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음악칼럼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헤아리다 May 01. 2023

Born To Be Blue 본투비 블루

My Funny Valentine_Chet Baker

STORY & MUSIC

 영화 위로 음악은 흐르고... Original Sound Track

본투비 블루 OST 'My Funny Valentine'







'.수.무.책.', '손을 묶은 것처럼 어찌할 도리가 없이 꼼짝 못함'을 의미하는 말. 때론 사랑도 한번 빠져들기 시작하면 도무지 어찌할 도리없이 속수무책이 된다. 이성이라는 손이 묶여, 합리적인 판단이 불가능하다. 오로지 감성만으로 사랑이 된다. 쳇 베이커의 트럼펫 사랑이 그렇다.  영화 본투비 블루(Born To Be Blue)는 트럼펫 연주를 하지 않고는 못 견디는 쳇 베이커가 가장 혹독한 상황에서 다시 무대에 서기까지 난관을 극복해 나가는 이야기다. 곁에는 연인 제인이 있(었)다. 눈보라를 견디는 겨울 나무의 휘파람 소리가 바람따라 실려오는 듯 하다. 




 Story & Music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을 닮은 사랑 이야기  본투비 블루 



저 파란 어둠 속에서 그대왜잠들어 가나

세상은 아직 그대곁에 있는데 

사랑은 아니지만

우리의 만남 어둠은 사라지네 

시간은 빛으로 물들어 또다시 흐르네

내 눈빛 속 그대

난  난 꿈을 꾸어요 그대와의 시간은 멈춰지고

이제 어둠이 밀려오네

빛바랜 사랑 속에서 그대 왜 잠들려하나

_그대 안의 블루, by 김현철 & 이소라





1966년 이탈리아 루카, 트럼펫의 등장과 함께 영화는 시작된다. 쳇 베이커는 바닥에 쓰러진 듯 한기를 느끼며 누워 있고, 트럼펫 속에서 타란툴라같은 큰 거미가 화면 밖으로 튀어나올 듯 하다. 영화 감독이 철창 속에 갇혔던 쳇 베이커를 찾아 온다. 그의 영화를 찍기 위해서였다. 트럼펫 속에서 살아온 그의 삶을.



1945년 뉴욕 버드랜드. 트럼펫과 보컬 부문 인기투표 1위,  재즈계의 제임스 딘, 쿨 재즈의 왕자, 웨스트 코스트 스윙의 창시자라 불리는 뮤지션. 마일스 데이비스와는 라이벌. 쳇 베이커의 수식어다. 그는 팬에게 사인을 해주면서도 묻는다. “나랑 마일스 데이비스 중 누가 더 좋아요?” 



딕 : 자네 떠난 후로 많은 게 변했어

쳇 베이커 : 그래요?

딕 : 재즈는 내리막이야 밥 딜런이 인기지



그랬다. 재즈의 시대는 물러나고 이제 로큰롤과 포크송을 부르는 밥 딜런이 대세다. 시적인 표현으로 그는 먼 미래인 2016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다. 



제인 : 아주카

쳇 베이커 : 그게 뭐죠?

제인 : 내 성이에요. 아프리카어로 ‘과거의 영광’



부모님과 오빠처럼 학자가 되려고 했던 제인은 브로드웨이 뮤지컬과 사랑에 빠져 배우가 되었고, 재즈를 배운다. 쳇의 전처 일레인 역을 맡아 쳇과 재즈처럼 즉흥 연기로 호흡을 맞추며, 서서히 쳇에게 빠져들기 시작한다. "노래는 그렇게 로맨틱하면서 직접 쓴 적은 한 번도 없죠?"라고 묻는 제인은 그를 의심하면서도 작업을 거는 쳇 베이커에게 속수무책이 된다.



쳇 : 할리우드란 데가 어떤지 알아요? 키스를 2천 달러에 사고 영혼을 2달러에 사죠. 누가 한 말인지 알아요?

제인 : 아뇨

쳇 : 메릴린 먼로



그러나 제인은 직감한다. 그가 위험한 남자라는 것을.



