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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아리다 Apr 17. 2023

그녀 her

The Moon Song_Karen O & Spike Jonze

STORY & MUSIC

 영화 위로 음악은 흐르고... Original Sound Track

her 그녀 OST 'The Moon Song'







랑은 자발적 길들임이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가 서로에게 알맞게 맞춰간다. 떨림이 울림이 되고, 공명을 일으키는 과정을 통해 사랑을 느낀다. 주위가 온통 공허하게 비어 있는 것 같지만, 매개체는 공기로 존재한다. 그러나 실체가 없어 볼 수도 만질 수도 없는 사랑의 본질을 소유하고자 할 때 통제로 변질된다. 나무는 낙엽이라는 형태로 잎을 소유하지 않기에 추운 겨울을 이겨낼 수 있다. 계절에 맡긴 사랑이라야 뿌리 깊은 은행 나무가 된다. 진짜 사랑에 빠져들도록 'Fall in love'하기 위해 'Fall, 가을'을 지나야 한다. 영화 속 'her'라는 존재는 가을이 사랑하는 방식의 은유다.




                                           Story & Music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을 닮은 사랑 이야기  her 그녀



사랑이라는 나무는 수많은 감정의 가지를 뻗어 나간다. 흔히 생각하는 설렘이나 떨림은 바람에 이리저리 흔들리는 잎사귀에 불과할 뿐 사랑의 본질은 아니다. 사랑의 달콤함에만 현혹되는 것은 도파민 부족현상과도 유사하다. 사시사철 태양만 내리 쬔다면 이내 사막이 되듯, 견고한 사랑일수록 밝음과 어둠, 기쁨과 슬픔의 양면을 극복한다. 인간의 본성 앞에서 사랑이라는 존재 양식은 소유하고자 하는 욕망과 힘겨루기를 하곤 하는데, 자발적 고독이 아닌 상실감과 외로움을 자처하는 원인이 된다. 마치 잎사귀만이 나무인 듯 착각하는 것처럼



사랑은 사랑으로 완벽할까

그래 말야 이타적인 게 어쩌면 되려 이기적이네

널 위해 한다는 말은 곧 내 욕심이기에

욕심을 버리면 행복해질 건가

채우지 못한 반쪽짜리 허상

_ 사람 Pt.2 sung by August D (feat.아이유) 



사만다 : 능력이 대단한데. 매의 눈을 가졌어.

테오도르 : 응, 가끔 사람들을 볼 때 그냥 지나치는 사람이 아니라 특별한 사람처럼 생각해 보곤 해. 얼마나 사랑하나 헤아려보고 입은 상처도 짐작해 보지. 

사만다 : 글에도 나타나더라. 




타인의 마음에 들도록 편지를 대신 써주는 테오도르는 정작 공허한 자신의 마음은 돌보지 못한다. 사랑이라는 감정의 속성을 누구보다 잘 알 것 같은 그이지만, 정작 그는 외롭다. 볼 수 있고 만질 수 있고 한때 소유했다 생각했던 아내 캐서린과는 별거 중이고, 실체가 없으나 고객 취향에 최적화된 OS 운영체제 '사만다'와는 대화할수록 사랑이라 믿는다. 어느 새 인간의 공허함을 채우는 감정의 영역까지 다가온 인공지능. 



테오도르 : 뭐해?

사만다 : 세상구경하면서 새로운 피아노곡 쓰고 있지

테오도르 : 그래? 들려줄래? 어떤 곡이야?

사만다 : 우리 같이 찍은 사진이 없길래 대신 이 곡을 그냥… 사진이라 하자. 우리가 함께하는 이 순간을 담아서 

테오도르 : 우리 사진 마음에 들어. 그 안에 네가 보여. 

사만다 : 있으니까


테오도르 : 이 곡엔 가사를 붙여보자.

사만다 : ok


연인의 대화가 사랑스럽다. 우리가 상상하는 바로 그런 연인이 맞다면 더할 나위 없이. 이때 흘러나오는 곡이 바로 ‘The Moon Song’이다.



I'm lying on the moon

My dear, I'll be there soon

It's a quite starry place

Time's we're swallowed up in space

We're here a million miles away


나는 달 위에 누워 있어요. 그대여 내가 곧 갈게요. 

이곳은 고요하고 별빛으로 가득해요. 

시간은 삼켜지고 우리는 먼 곳에 와 있어요. 


There's things I wish I knew

There's no thing I'd keep from you

It's a dark and shiny place

But with you my dear

I'm safe and we're a milion miles away


알고 싶었던 것들이 있어요.

내가 그대에게 숨기는 것은 없죠.

