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구스타프 융이 중년을 말하다

feat. 공부의 희열

by 김혜정


공부라는 것은 바로 이럴 때 희열을 느끼게 해 준다. 얼핏 알고는 있어도 정확하게 확신하거나 장담할 수는 없어서 아마 그러하리라 하고 두루뭉술하게 눙쳐 놓았던 생각이 오오오오오오오오래 전 지구상에 살면서 수많은 업적과 저술을 남긴 철학자, 혹은 심리학자, 과학자 등의 머릿속에서도 발견되었을 때!!! 찌릿찌릿 전기가 내 몸속으로 흘러 들어와 섬광처럼 번뜩이며 뇌의 전전두피질을 강타할 때!! 흔해빠진 납, 철, 구리 같은 금속을 완벽한 금속인 금으로 변환하는 기막힌 연금술처럼 평범한 것들이 고차원적 지식으로 둔갑되는 순간의 쾌락을 느끼게 될 때!!

ㅡ 실은 "아하!!" 하고 작은 탄성을 지르는 순간에 얻는 기쁨이 공부의 희열을 느끼는 순간인데, 좀 거창하게 표현해 봤다!!


《현대 심리치료와 상담 기법》이라는 심리전공 초보자들을 위한 입문서를 읽고 있다. 중고로는 절판이어서 새 책을 주문했는데 얼마나 쌈박한지 모른다. 깔끔한 양장본에 내지도 형광펜 칠하기 아까울 정도로 반들반들. 내용도 쉽고 체계적으로 잘 정리되어 있다. 관심 있는 분들께는 강추!!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을 지나 칼 융의 분석심리학을 공부하고 있다. 생은 어디에서 와서 어떻게 흐르다가 어디로 가는가. 많은 문인들과 예술가들과 과학자들과 비교할 때 평범한 우리들이 살아가는 겉모양은 크게 다를 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속모양과 크기와 무늬는 다를진대 그 다른 점이라 함은 그들은 자기 세계의 지평을 열고 후대에 큰 영향을 끼쳤다는 것이다.



융은 1875년에 스위스의 작은 마을에서, 개신교 목사였지만 표리부동한 성격의 아버지와, 모성애는 있었지만 정서적으로 불안정한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그리고 11세 때, 숙제를 빨리 끝내야 할 때마다 기절하는 일이 반복되는 경험(이 이야기는 다른 책에서 읽었는데!! 제목이 기억이 안 난다!!)을 하고는 그 기절 경험을 통해 신경증이 어떤 것인지를 이해하게 된다. 융은 청소년기에 자신에 대한 회의와 불만을 느끼며 철학 서적을 많이 읽었고 제1 인격과 제2 인격 두 개의 인격이 마음속에서 갈등하는 것을 느꼈다.


그는 진로 앞에서도 깊이 고민하다 할아버지와 같은 의학을 전공하기로 하고 의사가 된다. 그러던 1900년 어느 날, 취리히의 Burkholz(버크홀츠) 병원에서 정신분열증으로 진단되었던 어떤 여자 환자의 증상이 심인성 우울증이라는 것을 밝혀내면서 무의식적인 ‘콤플렉스’의 존재를 발견하게 된다. 이때 동원했던 검사는 융이 자체적으로 개발한 단어연상검사였고 그 방식은 꿈을 통해 과거와 비밀을 밝혀내는 것이었다. 이를 계기로 융은 당대 최고의 심리학자이자 정신분석학자였던 프로이트에게 논문을 보내 1907년에 기적적으로 만나게 되고 <국제정신분석학회>의 회장을 맡으며 프로이트의 후계자가 되는 것처럼 보였으나 ‘성욕설’에 관한 견해 차이로 1913년에 서로 결별하고 만다.


그 후 융은 자신의 심리학을 <분석심리학>이라 명명하고 자신의 내면세계를 분석하는 과정에 돌입한다. 6년 간 정신적인 위기를 겪으며 세상과도 담을 쌓은 고독의 시간을 보내게 되지만 이 긴 시간은 자신의 무의식 세계를 깊이 탐구하고 창조성을 확대해 나가며 분석심리학을 체계화하는 과정이 된다.


첫 번째로 찾아온 공부의 희열


내가 공부의 희열을 느낀 순간은 우리가 현재 잘 알고 있는 개념들을 융이라는 분이 창시했다는 걸 알게 되었을 때였다.


1. 융은 프로이트의 성욕설과 과거에 대한 집착을 거부했다.

분석심리학은 무의식의 존재와 영향력을 중시한다는 점에서 정신분석 이론과 공통점을 지닌다. 그러나 프로이트와 달리, 무의식을 개인의 삶에 방향을 제시하는 지혜로운 것으로 여긴다. 환자가 나타내는 증상의 의미에 대해 프로이트는 과거에 경험한 상처의 결과(인과론적 관점)라고 본 반면, 융은 미래에 나아갈 방향을 보여주는 신호라고 보았다.(목적론적 관점)


2. ‘페르소나’라는 말을 심리학 용어로 탄생시킨 사람이었다.

