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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아리다 Apr 18. 2023

소유냐 존재냐

To have or Ro Be_에리히 프롬






소유는 사물과 관계하며, 사물이란 구체적이며 묘사할 수 있는 것이다. 존재는 체험과 관계하며, 체험이란 원칙적으로 묘사할 수 없는 것이다. 묘사할 수 있는 것은 어디까지나 인물(person), 우리 모두가 쓰고 있는 탈, 우리가 내세우는 자아이다. 인물 자체도 실상 한낱 사물이기 때문이다. 이와는 달리 살아 있는 인간은 죽은 물상이 아니므로 사물처럼 묘사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근본적으로 우리는 인간 자체를 결코 묘사할 수 없다. 물론 나에 대해서, 나의 성격, 인생관에 대해서는 얼마든지 이야기할 수 있다. 그리고 이와 같은 통찰이 나 자신이나 타인의 심리구조를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총체적인 나, 있는 그대로의 나의 모든 개성, 지문처럼 나에게만 뿌리 박힌 일회적인 나의 실체는 결코 완전히 포착될 수 없다.

소유냐 존재냐, 에리히 프롬 p128-129




� 소유는 사물과의 관계이자 묘사 가능한 것, 존재는 체험과의 관계되며 묘사할 수 없는 것

� 사랑과 같은 '감정'은 소유할 수 있는가? 에리히 프롬은 '존재 양식'으로 본다

� '꽃을 뿌리째 뽑았다'는 소유 양식을, '꽃을 눈여겨 살펴보았다'는 존재 양식을 보여 준다. 



�독서See너지

▶ 햄릿_셰익스피어 'To be or not to be

▶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단편 중 '감정의 물성', 김초엽

▶ Circle of Life_Lion King OST,  존재만으로_원슈타인 (스물다섯 스물하나 OST)



에리히 프롬(Erich Pinchas Fromm)은 저서 <소유냐 존재냐 To have or To be>에서 소유는 사물과의 관계로, 존재는 체험과의 관계로 본다. 꽃을 보고 '뿌리째 뽑았다'는 시를 쓴 테니슨은 소유 양식을, 꽃을 '눈여겨 살펴보기'만한 바쇼는 존재 양식을 보여주는 예다. 


그렇다면 사랑과 같은 '감정'은 어떨까?



우리는 사랑을 소유할 수 있는가? 그럴 수 있다면 사랑은 아마도 하나의 사물, 획득하고 소유할 수 있는 어떤 실체일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사랑'이라는 사물은 없다. (...) 실제로 존재하는 것은 사랑의 행위 뿐이다. 

소유냐 존재냐, 에리히 프롬 p73



에리히 프롬은 사랑은 소유하거나 수동적으로 빠져들 수 없는, 존재의 양식으로 보았다. 만약 소유할 수 있다고 본다면 집착과 지배의 방식으로 나타날 것이다. 비단 사랑 뿐만 아니라 기쁨, 행복, 감사 등의 감정 역시 변질된 방식으로 인식될 경우, 감정 노동이나 감정 소비와 같은 양상으로 표출될 것이다. 







존재만으로_원슈타인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감정을 소유할 수 있다면?'

여기 이와 연관된 재미있는 단편이 있다. 



김초엽의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중 '감정의 물성'




다들 쓰지 않아도 그냥 그 감정을 소유하고 싶어하는 거예요. 언제든 손 안에 있는, 통제할 수 있는 감정 같은 거죠. (...) 물성이라는 건 생각보다 쉽게 사람을 사로 잡아요.

감정의 물성, 김초엽 p204-205




김초엽 작가는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에서 '감정의 물성'이라는 단편을 소개한다. 인간의 욕구를 간파한 이모셔널 솔리드의 대표는 다양한 감정 라인에 맞춰 생활용품에 소량의 효능 물질을 섞은 제품을 출시하는데... 플라시보 효과를 넘어 소유하고 향유하고자 하는 가치를 지닌 놀라운 사회 현상이 일어난다. 게다가 행복이나 침착함 같은 긍정적인 감정 뿐만 아니라 우울, 증오, 분노같은 부정적인 감정까지 팔려나가고...




소비가 항상 기쁨에 대한 가치를 지불하는 행위라는 생각은 이상합니다. 어떤 경우에 우리는 감정을 향유하는 가치를 지불하기도 해요. 이를 테면, 한 편의 영화과 당신에게 늘 즐거움만 주던가요? 공포, 외로움, 슬픔, 고독, 괴로움... 그런 것들을 위해서도 우리는 기꺼이 대가를 지불하죠.

