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by 김혜정


[1부]: 꿈의 조각


대학교 강의실, 텁텁한 공기 속으로 교수의 질문이 화살처럼 날아왔다. "어느 대학에 가고 싶나?" 이미 대학원생인 내게 던져진 질문은 시공간을 뒤틀어 놓았다. 옆자리 동료는 망설임 없이 '인하대'라 답했지만, 내 입술은 점토처럼 굳어 떨어지지 않았다. 머릿속에 '인천대'라는 단어가 부표처럼 떠올랐으나, 마음은 그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내 갈 곳은 거기가 아니라는 명징한 거부감. 결국 나는 대답을 잃은 채 강의실을 나섰다.


장소는 순식간에 낯선 공간으로 바뀌었다. 밀어를 나누는 듯 친밀해 보이는 남녀 동료 사이에서 나는 이방인이 되었다. 나는 2시간 안에 다른 지역으로 가야 했다.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스마트폰 속 지도는 먹통이었다. 길을 찾지 못한 채 그들의 분위기에 휩쓸려 1시간을 흘려보냈다. 불안이 발목을 잡았다. 남은 1시간 안에 도착할 수 있을까. 걱정스러웠다.


또 다른 공간. 해외 여행지의 숙소 근처였다. 남편, 어려진 두 아들과 함께였다. 남편은 본인이 공들여 짠 계획이라며 들뜬 표정으로 앞장을 서는데, 아니 웬걸, 예전에 왔던 베트남인 데다 허름한 숙소마저 같았다. 실망감이 살짝 고개를 드는 찰나, 나는 이내 생각을 고쳐먹기로 했다. '이건 아이들이 나중에 혼자 올 때를 대비한 예행연습이다.' 아이들이 지금을 회상하며 미래에 자유를 만끽할 수 있는 시간이 온다면, 지금의 이 예행연습은 값진 추억이 되리라. 마음을 다잡고 둘째 아들과 단둘이 거리를 거닐었다. 그러다 빼꼼히 열려있는 문틈 사이로 근사한 숙소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우리는 조심스러워하면서도 성큼성큼 안으로 들어갔다. 나는 뽀얀 침대 위에 살포시 앉았고 어린 아들은 마냥 신나 했다. 예약 손님이 올까 봐 가슴 졸이는 내가 부끄러웠다. 아들한테도 내 마음이 전해졌을까. 남의 방을 눈으로 도둑질 한 나는 속으로 말했다. "조금 더 돈을 벌면, 언제든 이 방에 올 수 있어. 아들아. 마음 놓고 즐거워할 수 있어."





[2부]: Gemini의 시선


해석: 무의식이 보낸 세 가지 상징 (Symbolism)


이 꿈은 현재의 심리적 과도기를 세 가지 층위로 보여줍니다.


1. 대답하지 못한 대학(목표의 불일치): 상담심리 대학원생으로서 논문과 진로를 고민하는 현재, '남들이 정해놓은 기준이 더 이상 내 열망을 채워주지 못함을 의미합니다. 단순히 학위를 따는 것을 넘어, 나만의 독창적인 학문적 목적지를 찾고 싶은 무의식적 욕구가 투영되어 있습니다.


2. 지체된 시간(실행의 압박과 환경적 저항): 타인의 관계나 주변 상황에 에너지를 빼앗겨 정작 내 목표(지하철 이동)를 향해 나아가지 못하는 현실적 피로감을 상징합니다. 마감 기한이 정해진 과업(논문이나 사업)에 대한 압박이 '1시간의 지체'라는 구체적 숫자로 나타난 것입니다.


3. 반복되는 숙소(모성적 책임과 자아의 독립): 이미 가본 곳을 다시 가는 행위는 자녀의 독립을 돕는 '조력자로서의 삶'을 의미합니다. 그러나 마지막에 발견한 좋은 숙소에서 '내 돈 내고 즐기겠다'라고 다짐하는 대목은, 누군가의 엄마나 아내가 아닌 '온전한 주체'로서 보상받고 싶은 자아의 성장 욕구를 암시합니다.




[3부]: 나의 사생활


나의 삶: 이제는 나의 방으로


쉰 살의 나이에 다시 펼친 전공 서적과 일터에서의 책임감은 때로 나를 길 잃은 학생처럼 만든다. 24년 차 교육자이자 상담 심리를 공부하는 대학원생, 가족의 안녕을 책임지는 엄마, 그리고 엄마의 딸. 이 다층적인 역할 속에서 나는 자주 '내 마음이 가고 싶은 진짜 목적지'를 묻는 질문 앞에서 벙어리가 되곤 한다.


꿈속에서 목표 대학을 답하지 못한 이유는 내가 욕심이 없어서가 아니었다. 적당한 타협안이 내 영혼을 만족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남들이 좋다고 하는 길, 혹은 익숙한 길은 안전할지언정 설레지 않는다. 나는 어디로 가야 할까. 나에게 가장 적합한 곳은 어디일까. 고민에 아직 나는 답을 하지 못했다.


지난 월요일 논문 프로포절을 마치기까지 긴장과 불안의 끈을 놓지 못했다. 월요일이 지나고 어제 하루는 편안했다. 하지만 마음에 평안이 깃들기 무섭게 오늘 아침 꿈은 무의식을 보여주었다. 이제 논문 연구에 박차를 가해야 할 시점이다. 다음 주 월요일까지 IRB 심사 신청을 마쳐야 하고, 인터뷰이를 모집해야 한다. 근거이론을 선택한 이상, 논문을 이번 학기에 마무리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깊은 한숨이 몰려온다. 산 넘어 바다를 보고 싶은데, 왜 자꾸 산을 넘으면 또 다른 산이 기다리고 있는가. 인생은 이다지도 험난한 것인가. 1년을 공들여 논문을 다 쓰고 나면 다시 상담수련을 시작해야 하나. 그다음엔 한상심 2급 자격증을 따고 또 1급을 따서 상담사가 되어야 하나. 그 길이 정말 나에게 맞는가. 아니면 이 모든 건 부질없는 욕심이려나.


서너 가지를 거뜬히 했던 나는 과거의 나다. 두 가지만 병행해도 이제는 벅차다. 쉬고 싶다. 이제는 조금 더 편안히 가고 싶다. 꿈은 나의 압박감을 보여준다. 나는 편안하다, 나는 행복하다, 나는 정말 모든 걸 다 가진 사람이다,라고 나는 자주 말하지만, 갑자기 몰려오는 부담감은 나를 무너뜨린다. 쉬고 싶다. 화사한 침대 위에 벌러덩 누워서 아무 생각 없이 쉬고 싶다. 아침나절 간간이 쉼을 허락하는데도 나의 정신은 아직 더 큰 쉼을 원한다. 나약해지지 않으려고 정신줄을 붙잡아도 새로이 차오르는 의무감과 책임감이 꼿꼿이 고개를 쳐든다.


나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지, 어느 길이 나에게 맞는 것일지 누군가에게 묻고 싶다. 돌아보면 현실은 편안한 게 맞는데,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끌어당겨 편안함을 밀어내는 내가 참 아이러니하다.


이제 잠시 쉬러 가자. 나만의 방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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