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헤아리다 Apr 12. 2023

빛 혹은 그림자

로런스 블록 엮음 (feat. 에드워드 호퍼)







호퍼는 삽화가가 아니었고 서사화가도 아니었다. 그의 작품들은 이야기를 들려주지 않는다. 다만, 그 그림들 속에 누군가가 읽어주기를 기다리는 이야기들이 들어 있음을 - 강렬하고도 거부할 수 없는 방식으로 - 암시할 뿐이다. 호퍼는 캔버스 위에 펼쳐진 시간 속의 한 순간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거기엔 분명히 과거가 있고 미래가 있지만, 그것을 찾아내는 일은 우리 자신의 몫이다. 

<빛 혹은 그림자> 서문 중에서



�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에서 영감을 얻어 17명의 작가들이 이야기를 써내려간 단편집

� 에드워드 호퍼에게 바치는 작가들의 찬사이자, 시공을 초월한 거장들의 조우 (옮긴이의 말)

� 2017년 에드거 상 수상작 수록, 로런스 블록이 엮은 책으로 스티븐 킹, 조이스 캐럴 오츠 등 참여



�독서See너지

▶ 에드워드 호퍼 전시회 : 길 위에서 @서울시립미술관 2023.4.20-8.20

▶ 영화 셜리에 관한 모든 것 

▶ 헤픈우연(Happen)_Heize (뮤직비디오가 에드워드 호퍼 오마주)



최근 반가운 전시 소식이 있다. 에드워드 호퍼의 전시회가 열린다. 문득 '빛 혹은 그림자'라는 책이 생각났다. 2017년 즈음 이 책이 막 따끈따끈하게 나왔을 때, 너무 반갑게 덥석 구입해서 읽었던 기억이 난다. 그때의 기록을 다시 뒤적여 본다.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에서 영감을 얻어 17명의 작가들이 이야기를 써내려갔다. 2017년 애드거상 수상(초고 단편 부문)작 로런스 블록의 '자동판매기 식당의 가을'이 수록되어 있기도 하고, 로런스 블록이 직접 제안하고 엮은 책이기도 하다. 




헤픈 우연 (Happen)_Heize

뮤직 비디오 속에 배경들은 마치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 속에 들어간 듯 하다. 실제로 오마주 했다.




'무라카미 하루키むらかみはるき, 村上春樹'와 '이토이 시게사토いといしげさと, 糸井重里'가 단어를 갖고 단문을 써내려간 <소울메이트>가 생각나는 콘셉트(concept)이다. 호퍼의 그림에서 포착한 생각들을 유명 작가들이 단편소설로 들려준다는, 신선하면서도 명품에 유명화가 콜라보 같은 낯설지 않은 묘한 상품성. 인문학과 실용학의 경계에서 예술성과 상품성에 대해 고뇌할 수 밖에 없는 문학의 정체성은 아닐까 잠시 고개를 갸웃했다.  다행스럽게도 옮긴이의 헌정시 같은 운율에 마음이 풀어진다. 




낯선 풍경이 익숙해지고 
익숙한 풍경이 낯설어지는
그림 속 이야기,
이야기 속 그림.

에드워드 호퍼에게 바치는 작가들의 찬사이자, 
시공을 초월한 거장들의 조우

옮긴이의 말 




<위대한 개츠비> 민음사판 표지 그림이 바로 호퍼의 '자동판매기 식당'이다. 당시 뉴욕에서 실제 운영되던 식당의 한 형태라고 한다. 로런스 블럭의 '자동판매기 식당의 가을'이라는 소설에서는 이곳에서 스푼과 포크 등의 식기로 인한 해프닝이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다.







호퍼의 '뉴욕의 방'이라는 작품을 써내려간 스티븐 킹의 '음악의 방'은 그의 작품답게 짧지만 임팩트 있게 소름도는 설정.





호퍼의 '바닷가의 방'을 글로 쓴 니컬러스 크리스토퍼의 '바닷가 방'은 이야기도 신비롭지만 그림 자체로도 신비감과 평온함이 전해진다.



그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에드워드 호퍼였다.
그들 모두 그의 작품을 사랑했고 그의 작품에 화답했다. 
지극히 작가다운 방식으로. 
...
호퍼의 작품들이 이야기에 심취한 우리같은 사람들에게 강한 반향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이야기를 읽으며 기쁨을 얻는 사람이건 이야기를 들려주며 기쁨을 얻는 사람이건, 
어느 순간 호퍼의 팬이 되고 마는 것이다.

서문 중에서






발췌


대비를 즐길 줄 알아야 해, 리프헨. 씁쓸한 것과 달콤한 것. 한 가지 맛이 다른 맛을 더 강하게 하거든. 이 세상이 그렇듯이 테이블에서도 그래. _자동판매기 식당의 가을, 로런스 블록


사람들이 영웅을 응원한다고 주장하지만, 실제로 기억하는 건 악당들이야. _음악의 방, 스티븐 킹


집으로 들어가는 문은 두 개였다. 첫번째 문은 가구가 없는 작은 방에 있었고, 곧장 바다로 나 있었다. 그 문은 바다를 통해서만 들어올 수 있는 문이었다. 화창한 날 그 문을 활짝 열어놓으면 사선으로 스며드는 햇살이 바다 가가이에 있는 벽의 절반을 대각선으로 비추었다. 수평선 너머로 해가 저물어가는 동안에는 그 벽을 해시계로 삼을 수도 있었다. _바닷가 방, 니컬러스 크리스토퍼




에드워드 호퍼 전시회 : 길 위에서





매거진의 이전글 위대한 개츠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