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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혜정 Aug 29. 2023

이토록 평범한 미래

행복은 지금 여기에 있다


사람들은 인생이 괴로움의 바다라고 말하지만, 우리 존재의 기본값은 행복이다. 우리 인생은 행복의 바다다. 이 바다에 파도가 일면 그 모습이 가려진다. 파도는 바다에서 비롯되지만 바다가 아니며, 결국에는 바다를 가린다. 마찬가지로 언어는 현실에서 비롯되지만 현실이 아니며, 결국에는 현실을 가린다. '정말 행복하구나'라고 말하는 그 순간부터 불안이 시작되는 경험을 한 번쯤 해봤으리라. 행복해서 행복하다고 말했는데 왜 불안해지는가? '행복'이라는 말이 실제 행복 그 자체가 아니라 이를 대신한 언어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언어는 어떻게 말하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그 뜻이 달라질 수 있다. 인간은 살아가면서 이야기로 자신의 정체성을 만들어간다. 이야기의 형식은 언어다. 따라서 인간의 정체성 역시 어떻게 말하느냐에 따라 그때그때 달라진다. 이렇듯 인간의 정체성은 허상이다. 하지만 이렇게 규정하는 것도 언어이므로 허상은 더욱 강화된다. 말로는 골백번을 더 깨달았어도 우리 인생이 이다지도 괴로운 까닭이 여기에 있다.

- 이토록 평범한 미래 / 김연수 소설 / p.18~19 중



이토록 한 문장 한 문장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고 마음 깊이 공감되고 '내 마음을 긁어주는 문장들이 어떻게 여기 한 자리에 모였지' 싶은 문장들이 있었던가? 어제 새벽에 이 페이지를 읽으면서 얼마나 마음이 벅찼는지 모른다..



40대 중반이 넘어가면서 나는 행복을 깊이 느끼기 시작했다. 물론 30대 초반부터 교회를 다니고 신앙을 가지면서 삶의 모든 순간에 감사하고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지긴 했지만 진정한 행복의 가치를 몸과 정신으로 느낀 것은 비교적 최근이다. 많은 사람들이 삶의 목적을 행복에 두고 행복하기 위해 산다고 말한다.



그러나 '지금 행복한가'에 대해서 그렇다고 대답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곧바로 대답하는 경우는 더 드물다. 주변의 지인들 뿐만 아니라 지금 내가 가르치고 있는 학생들 가운데도 한두 명밖에 없을 정도다. 절대적인 신을 믿는 신앙인들조차 현재가 너무 불행해서 제발 평안하고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기도 제목을 내놓는 사람들도 많고 제발 이것만은 이루어졌으면 좋겠다고 복을 바라는 경우도 태반이다. 행복을 운운하지만 실제의 삶이 행복하지는 않은 사람들로 세상은 가득 차 있다.



언젠가는 남편에게 물은 적이 있다. 요즘 행복하냐고. 남편은 극 내향형의 성격인 탓도 있지만 잠시 본인이 행복한지 생각하느라 뜸을 들였다. 그리고 나의 거듭된 질문에 딱히 모르겠다고 답했다. 살짝 당황스러웠다. 아~ 나와 함께 살고 있는 배우자도 행복한 삶을 살고 있지 않구나. 난 이어 말했다. 나는 행복하다고. 난 지금 살아있는 것 자체에 감사하고 행복하다고. 오늘 내가 생을 마감한다 해도 만족하리만큼 나는 여태까지의 생이 행복했고 지금도, 곧 다가올 미래도 행복할 거라고.



그냥 나는 행복하다고 느끼며 하루하루를 산다. 순간이 행복하고 순간이 기적이다. 오늘도 내가 살았음이 행복이고 기적인 것이고, 내가 누군가에게 아주아주 미약하나마 영향을 끼쳤음이 행복이고 감사인 것이다.



그런데 간밤에 읽었던 책에서 저자는 이야기 속에다 이런 말을 했다. 인간은 살아가면서 언어로 자신의 정체성을 만들어 간다고. 물론 언어는 허상이므로 인간의 정체성도 허상이 되는 것이지만 그 허상 안에 자기가 온전히 거하면 어떻게 되는 걸까? 행복하다는 그 언어를 빈 껍데기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자기 존재와 치환할 수 있는 언어로 만든다면? 그러면 우리 존재의 기본값은 찐 행복이 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인생에 우여곡절과 예기치 않은 불행이 없다면 말이다.



그렇다. 우리는 예기치 않은 불행과 만날 때 행복의 레일에서 벗어나게 된다. 매일을 행복하다고 긍정했다고 해도 갑작스럽게 닥친, 수용하기 어려운 일을 겪게 된다면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불행의 노선으로 갈아타게 된다. 마치 고장 난 열차처럼.



행복은 영원할 수도 있고 영원하지 않을 수도 있다. 이것은 말해봤자 소용없는 짓이다. 그 행복의 소유는 말을 내뱉는 순간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말을 내뱉은 사람의 정신 속에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어떤 자세로 살아가야 할까.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행복은 가진 자의 것이기에, 말로 형용하는 것도 좋고 (형용할 수 없을 만큼 행복해서) 형용할 수 없는 것도 좋지만 그 행복은 포도에 꽉 찬 알맹이처럼 자기 내면에 꽉 차 있어서 흡족한 맛이 나면 좋겠다고.


진정한 행복이란 지금, 여기에서, 내가 가진 것에 만족하는 것이니까.



어제 주문한 복숭아맛 모구모구가 새벽배송되었다.^____^

바로 이런 게 꿀맛 행복이 아닌가!! 오늘 건강 검진일이라 10시까지 금식이다. 아~ 먹고 싶다다다다!!! 그래도 참을 수 있다. 미래의 모구모구이미 나에겐 행복 맛이니까^^


편의점에서는 1700원, 아이스크림 가게에서는 1300원인데 쿠팡에서는 880원!!!!!



행복은 미래에서 대출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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