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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혜정 Jan 07. 2024

너는 나를 지지고 굽지


내가 만든 쿠키이이이이이이~~

너를 위해 구웠지이이이이이~~

But you know that it ain't for free, yeah


갑자기 이 노래가 왜 떠오르는 거지?




내가 가는 찜바아아아아아앙~~

나를 위해 지졌지이이이이이이~~  

But you know that it ain't for free, yeah


my best hot place 이곳

찜질방 너는 나를 지지고 굽지~~

니가 원한다면 언제든지

일 년에 반이라도 갈 수 있지~~


식사는 없어 배고파도

음료는 없어 목말라도

쫄깃한 떡볶이 왕대접만 있으면

내 맘속은 천국이지~~


내 땀을 쏙 빼가도 좋아~~

내 옷을 흠뻑 적셔도 좋아~~

나를 지지고 구워줄 너만 있으면

내 몸을 받아줄 매트 한 장만 있으면 돼.




어제는 큰아들과 함께 my best hot place 찜질방에 갔었고 지금은 작은아들과 파주에 있는 스벅에 와 있다. 아들들이 선호하는 장소가 달라 개인의 취향에 맞춰 각각의 데이트를 즐기니 불역열호不亦說乎!!



내일 연재할 글을 쓰려고 스벅에 왔는데 갑자기 '내가 만든 쿠키~~'가 떠올랐다. 딸기 음료랑 하트 파이를 주문해서 하트 파이를 한 입 베어물자마자 눈 깜짝할 사이에 일어난 일이었다. 우리의 뇌는 잠시도 쉬지 않고 일을 하려고 한다더니 시키지도 않은 일을 벌이는 생각 덕분에 나는 오늘 쓰려고 마음먹었던 글은 잠시 접어두고 유치하면서도 재밌다고 스스로 느끼는 노랫말 가사를 타닥타닥하고 두드려 재꼈다. 크크킄.



사실 어제 찜질방에 가서 떠오른 소재가 있었다. 바로 전쟁터다.



원래는 일요일에 찜질방에 가고 싶었는데 찜방 메이트인 큰아들이 일요일에 친구들과 선약이 있다며 토요일에 가기를 원했다. 그리하여 할 수 없이, 토요일 오후 수업을 끝내고 저녁 6시에 찜질방에 도착. 예상 밖으로 공용실이 인파로 가득했다. 일요일 저녁 6시라면 다음 날의 출근 혹은 등교를 위해 자리가 비워지기 마련인데 토요일 저녁은 그렇지 않았다. 발을 디딜 틈이 없었다. 자리를 물색하다 어느 한 곳에 베개만 하나 놓여있을 뿐 개인 짐이 하나도 없는 것을 발견했다. 나는 얼른 그곳으로 파고 들어갔다. 매트 위에 온전히 서서 다시 한번 사방을 둘러보았다. 그때 내 앞쪽에 있던 어떤 40대로 보이는 (내 또래) 아주머니가 나를 빤히 쳐다보는 시선을 느꼈다. 그 즉시 나는 그분의 눈을 내 동그란 눈과 맞추며 "여기 자리 있어요?"하고 물었다. 내 또래로 보이는 그 아주머니는 "아, 아니요. 몰라요~." 하면서 시선을 거두었다. 자리에 임자가 있는지 물어본 행위가 조작된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함부로 남의 자리를 탐하지는 않는, 그래도 일말의 양심을 지닌 현대인이라는 생각을 무의식적으로 내까리며 나는 그 자리를 지체 없이 점했다. 그리고 곧이어 공용실에 들어와 전화를 걸어온 큰아들에게 손을 흔들어 보이며 "여기야, 여기" "이 자리에 사람이 없는 것 같아 간신히 앉았어." 했다.



찜질방에 사람이 꽉 찬 것을 최근에 많이 겪었다. 크리스마스 전 주, 엄청 추었던 날에 남편이랑 갔던, 서울 3대 찜질방 중 한 곳인 숲속한방랜드(서대문구 봉원동)에서도 발 디딜 틈이 없어서 2층 오락시설과 노래방, 러닝머신(한 대) 등이 빼곡한 좁은 거실을 이용했고 말이다. 내 자리를 물색하는 행동을 하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엄청 긴 가래떡이랑 달콤한 고구마를 숯불에 구워 먹을 수 있는 서울의 한방숲속랜드, 사이 좋은 냥이 두 마리가 서로 뽀뽀한 후 모델처럼 5분 간 포즈를 취함. 사진 찍으라고~~



같은 공간인데도 불구하고 사람이 없을 때면 그저 아무런 생각이 없고 오히려 편안하고 심하면 지루해지기까지 하는데 인파가 넘쳐나 내 한 몸 뉘일 공간이 없으면 참으로 옹색해지고 초조하고 불안해지는 마음을 갖게 된다는 생각. 내가 누리고 있는 상태라면 누가 어느 곳을 점했든 신경 쓸 필요가 없고 내가 점한 곳을 빼앗기리라는 상상조차 의미가 없지만, 같은 공간을 두고 많은 사람들이 경쟁을 하는 상황이 되면 그 공간을 함께 이용하는 사람들은 더 이상 평화로 공존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라는 생각. 나와 너로 갈리게 되는 그곳은 이미 공용의 영역을 벗어나 자기의 것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더 이기적으로 변해가는 사람들이 함께 있는 것일 뿐이라는 생각.



물론 이런 생각은 현실적으로 지나친 생각이다. 하지만 이것을 확대하면 <콘크리트 유토피아>가 되고 윌 스미스가 나온 <행복을 찾아서>의 노숙자들이 된다. 남이 먼저 차지하면 내 것이 없어지고 내가 먼저 차지하면 남의 것이 박탈된다. 자본주의 사회는 그런 것이다. 무한의 경쟁 사회다. 내가 가진 것에 만족하지 않으면 사회는 진흙탕이 된다. 생계를 유지할 수 없는 사람에게 일용할 양식을 나누어 줄 선량한 사람이 없으면 우리의 경쟁 사회는 아수라장이 된다.



넓은 땅 가운데 내가 점할 작은 공간이 없는 것은 슬픈 일이다. 하지만 무리수를 두고 남의 공간을 빼앗는 것은 잘못된 일이다. 그렇다면 한정된 공간을 갖고 어떻게 공존해야 바람직하다는 생각이 들까. 이랬으면 좋겠다. 내가 이미 점하고 있는 공간이 너무 넓다는 것을 본인도 알고 남들에게도 뻔히 보인다면 본인이 스스로 다른 사람에게 내어 주는 것이다. 찜질방의 한정된 공용실에서 1인 1매트라고 버젓이 쓰여 있는데도 1인 2매트를 쓰고 있는 사람이나, 이미 본인은 자리를 떴는데도 그 자리에 임자가 있는지 없는지 헷갈리게 하는 사람은 자리를 찾아 헤매는 사람들이 쓸데없이 눈치를 보지 않고도 빈자리를 1인 1매트로 이용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이다. 이것이 자본주의 사회 안에서 서로 윈윈하는 방법이 아닐까. 사람들이 빼곡한데도 1인 2매트 혹은 2인 3매트 사용하시는 분들은 주의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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