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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아리다 Apr 03. 2023

콜미 바이 유어 네임

Mystery of Love_Sufjan Stevens


STORY & MUSIC

 영화 위로 음악은 흐르고... Original Sound Track

콜미 바이 유어 네임 OST  Mystery of Love_Sufjan Stevens 





랑이 금기의 담을 넘는다. 남자와 남자. 시간의 경계를 넘는다 ‘자정에 보자’ 오늘도 내일도 아닌. 나와 너를 넘나든다. ‘Call me by your name’ 내가 너이고 네가 나다. 이것이 ’Mystery of Love’. 너무 뜨거운 여름은 신비로운 계절이 된다. 영화 콜미바이유어네임은 뜨거운 줄 모르고 타들어간 이름들의 여름 이야기다.




  Story & Music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을 닮은 사랑 이야기  Call Me By Your Name  

                                                                       콜미 바이 유어 네임




열 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 그래서 우린 속고 산다. 때론 알고도 속아 주기도 한다. 허나 때론 잘못 알기도 한다. 속은 게 속은 게 아니다. 속속들이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저마다 속이 터지는 이유다. 그러나 알고 보면 정작 스스로도 자기 마음을 제대로 알지 못한다. 온전히 알지 못하는 사람의 마음이야 말로 Mystery 아닌가.



젊고 잘생긴 기사가 공주를 열렬히 사모했다. 그 공주도 같은 마음이었지만, 공주는 자기 마음을 온전히 알지 못했다. 둘의 우정에도 불구하고 ’프로인트 샤프트 = 사랑이 싹텄지만’ 그 우정 때문인지 그 젊은 기사는 스스로가 초라하게 느껴져 입이 떨어지지 않았고 사랑이란 말을 꺼낼 수도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에 솔직하게 물었다. “말하는 게 나을까요? 죽는 게 나을까요?”


엘리오 : 전 그런 걸 물어볼 용기는 없을 거예요

아빠 : 그건 아닐 걸. 엘리벨리, 고민거리가 생기거든 언제든 얘기하렴 (영화 콜미바이유어네임)



정전이 된 날, 엘리오의 엄마는  16세기 프랑스 연애 소설을 읽어 준다. 그 속엔 엘리오의 고민이 들어 있다. 17세 소년에게 일어난 마음의 소용돌이를 부모님은 이미 짐작한 듯 하다. 지금은 낮 뜨거운 여름이지만, 정전을 빌미로 낯은 뜨겁지 않게 용기를 불어 넣어 준다. 



올리버 : 네가 모르는 게 있긴 해?

엘리오 : 전 아무 것도 몰라요.

올리버 : 여기 사람들 중엔 제일 많이 알던데?

엘리오 : 정말 중요한 건 거의 모르는 걸요.

올리버 :  : 뭐가 중요한데?

엘리오 : 뭔지 알잖아요.

올리버 : 그 얘길 나한테 왜 하는 건데?

엘리오 : 아셔야 할 것 같아서요.

올리버 : 알아야 할 것 같아서? 알아 줬으면 해서? 

엘리오 : 알아줬으면 해서… 알아줬으면 해서. 알아줬으면 해서.

엘리오 : 이 얘긴 당신 아니면 아무한테도 못하거든요.

올리버 : 내가 짐작하는 그 말 맞아?

엘리오 : (끄덕끄덕)


올리버 : 네 말하는 방식이 마음에 들어. 근데 왜 그렇게 널 낮추는 지 모르겠어

엘리오 : 그럼 당신은 안 그러겠네요.

올리버 : 내 생각이 어떨지 그렇게 걱정돼?(엘리오에게 다가서서 툭 치며) 곤란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다니까


(풀밭에 누워) 

엘리오 : 정말 좋아요.

올리버 :뭐가?

엘리오 : Everything (전부 다요)

올리버 : 우리가?

(영화 콜미바이유어네임)



농도 짙은 둘의 사랑과 영화가 막바지에 이를 때 쯤 부모님의 제안으로 둘만의 여행이 시작된다. 버스에 올라타고, 숲길이 나오면서 등장하는 음악 “Mystery of Love”.  어쩌면 사랑의 속성 그 자체가 아닐까, 미스터리함이란 것이. 카메라 워킹은 거칠고, 둘은 신이나서 소리를 지르며 해방감을 느낀다. 어느 누구의 간섭도, 어느 누구의 눈치도 볼 필요없이 자연의 한 자락에서 누리는 사랑의 기쁨. 곧 이들의 환호는 거대한 폭포수의 거센 소리에 파묻히며 자연의 일부가 된다. 완벽하다. 인간의 잣대에선 남녀가 아닌, 브로맨스라는 것만 빼면.



