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전자책 출간 제의를 받고 그날 바로 글을 올렸습니다. 출간이라는 두 글자에 매혹되어 어리벙벙하면서 과연 꿈인가 생시인가 하는 아득함을 느꼈던 순간이었습니다. 작년 11월 어느 날, 김포시 중봉도서관으로부터 시민독서감상문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으로 입상하였다는 전화를 받았던 날도 그랬습니다. 그렇게 얼떨떨할 수 없었지요.
저에게 무슨 초능력이 발휘되는 것도 아닌데 가진 능력보다 더 큰 결과가 물밀 듯이 들어오는 건 상상 밖의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공모전에서 입상하는 것과 책을 출간하는 일은 하늘과 땅 차이였습니다. 입상하는 거야 그냥 주시는 대로 받으면 되는 거고 그로써 일이 종결되는 것이지만, 책을 만든다는 건 주는 대로가 아닌 내가 그동안 쌓아왔던 글들을 톱으로 갈고 (갈고 나서 버려지는 톱밥은 버려야 하며) 그것을 같은 종류끼리 매듭까지 지어 나가야 할 새로운 일의 시작인 것이었죠.
그럼에도 책 출간에 대한 막연한 의지와 열정은 남 못지않았기 때문에 한번 도전해 보고자 했습니다. 그런데 아뿔사 곧 돌부리에 걸리고 말았습니다.
협의를 진행하다 보니 출판사와 제가 원하는 출간의 방식에 차이가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출판사에서는 전자책을 위주로 출판하시는데 저는 애초에 전자책보다는 종이책 출간에 대한 로망이 큰 것이 걸림돌이었지요. 그곳에서도 종이책을 아예 출간하지 않는 것은 아니었지만 제가 원하는 방식은 아니었습니다. 제 글을 좋게 봐주신 출판사 대표님이 계신 것만으로도 저에겐 큰 기회이고 축복이었지만 심사숙고를 거듭할수록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내면의 목소리가 크게 울렸습니다.
인터넷이나 유튜브만 보더라도 투고를 50번, 100번 했는데 선택을 받지 못했다는 사례가 수두룩합니다. 이게 도전 의식을 방해하고 잠재적인 불안감을 키우는 이유가 되기도 하겠지요.
하지만 작가의 로망이라면 <종이책 기획 출간> 제안을 받고 출판사의 검열과 교정 지원을 받으며 산고의 고통을 이겨낸 후에 책을 출산하는 것이 아닐런지요. 저는 그런 경험을 해보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서점에 갔을 때 내가 낳은 책이 매대에 놓여 있는 장관을 사진으로 기념하는 건!! 생각만 해도 짜릿하지요. (상상 속에만 머무른다 해도 그냥 상상이라도 하렵니다.)
처음엔 전자책 출간만으로도 좋은 기회가 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작년에 쓴 글을 퇴고하는데 장난이 아니었습니다. 고치고 편집해야 할 게 에베레스트 산 정도의 분량이더라구요. 각을 잡고 집중적으로 퇴고를 한다 해도 생각만큼 좋은 책을 만들기는 어려울 거라는 판단도 들었습니다. 브런치 안에서는 자궁 속에 있는 것마냥 편히 자고 있던 글들인데 자궁 밖으로 나온다고 생각하니 벌써 호흡이 곤란해질 지경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렇게 진땀을 빼면서 공들여 쌓은 탑을 내 로망의 실현으로 바꾸지 않으면 크게 후회하리라는 판단이 들었습니다. "지름길 말고 우회길로 가자."
들어온 기회를 자발적으로 포기하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하지만 기회는 단 한 번만 오는 것이 아닐 수도 있지 않습니까?기회는 준비된 자에게 오는 거라는 믿음을 가진 저는 준비를 계속 해야 하는 사람이구요. 그리고 진짜 원하는 기회가 왔을 때는 뒤돌아보지 말고 잡아야 하겠죠.
곧바로 출간하는 일은 없어졌지만 편집하는 작업은 조금씩 해보려 합니다. 저는 아직 더 여물어야 하는 사람이니까요.
<꿈 이야기>
아침에 꿈을 엄청 많이 꿨어요. 편집된 장면 장면마다 의미심장했는데 그중 하나는 이번 출간 취소 사건을 반영하는 것 같아 여기에 적어 봅니다.
파도가 일렁이는 깊은 바다 앞에서 저는 승용차를 타고 전진하려고 했습니다. 승용차를 운전하는 중에 바다를 만난 것이죠.조수석에는 누군가가 같이 타고 있었어요. 바다 위 왼편에는 배인지 트럭인지 그 안에 남자 두 명이 타고 있었는데 저에게 후진하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수신호를 보내주었습니다. 저는 직진하려던 생각을 멈추고 후진을 하려고 하다가 꿈에서 깨었습니다.
이 꿈은 제가 추진하던 일이 중단되고 후퇴하는 상황을 보여 줍니다. 꿈속에서 마음이 크게 놀라거나 그리 당황하지 않은 건 그동안 고민을 많이 하면서 생각을 정리하는 과정이 있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여요. 바다가 잔잔하지 않고 일렁이면서 나를 향해 덮쳤던 건 내게 닥친 상황이 평온하기보다는 혼란할 수 있었음을 암시하는 것 같아요. 꿈보다 해몽이지요.
아무튼 좋은 소식 전했다가 손바닥 뒤집듯이 좋지 않은 소식으로 바꾸어 와서 죄송합니다. 그러나 누구나 실수도 하고 실망도 하고 실패도 하는 법이니 넓으신 마음으로 이해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저는 이번 기회에 출간 방식(기획 출간/ 반기획 출간/ 자비 출간)에 대해 제대로 알게 되었습니다. 예비 작가님들도 미리미리 공부해 놓으시면 아마 저처럼 헤매는 일이 없으실 거예요~^^ 예비 작가님들의 출간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