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심리학을 전공해 보고 싶어서 대학원에 도전한다. 오후에 수업을 하는 개인 일정상 야간에 수업을 받아야 하는 교육대학원이나 특수대학원에는 갈 수가 없다. 그래서 지원해 볼 수 있는 곳은 일반대학원. 물론 오래전부터 60대 이후의 삶을 위해 상담사가 되어 볼까, 생각은 수백 번 했지만 강한 도전 의식이 생긴 건 얼마 전이다. 갑작스럽게 지원해 보는 만큼 이번이 안 되면 다음 학기에 재도전하거나 다른 대학원을 선택할 수도 있다.
얼마 전에 <마이어스의 심리학 탐구>라는 책 한 권을 빌려서 대강 훑어보기는 했지만 너무 원론 중심의 내용이어서 구술・면접을 준비하기 위한 목적으로 도서관에 다시 갔다. 심리 관련 도서는 많았지만 의외로 전공 서적은 구비되어 있지 않았다. 약간의 허탈감을 뒤로하고 세 권의 심리 관련 책을 빌렸다. 면접 준비용으로 읽을 <현대 심리치료와 상담 이론 - 마음의 치유와 성장으로 가는 길>은 구입하기로 했다.
가볍게 읽을 책으로 빌려온 것은
나의 첫 심리 상담
마틴 셀리그만의 긍정심리학
남편을 모자로 착각한 여자
이 세 권이었고 어제 <남편을 모자로 착각한 여자>는 찜질방에 가서 읽었다. 사실 이 책은 실수로 빌려온 거였다. 어디선가 들어봤던 제목이었는데 집에 와서 보니 그건 올리버 색스의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였다. 아마도 브런치에서 어느 작가님의 글을 통해 보았던가 아니면 모든 책의 제목이 노출되는 ‘밀리의 서재’에서 보았을 것이다. (가끔 저지르는 엉뚱한 실수는 훨씬 더 큰 즐거움을 선사하는 법이다.)
이 책의 저자인 피아마 루자티는 이탈리아 출생의 프랑스 작가로, 2012년부터 르몽드지 웹사이트에서 과학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는 사람이며, 올리버 색스의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를 오마주하여 쓴 것임을 밝히고 있다.
아무튼 <남편을 모자로 착각한 여자>는 흥미로운 그림과 만화 형식으로 되어 있어서 단숨에 읽을 수 있었고 내용 또한 내 관심사 저격이어서 감정의 대방출을 경험할 수 있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이해되고 공감되는 내용이었다.
모든 내용이 재밌고 전개도 시원해서 미용실에서 헤어디자이너가 내 머리통을 벅벅 긁으며 감겨주는 느낌이랄까, 계속 누워서 두피 마사지도 받고 따뜻한 물세례로 두뇌가 정화되는 그런 느낌이었다. 그중 마지막에 실려 있는 내용을 소개한다.
형식을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에 찰칵!! 내용도 보시죠~!!
당신의 꿈이 도둑질당할 수 있다.
머지않은 미래에 타인이 꾸는 꿈의 내용을 실시간으로 훔쳐보는 것이 가능해질 거라고 저자는 말한다. 물론 이미 과학자들 사이에서도 공공연한 사실로 받아들여지는 내용이라 이쯤은 알고는 있었지만~^^ 수면 상태인 뇌의 MRI 이미지와 꿈을 꾼 사람의 이야기를 대조해서 알고리즘을 도출하는 방식이라는 건 처음 알았다. 각각의 알고리즘은 하나의 테마에 해당되며 이 알고리즘을 이용하면 꿈의 1/3 가량을 맞힐 수 있다고 한다. 실험 영상을 보기 전까지는 믿기 어려울 것 같지만 충분히 가능하리라고 본다.
꿈은 창의성을 돕는다.
렘수면은 파라 수면 (paradoxical sleep, 역설수면)이라고도 하는데 이러한 이름이 붙은 이유는 렘수면 동안 뇌 활동은 아주 활발한 반면 근긴장도는 가장 낮은 상태를 유지하기 때문이다. 렘수면에 들어가면 뇌 ‘기저부’와의 연결이 끊겨 감각 정보가 더 이상 뇌에 전달되지 않게 된다. 그리고 시각 영역이 활성화되고 상상 속 이미지가 투영된다. 움푹 들어간 편도체는 감정을 자유롭게 흐르도록 한다. 특히 중요한 점은 전두피질이 대기 상태로 전환된다는 것이다. 반면 논리 및 비판적 사고와 관련된 능력들이 잠시 동안 비활성화되기 때문에 꿈을 꾸는 동안에는 말도 안 되는 상황들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게 된다. 이 점이 창의성을 높게 만드는 것이다.
꿈은 시뮬레이션을 통해 우리를 훈련시킨다.
우리가 무서운 꿈을 꾸는 것은 현실에서 일어날 수 있는 위협적 상황을 미리 시뮬레이션하고 그것에 대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이는 신경학자 르본수오(Revonsuo)가 진화론적 이론으로 설명한 바 있는데 즉, 꿈은 인간의 생존 능력 및 번식과 직결되어 있다고 본다. 실제로 80%의 젊은 부모는 아이가 질식하거나 물에 빠져 죽는 꿈을 꾼다고 한다. 아이를 더 잘 돌보기 위한 일종의 훈련인 셈이다.