"당신의 내면에서 밖으로 나올 기회만 기다리는 무엇이 존재한다는 기분을 느껴본 적이 있나요? 당신이 사용하지 않는 여분의 힘이랄까, 아시잖아요, 발전소에서 터빈을 통과하지 않고 폭포처럼 그냥 쏟아지는 물 같은 것 말입니다." 

<멋진 신세계> 올더스 헉슬리



 Call Me By Your Name OST  Mystery of Love_Sufjan Stevens 



아빠 : 지성과는 아무 상관없어 . 좋은 사람이었지. 둘이 서로를 찾은 건 큰 행운이었어. 너도 좋은 사람이니까. (영화 콜미바이유어네임)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사랑받을 수 없듯 모두에게 좋은 사람은 아무에게도 좋은 사람이 아니다. 어느 누군가에게 좋은 사람일 때라야 그 사람은 진짜 좋은 사람이 된다. 우리는 이를 인연이라 부른다. 연인이든 우정이든, 가족이든, 수많은 사람들 중에 연이 닿은 이들은 어떤 이유로든 서로가 찾아 헤맨 사람들이다. 곁에 그런 사람이 있다면 분명 당신은 행운아다. 



올리버 : 네 이름으로 날 불러줘. 내 이름으로 널 부를게 Call me by your name and I'll call you by mine

(영화 콜미바이유어네임)


'Call me by your name.' 영화 제목은 올리버의 대사 중에서 나왔다. 조금은 낯선, 그러나 가장 로맨틱한 말이자 가장 위험한 말이 아닌가. 이들이 머물렀던 방도 그랬다. 두 개의 문으로 들어가지만, 방은 뚫려있다. 방은 연결되어 있어 결국 하나다. 문이 두 개일 뿐. 올리버와 엘리오. 이름은 두 개지만, 결국 같은 말이었고, 같은 마음이었다. 얼마나 깊어져야 이름까지 바꿔 부를 수 있을까. 생각해 보면, 관계가 깊어서라기보다 서로가 이미 시작과 끝을 알고 있는, 지독한 사랑이었기에 가능했던 건 아닐까. 마치 열대 지방의 세찬 소나기, 스콜(Squall)처럼.


아빠 : 너의 우정은 정말 아름다웠다. 우정 그 이상이었지. 네가 부럽다. (영화 콜미바이유어네임)



아버지에게도 한때 기회가 있었다. 우정 그 이상의 남자가. 그러나, 늘 뭔가가 뒤에서 붙잡거나 앞을 막아서는 느낌이 들었다고 엘리오에게 고백한다. 결국 아버지는 다가오는 이에게 용기를 내지 못했고, 그렇게 스쳐갔음을 의미하는 대사가 이어진다. 기쁨보다 먼저 떠올렸을 슬픔과 괴로움 때문에 포기하고야 말았던. 아버지는 엘리오가 언젠가는 겪어야 할 감정들을 배울 수 있기를 바랐다. 그것이 꼭 긍정의 감정이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빛과 어둠은 함께 다닌다. 그렇기에 조금은 혼란스럽더라도 엘리오가 직접 겪어냄으로써 자신의 감정을 들여다보고 극복하는 과정을 통해 한층 더 성장하고 성숙하길 바랐을 것이다.



아빠 : 상처를 빨리 아물게 하려고 마음을 잔뜩 떼어내다간 서른 쯤 되었을 땐 남는 게 없단다. 그럼 새로운 인연에게 내어줄 게 없지. 그런데 아프기 싫어서 그 모든 감정을 버리겠다고? 너무 큰 낭비지. (...) 지금의 그 슬픔, 그 괴로움, 모두 간직하렴. 네가 느꼈던 기쁨과 함께. (영화 콜미바이유어네임)



올리버가 떠나간 후, 엘리오는 의외로 잘 견뎌낸다. 올리버의 연락이 왔다. 내년 봄에 결혼할 것 같다는 말도 전했다. 엘리오는 크게 동요되지 않고, 담담히 받아 들이는 성숙한 태도를 보인다. 아물지 않은 상처가 있지만, 덧나지는 않을 것 같다. 아름다웠던 기억으로 마음의 서랍 속에 간직할 줄 알게 되었을테니까.