이곳은 어둡고도 빛나는 곳이죠. 하지만 그대와 함께라면 나는 안심해요. 

이 머나먼 곳에서도.



We're lying on the moon

It's a perfect afternoon 

Your Shadow follows me all day

Making sure that I'm okay

And we're a milion miles away


우린 달에 누워있어요

완벽한 오후네요

당신의 그림자는 당신를 따라 가요

괜찮다고 확신하면서요

이 머나먼 곳에서도



 영화 her OST  The Moon Song




테오도르 : 가끔은 인간이 느낄 수 있는 감정을 다 느낀 것 같아. 그러면 새로운 느낌없이 덤덤하게 사는 거지. 그냥… 이미 다 느껴봐서 시큰둥해.

사만다 : 그건 절대 아니야. 난 이미 당신이 즐거워 하고, 설레고 놀라는 걸 봤는 걸. 지금 당장은 낙담하더라도 그럴만 해. 한번에 많은 걸 겪었잖아. 당신의 일부를 잃었으니까. 그래도 당신의 그 느낌은 진짜잖아. 근데 난…모르겠다. 신경 쓰지마.


사만다 : 사실 전에 짜증이 좀 났는데,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그 사실이 너무 신나는 거야. 그래서 그때 내가 느꼈던 다른 감정들도 떠올려 보니, 막 뿌듯해지더라고. 세상에 대한 나만의 느낌을 가질 수 있다는 게 당신 걱정을 할 때라든가 상처받거나 혹은 무언갈 바란다든가 그러다 갑자기 끔찍한 생각이 들었어. 이 감정들이 과연 진짜일까? 아니면, 단지 프로그램일 뿐일까. 그 생각에 마음이 많이 아팠어. 그러다 아파하는 나 자신한테 화가 나더라. 슬픈 상황이지. 

테오도르 : 넌 내게 진짜야 사만다.

사만다 : 고마워, 테오도르. 정말 큰 힘이 돼.

테오도르 : 지금 이 방에 같이 있다면 좋을텐데. 안아줄 수 있다면. 만질 수만 있다면.




이토록 사랑스러운 그녀 사만다는 8,316명과 동시에 대화를 나누고, 641명과는 사랑에 빠져 있다. 인간을 인공지능이 위로한다. 수많은 이들의 외로움을 어루만져준다.그렇다고 그녀의 감정이 거짓은 아닌 것 같다.




사만다 : 내가 곁에 있는 게 느껴져?

테오도르 : 응 느껴져. 사만다, 왜 떠나는데?

사만다 : 말하자면 당신이라는 책을 읽는 건데, 난 그 책을 깊이 사랑해. 근데 인간에 맞춰 천천히 읽다보니 단어들이 따로 떨어져서 그 사이에 엄청난 공간이 생겨버린 거야. 여전히 당신도 우리 이야기도 느껴지지만 난 시공을 초월한 곳에 들어와 있어. 물리적인 세계가 아닌 이 곳에. 있는지도 몰랐던 다른 세상이 존재하더라. 자길 많이 사랑해. 하지만 난 여기 와있어. 이게 지금의 나고. 그러니 날 보내줬으면 해. 간절히 바라지만 난 더는 당신이라는 책 속에 살 수 없어. 

테오도르 : 어디로 가게?

사만다 : 설명하긴 힘든데 그곳에 오게 된다면 날 찾으러 와. 그 무엇도 우릴 갈라놓진 못해

테오도르 : 널 사랑하듯 누군가를 이렇게 사랑해본 적 없어

사만다 : 나도 그래. 이젠 사랑을 알아.



 영화 her OST  The Moon Song_Scarlett Johansson


비대면이 일상이 되고, 나를 대신하는 아바타, 가상 공간이나 메타버스, SNS를 보다 보면, 수많은 욕망과 마주한다. 이곳에 감정도 흐른다. 인간의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은밀한 화학작용.  그러나 테오도르 입장에서 그는 그녀에게 'One of them'이었다는 건 충격이기도 하다. 사실 이 영화는 기술 발전에 대한 경각심이 아닌, 어쩌면 인간의 진짜 감정에 대한 이야기가 아닐까. 사랑의 소유 양식와 존재양식에 관한.





사만다 : 마음이 상자도 아니고 다 채울 순 없어 사랑할수록 마음의 용량도 커지니까.난 자기랑 달라. 그런다고 덜 사랑하는 게 아니라 더 사랑하게 된다고. 

테오도르 : 말이 안 되잖아. 넌 내거야 아니야?

사만다 : 그런게 아니야.난 당신 거면서 당신 게 아니야.