제인 : 난 당신을 알아요.

쳇 : 뭘 아는데요?

제인 : 위험한 남자라는 거

쳇 : 모험은 좋은 거예요.



로맨틱한 노래, 달콤한 속삭임. 훗날 '천사의 노래를 부르는 악마'라는 그의 수식어는 오직 트럼펫 연주에 온 인생을 걸어온 그의 순수함을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영국 속담에 '지옥으로 향하는 길은 선의로 포장되어 있다' The road hell is paved with good intentions'고 하지 않던가. 이성을 겸비한 인간이 이토록 어이없이 불나방처럼 사랑에 뛰어드는 이유이기도 하다.



제인 : 그래서 당신의 연주가 감동을 주나봐요. 체호프가 그랬죠. 고열 환자들이 찾는 음식이 뭔지 아세요? 톡 쏘는 음식. 아버지가 하도 읽혀서 철학서라면 신물 나지만 체호프는 좋았어요. 우리가 사랑할 때의 감정 상태가 인간의 보통 상태라고 했죠. 인간의 진정한 모습은 사랑할 때 드러난다고.



사랑은 두 얼굴을 가졌다. 누군가 곁에 있다는 안도와 떠날지 모른다는 불안. 그런 사랑이라는 존재가 가슴에 파고들 때 인간은 강함과 동시에 나약해진다. 28년간 연습해 온 트럼펫은 쳇에게 사랑의 대상인 Lover였고 동시에 극복해야 할 Rival이었다. 그는 늘 사랑을 했고, 견제를 했다. 약물에 의존할수록 그의 트럼펫 연주는 더 강해졌고, 그의 연인들은 나약해졌다. 



그런 그가 더 이상 트럼펫 연주를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다. 바로 지독한 트럼펫 사랑으로 시작된 약물이 그의 재산을 탕진하게 했고, 그를 감옥에 보냈고, 폭행을 당해 목 부상과 안와 골절, 앞니가 부러지는 사고가 일어난 것이다. 재즈계의 레전드로 불리는 그의 영화 제작은 보류되고, 제인도 오디션을 전전해야 하는 처지에 놓인다. 다시는 트럼펫을 불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깊은 절망과 함께.



쳇 베이커 : 손가락 없는 피아니스트 봤어? 28년 연습한 게 물거품이 된 거야. 다신 연주 못해



어릴 적 헛간에 숨어서 매일 트럼펫 연주를 연습했던 쳇은 누구보다도 행복했고, 그의 삶에 의미를 주었고 아름답게 했다. 그러나 그는 피부색만으로도 재즈계의 이방인이었고, 그것은 극복할 수 없는 사실, 그대로였다. 오로지 연주로서 증명해야 하는 업보였다.



마일스 데이비스 : 연주가 예쁘장하고 달콤하더군. 사탕처럼. 포즈 취하고 다니느라 고생이 심하겠군.

쳇 베이커 : 앨범 홍보차 하는 거예요.

마일스 데이비스 : 그랬겠지. 이건 알아둬. 난 너 같은 놈 안 믿어. 돈과 여자에 휘둘려 음악 망치는 놈. 저 멍청한 백인 여자들이 재즈를 이해나 할까? 이게 아가씨가 바란 성공이요? 백인 옆에 서는 게? 조언 하나 할까? 고향으로 돌아가. 여긴 네가 있을 곳이 아니야. 더 살아 보고 다시 와.



이토록 모진 말을 듣고 나서 그는 어쩌면 더 강해지고 싶었을 것이다. '나를 죽이지 못하는 고통은 나를 더 강하게 한다.'는 니체의 말처럼 .정상에 위치한 흑인 재즈 뮤지션들로부터 피부색에 상관없이 진정한 뮤지션으로 인정받고 싶었을 것이다. 그럴수록 그는 두려웠고, 그럴수록 독해졌다. 가장 절망적인 순간에 혼자가 아닌, 제인이 곁에 있다는 사실 또한 그에게 큰 위로가 되었을 것이다.



