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토요일 수업이 끝나면 거의 대부분은 집으로 향한다. 집에 가면 두 아들은 티브이로 음악을 틀어놓거나 유튜브를 보고 있고 큰아들은 학원에 가있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오늘, 수업이 끝나고는 갑자기 마라탕이 먹고 싶어졌다. 공부방에 같이 있던 작은아들에게 같이 마라탕을 먹으러 가자고 청했다. 마라탕을 좋아하는 작은아들과 나는 동네를 떠나 옆옆옆 17분 거리의 옆동네로 마라탕 탐험을 곧바로 나섰고, 합의가 되자마자 나는 또 다른 아이디어를 제안했다. 마라탕을 먹고서 카페에 가자고.
지난 주말에도 파주에 있는 스타벅스에 가서 두 시간을 있었는데 지금도 그때와 비슷하다. 나는 제안하고 작은아들은 흔쾌히 수락하고. 작은아들은 밥도 카페도 집 근처보다는 멀리로 가자고 했다.우리 둘째는 음악을 열렬히 좋아하는데 드라이브를 하는 동안 자기가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여행하는 느낌을 받고 싶어서라고 했다. 좋다. 나도 좋다. 드라이브하면서 음악 크게 듣고 여행 아닌 여행 하는 거. 작고 사소한 행복감 쪼개고 쪼개서 일주일을 행복할 수 있는 거. 사실 행복한 순간을 쪼갤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라면 일주일이 뭐랴, 한 달이고 육 개월이고 일 년이고 평생이고 행복할 수 있는 것을. 나는 그런 경지에 들어간 착각에 빠진다.
지금 내 앞에 앉아 있는 작은아들은 6시 반부터 시작한 스테이지 공연 무대에 진심 어린 박수를 리듬감 있게 보내고 있다. 카페가 쾅콩 울리고 있다. 앗참! 지금 여기는 대형 카페다. 마라탕을 먹고 자리를 털자마자 이곳으로 6분 만에 이동했다. 대형 카페에 처음 와본 우리 둘째는 넓은 공간과 화려한 조명, 인테리어를 무척 마음에 들어 했다. 무대 위에 놓여 있는 드럼과 그랜드 피아노, 일렉 기타를 연주하는 사람은 없지만 두 라이브 가수의 노래가 카페를 가득 메워주고 있으니 좋다나도. 이런 분위기. 장르 따지지 않고 그냥 MR에 노래 듣는 거. 국적 가리지 않고 누가 무대에 서든 응원해 주고 박수 보내주는 거. 차별이 없고 마음이 관대한 둘째 아들이랑은 어떤 걸 같이 해도 마음이 편하다. 남편보다 편하니 어쩜 좋냐.
머라이어 캐리의 HERO가 흘러나온다. 내가 좋아했던 곡. 좋다. 캬~~
이제 6시 반 공연이 끝나고 쉬는 시간이다. 7시 반에 다른 가수가 온다. 지난 12월 24일 크리스마스이브에 교회식구들과 송년회로 만나 점심 먹고 이곳 카페에 왔다가 라이브 공연하는 걸 처음 알았는데 오늘 직원에게 물어보니 매일 공연이 4회에 걸쳐 있었다. 멀리 미사리를 가지 않아도 이렇게 가까운 곳에서 기분을 낼 수 있다니. 작은아들이 함께여서 너무 좋다. 대화에도 장벽이 없고 공감대도 넓은 나의 소울 메이트.
둘째 아들이 내일은 교회 중고등부에도 가겠다고 한다. 몇 달 만인지. 코로나 이후에 중ㆍ고등부가 통합되어 예배를 드리고 있는데 1월생 친구들을 위해 내일은 생파를 해 준다고 카톡방에 초대되었다며, 내 유전자를 닮아선지 거절을 못 하는 둘째가 얼마 전에도 신은 없다고 하더니 내일은 간다고. 내 입 백 번 이용하는 것보다 중고등부 전도사님의 카톡 초대 한 번이 이렇게 전도율이 높을 줄이야.
이제 초등을 갓 졸업하고 중1이 되는 둘째가 중고등부 예배를 통해서도 신앙이 회복되고, 또 드럼 봉사도 했음 좋겠다. 크리스마스 축제에 초대하는 친구의 손 편지를 1월에서야 우편함에서 발견하고는 너무 미안해하며, 이거 보낸 거 알았으면 크리스마스 축제에도 갔었을 거라고 한 둘째. 엄마가 아무리 가자고 해도 요지부동이더니 이젠 제 발로 간다는 거, 이건 주님의 인도하심일까, 친구를 향한 미안함 때문일까. 아무튼 난 좋다. 모든 일이 정으로 가고 있으니.
지금 7시 30분 공연이 시작되었다.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가 어쿠스틱 기타에 잘 어우러지는 60대 정도의 라이브 가수분의 목소리로 불리어졌다. 제 명을 다 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 이들이 그리워지는 토요일 저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