹을 수 있는 것부터 좋은데, 핸드드립을 하는 과정과 물이 떨어지며 커피가 추출되는 모습을 보는 것도 참 새로운 즐거움이었다.
앞으로는 다양한 원두를 다양한 방법으로 내려보면서 커피에 한 층 더 빠져볼까 한다.
(다음 장비는 그라인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