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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의 2%, INTJ

쓸모있는 성격 검사, MBTI

by 김혜정


내 생애 최초의 MBTI

5년 전쯤 가족 여행으로 강화 펜션에 갔던 날 처음 해보았던 성격 검사. '엄격한 관리자' ESTJ가 내 성격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상황에서 일하는 것을 추구하며 정직하고 현실적이며 위풍당당한 사람이라는 설명이 꽤나 나에게 맞다고 느껴졌다. 관련 직업으로 제시된, 관리자ㆍ감독관ㆍ공무원ㆍ교사ㆍ군 장교ㆍ감정평가사ㆍ의사ㆍ판사ㆍ변호사ㆍ은행장 등을 보고는, 그래, 과거로 돌아가 머리 싸매고 다시 공부하면 몇 두세 가지는 할 수 있겠다 싶은 막연한 기대감도 들었다.



코로나 이후 달라진 나의 MBTI 결과

그런데 코로나 이후 홀로 있는 시간이 많아지고 인간관계의 느슨함이 내면의 강박을 무너뜨리고 심리적 편안함으로 스며든, 2년 여가 지난 어느 날 내 성향이 많이 변하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최대한 솔직하게, 기존의 습관적 선택 – 기존의 성격이 내 성격이라고 잠재적으로 인식하는 경향 –을 하지 않으려 노력하면서 검사에 임해 보니 예상대로 많이 바뀌어 있었다.

INFJ 선의의 옹호자 ㅡ F는 감정형, 공감형 ㅡ F는 나에게 뜻밖이었다.

ESTJ에서 INFJ? 이게 가능한가? 나라는 사람이 이렇게 쉽게 바뀔 수 있는 것인가 싶으면서도 기존의 성격에 있었던 강박조차도 - 단지 MBTI 결과를 믿음으로써 - 벗어버릴 수 있다는 사실에 환희가 느껴졌다. 하아. 인생은 마음먹기 마련이라고 늘 생각한 나이지만, 성격도 이렇게 손바닥 뒤집기처럼 바뀔 수 있다니. 이 놀라운 경지에 알 수 없는 기쁨이 차올랐다. 뭔가 답답한 규율 속에서 온전한 자유를 느끼지 못했던 자아가 갑자기 탈을 바꿔 쓰고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는 느낌이랄까?


'그래, 나한테 공감 능력 있는 거 맞지? 아마 있을 거야. 분명히 있었던 거야.' 부족하다고 느꼈던 공감 능력을 검사 결과로 인정받으면서 공감형 인간으로 순식간에 다시 태어나는 순간, 외향형은 내향형으로 바뀌었고, J(계획형) 빼고는 다 반대 성향으로 바뀌었는데도 이게 처음부터 나의 성격이었던 것처럼 마음이 편해지고 온화해지는 것 같았다. 어쩌면 타고난 성향을 애써 부정하고 너무 억지로 열심히 살았기 때문에 그동안 힘들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올라왔다. 그럴 수 있었다. 나 자신을 지키고 성장시키기 위한 동력으로 갑옷을 입고 군대를 동원함으로써 나의 나약함을 숨길 수 있었던 것이었을지도.



리뉴얼된 MBTI 검사, 다시 도전!!

그런데 또 불현듯 또다시 MBTI 검사가 하고 싶어졌다. (이거 뭐야, 중독자야?) 나는 원래 심리 테스트를 매우 좋아한다. 내 안의 다른 나를 확인하고 싶은 경향이 매우 높은 사람이다. 왜냐!! 나는 인간은 환경에 의해, 혹은 경험에 의해 성격이나 성향이 충분히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인 고로. 은 자기 의지만 있다면 성격을 능동적으로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인 고로. 게 아니더라도 그냥 심리ㆍ성격 테스트를 좋아하는 사람인 고로. 그리하여 불과 몇 개월 만에 다시 검사에 돌입였다.