감정의 물성, 김초엽 p214




그러고 보면, 걱정을 대신해주는 걱정인형도, 스토리(텍스트)를 책이라는 물성으로 만지고 읽고 소유하는 것도 이와 비슷한 게 아닐까 싶다. 그 속에 담긴 감정들에 이입하며 공감하기도 하고, 다양한 색깔의 감정들을 간접 체험하니까.




To have or to be    VS  To be  or not to be




인간 존재와 행위의 본질을 묻는 셰익스피어 작품 <햄릿>은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는 대사로 각인되어 있다. 허나 이 유명한 대사는 'to be, or not to be'다. 민음사 버전에서는 존재 문제를 포괄적으로 다루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있음이냐, 없음이냐, 그것이 문제로다'라고 번역했음을 역자는 밝히고 있다. 



<소유냐 존재냐>도 영문으로 'To have or to be'다. 에리히 프롬은 제목이 가브리엘 마르셀의 <존재와 소유>나 발타자르 슈테헬린의 <소유와 존재>와 거의 똑같다고 머리말에서 언급한다. 그러나 소유는 거들 뿐, 핵심은 존재 'to be'가 아닐까. 인간 본질의 탐구는 소유가 아닌 존재에 있으므로. 존재에 대해 더 분명하게 이야기하기 위해 존재와 소유를 대비시키고 있을 터. 어둠은 빛을 설명하기에 가장 좋은 대비이기에.







Circle of Life_Lion King OST

셰익스피어의 햄릿 Story가 바탕이 된 디즈니 애니메이션 Lion King



존재적 실존양식을 명시해줄 듯한 하나의 상징이 있다. 이 상징은 막스 훈치거가 내게 시사해준 것인데, 푸른색 유리가 푸르게 보이는 이유는 그것이 푸른색을 제외한 다른 색깔을 모두 흡수하고 통과시키지 않기 때문이라는 실증적인 에이다. 다시 말하면, 우리가 유리를 보고 푸르다고 말하는 실상은 그 유리가 바로 푸른색을 품고 있지 않은 데에 기인한다는 점이다. 우리가 푸르다고 부르는 근거는 유리가 품고 있는 것에 있지 않고, 유리가 방출해내는 것에 있는 것이다.

소유냐 존재냐, 에리히 프롬 p130



2020년 1. 17 기록





출판사 책소개


20세기를 대표하는 사상가, 에리히 프롬이 남긴

최고의 명저 『소유냐 존재냐』 독점 계약판

소유하는 삶을 살 것인가, 존재하는 삶을 살 것인가


한 인간을 개체로 보느냐, 아니면 사회적 산물로 보느냐에 따라서 인간에 대한 관점은 크게 달라진다. 이 책의 저자 에리히 프롬은 “개인과 사회”라는 문제에 접근하면서, 개체로서의 본연의 인간을 그 출발점으로 삼는다.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는 “소유”와 “존재”의 문제에 봉착해 있다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독자들에게 그런 문제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를 곰곰이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되어줄 것이다.


이 책 「소유냐 존재냐」는, 특히 프롬의 사상세계에 관한 입문서로 적절한 책이다. 저자는 전문적인 학문적 자료를 피하면서 일목요연하고 읽기 쉽도록, 그가 이전의 저술들에서 한층 엄밀하게 (때로는 장황하게) 파고들었던 사유의 과정을 이 책 안에 요약하고 있다. 나아가 새로운 시각에서 간결하면서도 압축된 형태로 자신의 고백의 다양한 단편들을 종합해놓고 있다.……아마도 미래의 학자들은 프롬을―종교전쟁 말기의 저 위대한 휴머니스트처럼―용기 있는 이념을 가지고, 우리 모두가 한층 관용을 알고 도움을 주며 욕구를 모르고 평화를 사랑하는 인간이 되도록 기여한 저 제3의 힘의 대변자의 계열에 넣어 해석할 것이다. 그리고 휴머니즘적 항거파가 뿌리내리기를 기대할 수도 있을 것이다.




같이 읽으면 좋아요! :)





#에리히프롬 #소유냐존재냐 #햄릿 #Tobeornottobe #감정의물성 #김초엽 #우리가빛의속도로갈수없다면 #Lionking #CircleOfLife #원슈타인 #존재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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