엘리오 : 엘리오? 엘리오 엘리오 엘리오

올리버 : 올리버 (영화 콜미바이유어네임)



영화 속에서 엘리오는 동성애 뿐만 아니라 이성애를 동시에 느끼고 모두 겪는다. 사랑, 연민, 끌림 등의 세분화된 감정과 이로 인한 행동을 머리로 구분할 수 없었지만, 무의식적인 반응들이 진짜 마음을 보여준다. 이성이었던 마르치아는 상처받지 않기 위해 한 발 뒤로 물러선다. 



마르치아 : 진짜 그렇게 많이 읽어? 나도 책 좋아하는데 남한테 말하진 않아.

엘리오 : 왜?

마르치아 : 글쎄. 아무래도… 책 좋아하는 사람들은 비밀스러운 것 같아. 진짜 자기 모습을 숨기고

엘리오 : 너도 진짜 모습을 숨기고 있어?

마르치아 : 너한테는 아니야.

엘리오 : 나한테는 아니야?

마르치아 : 어쩌면 조금…

엘리오 : 무슨 뜻이야?

마르치아 : 무슨 뜻인지 알잖아.

엘리오 : 왜 그런 말을 해?

마르치아 : 왜냐고? 왜냐면… 네가 상처 줄 것 같아서. 난 상처 받기 싫거든. (영화 콜미바이유어네임)



햇살 같은 사랑에 동반하는 기대와 상처라는 소나기. 이 영화가 아름다운 것은 동성애 때문이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용기를 낸 소년의 뜨거운 모험 때문이 아니었을까. '기드온의 환상'처럼 열병 같았던 스콜(Squall). 콜미 바이 유어 네임. 소나기를 적신 여름날의 기억들…



아빠 : 근육들이 견고해요. 배를 보세요. 몸에 직선이 없고 모두 곡선이에요. 한없이 과감하면서도 아주 무심해요. 그래서 불멸의 모호성을 뿜어내죠. 날 탐해봐라 도발하는 것처럼.



 Call Me By Your Name OST  Visions of Gideon_Sufjan Stevens 




콜미 바이 유어 네임 영화 소개


네 이름으로 날 불러줘
내 이름으로 널 부를게 

1983년 이탈리아, 열 일곱 소년 Elio(티모시 샬라메)는 아름다운 햇살이 내리쬐는 가족 별장에서 여름이 끝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어느 오후, 스물 넷 청년 Oliver(아미 해머)가 아버지(마이클 스털버그)의 보조 연구원으로 찾아오면서 모든 날들이 특별해지는데...

Elio의 처음이자 Oliver의 전부가 된 그 해, 여름보다 뜨거웠던 사랑이 펼쳐진다

출처 다음 영화 Call Me By Your Name


KEYWORD 줄탁동시(啐啄同時)


줄(啐)과 탁(啄)이 동시에 이루어진다. 병아리가 알에서 나오기 위해서는 새끼와 어미 닭이 안팎에서 서로 쪼아야 한다는 뜻으로, 가장 이상적인 사제지간을 비유하거나, 서로 합심하여 일이 잘 이루어지는 것을 비유하는 말이다.

줄탁동시’는 ‘오이가 익으면 꼭지가 저절로 떨어진다.’라는 뜻의 ‘과숙체락(瓜熟蒂落)’과 쌍을 이루어 ‘때가 성숙하면 일이 저절로 이루어지며, 기회와 인연이 서로 투합한다.(瓜熟蒂落, 啐啄同時)’라는 뜻으로 쓰이는 말로, 원래 민간에서 쓰던 말인데 송(宋)나라 때 《벽암록(碧巖錄)》에 공안(公案, 화두(話頭))으로 등장하면서 불가(佛家)의 중요한 공안이 되었다.

_출처 Daum


영화 속 식사 장면에 나오는 달걀을 보면서 생각난 말, 줄탁동시. 엘리오의 부모는 줄탁동시의 마음으로 한없는 사랑과 믿음을 준다. 그런데, 올리버는 과연 줄탁동시의 태도로 엘리오를 대한 것일까라는 생각은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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