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부적인 재능이 있어 보이는 작가들이 너무나 많다. 요즘처럼 독자보다 작가가 많은 시대는 처음이다. 지금 이 세상을 살고 있는 우리에게 이번 생은 다들 처음이라 아마 한 번씩은 놀랐을 테지만 말이다. 글쓰기에 최적화되어 있는 플랫폼은 브런치라고만 알고 있었는데 블로그에도 발을 디뎌보니 만만치 않은 큰 잠재력이 있었다.
브런치는 작가들 사이에 끈끈한 정이 흐르고 서로 간의 소통이 맥을 이룬다는 점과 1년에 한 번 작가를 발굴하고 배출하는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가 열린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 두 가지 모두 엄청난 효과를 지닌다. 소통으로 말하자면 그냥 지나가는 인사 정도에 그치지 않는다. 물론 라이킷을 눌러서 호감을 표현할 수도 있지만 대체로 작가는 정보성 있는 글보다는 자기만의 스토리를 풀어내는 글이 많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작가들은 서로의 인생 스토리를 꿰게 된다. 그리고 출판 프로젝트의 경우는 출판사에서 출품된 작품들, 작년 기준으로 대략 8000 편의 작품들 가운데서 마음에 드는 작품을 대상으로 출간까지 진행해 주기 때문에 브런치의 많은 작가들은 이 가을 시즌에 너도나도 브런치북을 발간한다. 그리고 작년의 경우엔 대상 작품을 포함하여 총 50편의 작품이 수상하는 영예를 얻었다.
그중 특별상을 받은 <손을 꼭 잡고 이혼하는 중입니다>는 사실 내가 1편을 읽자마자 끝까지 내리읽었던 유일한 작품이었다. 회오리바람이 나를 감싸는 느낌이었고 난 태풍 속의 눈이 되어 아주 고요한 가운데 충격을 먹었었다. 결국 그 작가는 현재 대 스타 작가가 되었다. 그저껜가 그 작가의 글에 본인이 직접 올린 팟빵 라디오 녹음본을 잠들면서까지 다 들었다. 겉으로 드러내지 않았던 팬심으로. 아무튼 이렇게 브런치는 글발 좋고 내면도 강한 작가를 발굴해 내는 플랫폼임을 나는 인정한다. 최근 별풍선 쏘아주기 기능을 심은 것도 아마 다른 플랫폼의 수익실현화 구조와 경쟁할 수밖에 없는 현실 탓이리라.
블로그, 새로운 친구
이렇게 브런치에 1년 반 가량 빠져 있을 때쯤 뒤늦게 블로그를 들여다보게 되었다. 남들이 다 보고 감동 다 받고 후기 다 쓴 후에 보는 유명 드라마처럼, 나는 이제서야 블로그의 진가를 알아가고 있다. 사실 유튜브로 알게 된 자청의 <역행자>를 읽고서 나도 블로그로 마케팅을 해야겠다고, 브랜딩을 해야겠다고 마음을 굳게 먹고 뛰어 들어오게 됐는데 이곳 역시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 블로그는 생각보다 브랜딩이 쉽고 인지도가 높아지면 인플루언서 신청을 할 수 있고 그것이 수익실현과도 직결된다. 물론 인지도를 높이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말이다. 그러나 나에게 이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면 ㅡ 자청이 블로그에 아무거나 매일 쓰면서 그것이 빌드업이 됐다고 해서 생긴 선입견인지는 모르겠지만 ㅡ 브런치보다는 마음이 너무 편하다는 것이다. 친정보다 더 편하다. 왜냐. 검열이 없기 때문이다. 자기 검열도 타인의 검열도 없다. 그래서 100일 글쓰기를 조금 더 편한 마음으로 할 수 있다. 편한 친구 정도?
조금 작게는 안 되나요? 너무 크다~~~
이에 비해 브런치에서의 글쓰기는 자기 검열이 엄격하다. 한 편 한 편을 신중히 쓰고 싶다. 그래서 자청을 따라 브런치에 2년 글쓰기를 올리겠다고 했지만 그건 불가능한 일이라고 결론지었다. 성급했다. 작품성 있고 완성도 높은 글을 써야 한다는 초심에 위배된 도발적 발언이었다. 매일 글쓰기는 브런치에 할 수 없다. 나는. (블로그엔 할 수 있다!!) 이것은 브런치를 향한 나의 진심, 브런치에는 나의 정성을 담고 싶은 순수한 마음이다.
다양성이 공존하는 글쓰기 플랫폼
ㅡ 지금이 나를 브랜딩할 때
블로그든 브런치든 인스타든 헤드라잇이든 내가 이용하고 있는 이 플랫폼들은 개성이 각각 다르다. 그 성격에 알맞은 글이 따로 있다. 하지만 일을 하면서 이 네 플랫폼에 각기 다른 글을 생산해 올린다는 것은 실로 몸이 부서지는 일이다. 그래서 고민했다. 항상은 아니어도 가끔은 같은 내용으로 이곳저곳에 올리는 것은 어떨까 하고.
그런데 8월 13일 (일요일)에 다녀왔던 브런치 출간작가들의 강연회(북토크)에서 어느 작가님이 내 가려운 곳을 박박 긁어 주셨다. 본인은 하나의 글을 쓰면 세 플랫폼에 모두 올린다고 말이다. 난 그 강연회에서 그 말을 대어로 낚았다. 위로가 되고 위안이 되는 조언이었다. 훨씬 더 마음이 가벼워졌다.
브런치 작가님들의 강연회, 저 참석했어요~^^
이 모든 건 나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40대 후반이 된 상황에서 나를 브랜딩 한다는 것이 어색하고 낯선 일일지는 모르지만 나는 직관적으로 알 수 있다. 지금이 최적의 브랜딩 시기라는 걸.
어려운 것도 많고 배워야 할 것도 많고 모자란 것도 많지만 여러 개의 열쇠를 쥐고 있는 건 분명 지혜로운 방법이다. 언제 그 열쇠에 딱 맞는 문이 나타날지 모르니.
p.s. 최근에 썼던 글이 다음에 살짝 노출되어 요 며칠 작은 기쁨을 주었다. 브런치는 이런 것도 끊을 수 없는 매력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