예전에 두 아들이 물에 빠지거나 위험한 상황에 처하는 꿈을 꾼 적이 여러 번 있었다. 어떤 땐 아이가 혼자 고립된 공간에서 외로워하는 꿈을 꾸었다. 울면서 나를 찾아 헤맸다. 그런 꿈을 꾸고 나면 난 이렇게 생각했다. '내가 아이를 제대로 돌보지 못해서 꿈이 경각심을 주는구나. 내가 분명히 놓치고 지나간 무언가가 있을 거고. 바쁜 내 현실에만 치중하느라 아이의 마음이나 불안한 정서를 읽어주지 못했거나 아마도 오늘도 아이는 잘 지내고 있을 거라고 막연히 믿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 그리곤 학교 생활이나 친구 관계, 형제 관계 등 아이에게 무슨 문제가 없는지 대화를 나누곤 했다. 혹여나 어느 곳에서 소외되거나 갈등을 겪는 부분이 있는데 말 못 한 일은 없는지에 대해 넌지시 물었다. 그러면 아이는 대체로 괜찮다고는 했지만 그래도 엄마의 관심과 보호를 받는다는 느낌 덕분에 기분이 좋아지곤 했다.
이전에 브런치 글에다 꿈 내용과 꿈에 대한 해석을 남기기도 했는데 꿈을 이해하고 분석하고 소중히 여기는 건 내 인생에서 더 이상 빼놓을 수 없는 항목이 된 것 같다. 위 만화글에 언급된 것처럼 아침에 꾼 꿈은 중요한 메시지를 주기 때문이다. 매일은 아니어도 난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꿈을 기억하고 꿈에 대해 해석하는 일이 잦다. 물론 인터넷에 나와 있는 꿈의 상징성도 참고한다. 이게 미신이든 아니든, 맞든 틀리든, 고대로부터 중요시되어 왔던 꿈의 영역, 무의식의 영역은 나의 의식 세계를 반영하기 때문이다. 내가 소망하는 것들을 가시화하고 새로운 미래를 창조하고 문학적 영감도 제공하는 꿈의 세계는 무척 의미 있고 근사하다. 논리와 이성은 마비되고 비논리와 감정이 무르익어 내 안의 또 다른 나를 만나는 시간이 즐겁다.
내가 꿈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던 건 20대에 프로이트의 《꿈의 해석》을 읽었던 때부터였다. 아마 이 책은 내가 여태 읽은 단행본 중 가장 두꺼운 책이 아니었을까 싶다. 프로이트는 내담자와 상담을 할 때 주로 최면술을 사용하면서 무의식을 추적했고 그들의 꿈을 분석했다. 수많은 사례를 분석하는 과정을 따라 읽다 보면 나도 누군가의 꿈을 해석할 수 있을 것 같은 착각이 들었었다. 그 이후 아마도 난 그 책 내용을 떠올리며 꿈을 나름대로 해석하는 연습을 하지 않았나.
오늘 아침 꿈에는 새끼소가 나왔다. 꿈에서 소를 만난 건 처음인데 어찌 꿈에 나온 소를 모른 척하고 지나갈 수 있을까. 그것도 암컷 송아지였고 그 송아지는 말까지 했는데!! 사실 여기 말 못할 다른 장면도 하나 더 있지만 작가의 자격이 박탈될까 봐 차마 그건 묘사하지 못하겠다. 상징성이 강한 꿈이었다.
앞으로 공부를 더 하게 된다면 상담심리학을 가장 최우선에 두면서 정신분석에 대해 연구해 보고 싶다. 특히 꿈의 세계에 대해. 재작년에는 꿈과 뇌과학을 소재로 혼자 소설을 쓰다 말았는데 올해엔 습작도 완성해 볼까. 잘 알지 못하면서 구상만 했던 것들이 미래엔 현실이 된다는 얘길 들었을 때 혼란이 왔었다. 가설을 내가 이미 알고 있었는데 몰랐던 것으로 기억을 왜곡한 것이었는지, 아니면 정말 아무 정보 없이 내가 구상한 것이었는지. 이게 헷갈렸고 갑자기 흥미가 떨어졌었다. 그때가 브런치 입문하기 전이었던가. 그리고 나서 <달러구트 꿈 백화점>이라는 책이 대박이 났다는 소식을 뒤늦게 듣게 되었고 그때도 기분이 묘했다. 난 그때 그 책의 존재를 몰랐었는데 아마도 무의식과 의식의 경계가 불명확했던 게 아니었을까.
무의식은 의식을 지배한다는 말은 언뜻 보면 무섭고 폭력적인 것 같지만 무의식은 우리가 지각할 수 없는 형태로 숨어있기에 눈치채기 어려운 것일 뿐, 무의식이 없는 사람은 없다. 무의식에 머물러 있던 요소들이 의식에 큰 영향을 준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고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각자의 무의식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무의식!! 연구 대상이다.
이 책의 목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