짜잔~!! 검사는 놀랍게도 또 다른 결과를 내밀었다. 요번엔

INTJ.

INTJ? 놀랍지만 반가웠다~~!!

INTJ는 ‘용의주도한 전략가’였다.

분석하고 계획하는 걸 좋아해서 그저 무심코 분석한 걸 누군가에게 얘기했다가 "아니, 뭘 그렇게 모든 걸 분석하려고 해요~."라는 말을 듣고 매우 짜증이 났던, 그렇다, 나는 과연 분석가형이었다!!



분석가형 / 용의주도한 전략가 INTJ,

그들은 누구인가?

전략가는 실제로 활용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가치있다고 생각하며 단순히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아이디어를 이용해 성공을 쟁취하고자 한다.
이들은 업무에 자신의 모든 통찰력과 논리력과 의지를 쏟아부으며, 불필요한 규칙을 설정하거나 쓸모없는 비판을 제기하면서 자신을 방해하는 사람에게는 가차 없는 모습을 보인다.
전략가는 매우 독립적인 성격으로 다른 사람의 기대를 따르기보다는 자신만의 아이디어를 추구한다. 독립성이 매우 강하며 혼자서 행동하는 일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전략가가 새로운 것을 배우는 이유는 남에게 보여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지식을 확장하는 일 자체를 즐기기 때문이다.
전략가도 다른 성격과 마찬가지로 다른 사람과의 소통을 원한다. 다만 자신과 가치관이 비슷한 사람을 만나고 싶어하며, 그럴 수 없다면 차라리 혼자 있는 것을 선택할 뿐이다.




성격의 전환

(E→I로)

과거의 ESTJ와 비교하자면, 나는 과거의 부정적인 인간관계 경험으로부터 외향성을 탈피하여 내향적 인간으로 바뀌었다.


(S→N으로)

그리고 경험(S)을 중시하던 습관적 사고에 얽매이기보다는 미래 지향적이고 다양성을 추구하며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는(N) 성격으로 바뀌고 있었다.


(T→T, F→T)

그리고 F와 T 사이에선 아마도 브런치에 글을 쓰는 동안 F의 성향을 갖게 된 것일 뿐, 여전히 T의 성향이 짙은 것으로 보인다.


(J→J 그대로)

가장 확고 부동한 것은 바로 ‘J’였으니 한 번도 바뀐 적이 없다. 아무리 다른 선택지를 골라본다 해도 얘는 그냥 나다. 판단형.

예전에 읽었던 <아주 작은 습관의 힘>이라든지 최근에 읽은 <습관의 재발견>이 그토록 재밌었던 이유가 내가 J형(판단형)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MBTI 검사의 가치

이렇게나 성격이 자주 바뀔 수 있는 것인가, 주관성이 개입될 수밖에 없는 이 검사가 과연 유용하고 신뢰받을 자격이 있는가 회의가 들 수 있다. 하지만 나의 내면을 객관화해 주는 지표에 그치지 않고 내 생각이나 행동에 품었던 회의감이 오히려 해소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본다.


계획을 수립하는 것과 그것을 천천히 실행하는 것을 무척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으로서, 어제만 해도 5년 후의 전략을 세우고 혼자 뿌듯해 했던 사람으로서, 복잡한 생각을 명료하게 해 준, 그리고 가장 나를 잘 분석해 준, MBTI 검사 창시자에게 감사를 드린다. 앞으로 내 성격은 어쩌면 또 바뀔 수 있다. 그러면 또 MBTI 검사 사이트에 들어가서 넌지시 알아보고 또 다른 나의 모습에 공감하게 될 것이다. 마이어스, 브릭스 모녀에게 감사하면서.


성격 검사는 언제나 즐겁다.

그리고 인구의 2%, 남자의 3%ㆍ여자의 1%라고 하는

INTJ 유형의 사람을 진짜 만나고 싶다. 어디 계신가요.


<사람을 찾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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