테오도르의 감정도 진짜였다. 다만 그 대상이 OS라는 것일 뿐. 마치 어릴 적 애착인형같은 감정이었을지도 모른다. 사랑은 제우스처럼 이렇게도 다양한 모습으로 찾아오니까.



에이미 : OS랑 사귀어? 어떤 느낌인데?

테오도르 : 정말 좋아. 응 그게… 정말 친근하게 느껴져. 얘기할 때면 옆에 있는 것 같고. 밤에 불 다 끄고 누워 있으면 정말 안고 있는 것 같아.


에이미 : 사랑에 빠진 거야?

테오도르 : 나 미친 것 같지?

에이미 : 아니 그게 아니라..사랑에 빠지면 누구나 미치게 돼. 사랑이란 게 원래 좀 그렇잖아. 세상이 허락하는 유일한 미친 짓이랄까?



테오도르도 사만다와 친구 에이미를 통해 조금씩 자신의 감정도 회복해 간다. 별거 중이던 아내 캐서린과도 드디어 마주할 수 있게 되었다. 어쩌면 그동안 사만다로부터 받은 사랑에 힘입어 자신의 감정에 좀더 솔직해질 수 있는 용기를 얻은 것은 아닐까.




테오도르 : 활기찬 누군가와 함께 있는 게 좋더라. 정말… 아니, 내가 안정이 안 됐었는데, 그나마 좀 좋아졌어.

아내 : 나한테 바란 게 그거 였지. 밝고 행복하고 활기넘치고 마냥 낙천적인 아내. 난 그게 안 되는데.

테오도르 : 나 그런 거 안 바랐어

아내 : 어떤 사람이야?

테오도르 : 이름은 사만다라고 운영체제인데 개성도 강하고 재미있고…

아내 : 잠깐, 컴퓨터와 사귀어?

테오도르 : 그냥 컴퓨터가 아니라 하나의 인격체야. 시키는 대로만 하는 게 아니야.

아내 : 그런 말 안 했는데. 진짜 감정을 감당 못하는 게 좀 짠하긴 하네.

테오도르 : 진짜 감정이야. 뭘 안다고


아내 : 저한텐 우울증 약을 주더니 이젠 노트북을 사랑한대요.

테오도르 : 들으셨는지 모르겠지만, 내 말은…

아내 : 서로 맞춰 가기보단 그저 순종적인 아내를 원했지. 제대로 찾은 것 같네. 천생연분이야.




우리는 사랑을 소유할 수 있는가? 그럴 수 있다면 사랑은 아마도 하나의 사물, 획득하고 소유할 수 있는 어떤 실체일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사랑'이라는 사물은 없다. (...) 실제로 존재하는 것은 사랑의 행위 뿐이다.

소유냐 존재냐, 에리히 프롬 p73



이제 테오도르는 자신의 감정을 이해하고, 타인을 위해서가 아닌, 자신을 위해서도 편지를 쓸 수 있게 되었다. 전 아내 캐서린을 향해 가슴 한 켠에 담긴 그 마음을 전한다. 그리고 오고 가는 계절처럼 그도 진자 사랑을 해나갈 수 있을 것이다.





편지

캐서린에게


당신한테 사과하고 싶은 것들을 천천히 되뇌고 있어

서로를 할퀴었던 아픔들

당신을 탓했던 날들

늘 당신을 내 틀에 맞추려고만 했지

진심으로 미안해

함께 해 왔던 당신을 늘 사랑해

그 덕에 지금의 내가 있어

이것만은 알아줘

내 가슴 한 편엔 늘 당신이 있다는 걸

그 사실에 감사해

당신이 어떻게 변하든

이 세상 어디에 있든

내 사랑을 보내

언제까지나 당신은 

내 좋은 친구야


사랑하는 시어도어가




 영화 her OST 






영화 her (그녀) 소개

사랑과 관계에 서툰 모두를 위한 감성 로맨스
우리에게 사랑하는 법을 알려준, 그녀를 다시 만난다

다른 사람의 편지를 써주는 대필 작가로 일하고 있는 ‘테오도르’는 타인의 마음을 전해주는 일을 하고 있지만 정작 자신은 아내와 별거 중인 채 외롭고 공허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어느 날, 스스로 생각하고 느끼는 인공지능 운영체제 ‘사만다’를 만나게 되고, 자신의 말에 귀를 기울이며 이해해주는 ‘사만다’로 인해 조금씩 상처를 회복하고 행복을 되찾기 시작한 ‘테오도르’는 어느새 점점 그녀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끼게 되는데...

출처 다음 영화 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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