페르소나 : 라틴어로 ‘가면’이라는 뜻, 개인이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을 드러내는 방식을 뜻한다. 페르소나는 사람이 특정한 상황에서 자신의 감정, 사고, 행동을 조절해야 하는 것을 배우는 데 유용하지만 지나치면 진정한 자신으로부터 유리되어 형식적이고 피상적인 삶을 살게 될 뿐 아니라 순수한 감정을 경험하기 어려워진다. 융의 이론들 중에서도 가장 잘 알려진 개념. (16가지 성격 유형 중 INFJ 유형이 페르소나를 많이 사용한다고 알려져 있다.)


3. 8가지 성격 유형의 창시자가 융이었다.

- 이 8가지 성격 유형은 오래 전에 내가 쓰던 일기장 한 페이지에 기록되어 있다. 이것이 융의 작품이라는 것도 신기하고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mbti 성격 유형의 이론적 기반었다는 실은 더욱 놀라웠다. 물론 어느 정도 관련성은 있을 거라 짐작했지만 진짜라고?

<8가지 성격 유형>

외향적 – 사고형

(외부세계를 지적으로 파악, 자연세계를 탐구하는 과학자)

외향적 – 감정형

(사회적 관습과 타인의 평가 중시, 사회적 활동과 정서적 표현에 적극적이어서 파티의 여주인공)

외향적 – 감각형

(외부세계에 관한 사실을 재빨리 파악하는 현실주의자, 실무에 밝은 행정가나 사업가)

외향적 – 직관형

(외부세계의 새로운 가능성 발견하고 실현하기 위해 활동하는 기업인, 정치인, 신문 기자)

내향적 – 사고형

(내면세계에 대한 사색, 분석에 깊은 관심을 지니는 철학자나 심리학자)

내향적 – 감정형

(감정을 드러내지 않지만 내면에 깊은 공감 능력)

내향적 – 감각형

(내면적 감각을 섬세하게 지각하고 기술하는 심미적 감각이 뛰어난 문인이나 예술가)

내향적 – 직관형

(정신세계의 새로운 가능성을 탐지하는 종교적 예언가, 선지자, 시인)


ㅡ 이 중에서 내 성격을 찾아보자면 과거의 나는 '외형적 직관형' 즉 현실주의자였고 지금의 나는 '내향적 감각형' 문인이나 예술가, 미래의 나는 '내향적 사고형'인 상담학자일 거라고 주장해 본다. 사실 과거에 내가 무엇이었느냐보다 지금, 그리고 앞으로의 내가 어떤 사람이 될 것인가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60대의 나는 내향적 감각형ㆍ사고형인 문인이자 상담심리사가 되어 있을 것이다. 내가 지향하는 바가 곧 나의 모습이기에!! 꿈이 있는 자(나)는 행복하다.^^



그리고 두 번째로 찾아온 공부의 희열

Jung이 중년을 말하다.


융은 인간의 발달 과정을 네 가지 단계, 즉 아동기, 청년기, 중년기, 노년기로 구분했다. 그는 성격 발달 자체보다 무의식의 변화과정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정교한 설명을 제시하지는 않았다.
융이 제시한 발달 과정 중 중년기는 약 35세~40대 후반.
융은 이 시기의 변화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 그가 정신적 위기를 겪었으며 자신의 내면을 재검토하고 꿈과 창조적 작업을 통해 무의식을 탐색했던 경험과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융의 환자 중 대다수가 사회적으로 성공한 중년기의 사람들로서 삶의 의미와 관련된 물음들을 지니고 있었다. 이전에는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되었던 것들이 더 이상 중요하지 않게 느껴지고 인생이 공허하며 무의미한 것처럼 생각되어 우울상태에 빠지기도 했다. 중년기에는 특유의 적응문제가 발생하는데, 지금까지 외부세계에 대한 적응에 사용되었던 에너지가 새로운 정신적 가치로 방향을 돌리게 된다. 즉, 젊은 시절의 외향적이고 물질주의적 관심에서 내향적이고 정신적인 관심으로 변화되거나 확대된다. 개인이 자신의 직업과 가정에서 안정된 자리를 잡아갈수록, 인생의 무의미함과 상실감을 경험할 수 있다. 이 시기는 행동을 통한 외부적 활동보다 내면적 사색과 명상을 통해서 자기를 실현하는 일에 관심을 가져야 할 시기인 것이다.

ㅡ <현대 심리치료와 상담 이론 / p.105~106>


중년기를 그는 35세 이후부터 40대 후반으로 보았지만 길어진 평균 수명을 감안해 볼 때 40대 중반에서 60대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 같다. 이 시기를 살아가는 중년들은 융이 말했듯 삶의 의미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게 된다. 이때가 인생의 흐름을 바꾸거나 새로운 인생을 준비할 거대한 전환점이기 때문이다. 나 역시도 요즘에 매우 중대한 시점을 지나가고 있다. 내 인생 후반전을 준비하는 시간이다. 더 미루면 분명히 후회하고야 말 것 같은 직감 때문에.


그리고 최근 몇 년간 내가 외향적 성격에서 내향적 성격으로 점차 변했던 것이 단순히 코로나 때문이 아니라 중대한 중년기를 지나면서 나의 내면에 더 깊은 관심을 갖게 되고 자기를 실현하는 일을 중시하게 된 것이라는 걸, 너무나 확실하게 알게 되었다. 나의 내면에 생긴 변화를 이렇게 공부하면서 알게 된다는 것이 不亦說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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