제인 : 여기서 외로웠겠다. 형제도 없고.

쳇 베이커 : 트럼펫이 있었잖아. 라디오도 있었고.

제인 : 지금도 그거면 충분해. 약간의 시간이랑

쳇 베이커 : 그리고 자기도



쳇은 다시 버드랜드를 꿈꾸었고, 딕이 말하듯 '게으른 천재'였지만,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나씩 하나씩 해나가기 시작했다. 분노와 경쟁심에 가려진 그의 열정이 다시 꿈틀거리기 시작한 것이다. 



쳇 : 안녕, 마일스, 안녕 디지, 웨스트 코스트의 풋내기가 너희를 잡아 먹어 주마

제인 : 버드랜드는 잊어



대중성과 음악성은 항상 일치하는 것이 아니다. 이는 비단 음악 뿐만 아니라 예술과 창의적인 작업을 하는 이들의 공통된 고민이 아닐까 한다. 보편성과 독창성 사이에서 갈등을 할 수밖에 없다. 아버지와 쳇의 갈등도 바로 이 점 때문에 골이 깊다. 쳇은 음악을 사랑하기에 음악인으로서 성공을 했고, 음악을 사랑했던 아버지는 오히려 성공을 떠났다. 



쳇 : 드릴 게 있어요. 이 앨범 좋아하시잖아요. 벤조로 쳐주시던 거 기억나세요? 본투비 블루 자주 치셨잖아요.

아버지 : 이런 세상에.

쳇 : 놀라셨죠? 멋진 곡이에요.

아버지 : 고맙다.

쳇 : 저도 아버지 주법 참고해서 녹음했어요.

아버지 : 근데 그렇게 여자처럼 노래를 불러야 했니?

쳇 : 덕분에 앨범 많이 팔았잖아요. 아버지는 얼마나 파셨어요? 게다가 포기하셨잖아요. 저는 포기 안했어요.

아버지 : 그래. 그래도 난 가족을 망신시키진 않았다. 가문 이름에 먹칠하진 않았지.

쳇 : 갈게요. 아버지.


우리는 이 두 사람 중 누가 더 음악을 사랑한다고 감히 말할 수 있을까. 쳇은 쳇대로 아버지는 아버지대로 자신의 음악을 지켜내는 방식이 달랐을 뿐이지 않았을까.


보호감찰관 : 어릴 때 아버지가 하시던 말씀이 이발소 의자에 오래 앉아 있으면 결국은 이발하게 된다고 하셨죠.

쳇 베이커 : 그거 참... 교훈적이네요. 살아가는데 도움되는...



이제 쳇은 피자집에서의 연주, 우스꽝스러운 멕시코 모자를 쓰는 일도 마다하지 않는다. 감옥으로 돌아가지 않으려면 진짜 직업을 가져야 하는 쳇. 제인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진짜 무대 위에 올라야 한다. 




 영화 본투비 블루 OST   Blue Room_Chet Baker




딕 : 저렇게 애쓰는 건 처음 봐요. 게으른 천재라는 게 문제였는데.

제인 : 다시 일류 연주자로 돌아갈 수 있을까요?



제인은 그가 다시 재기하기를 바랐다. 쳇의 고통을 함께 나누겠다는 마음은 진정한 사랑이었다. 딕을 찾아가서 설득을 시도하는 등 물심양면으로 애를 쓰기 시작한다. 제인은 그의 연인을 연기하면서 그의 음악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이제 그의 진짜 연인이 되었고 이제 결혼까지 생각하는 중이다. 




같이 살아가면서 부딪치고 힘들겠죠 걱정말아요 잘할께요

그대에게 나 반한것 같아 말은 안했지만 너무 멋져 보여요

그대에게 나 반한것 같아 말한 뒤에라도 후회하진 않을께요

말할거예요 이제 우리 결혼해요

_청혼, by 이소라




제인 아버지 : 보트를 산 지 12년이나 됐어. 배 타는 걸 좋아해서.

쳇 : 저도요. 저도 ‘퍼시픽캣’이라고 쌍동선이 있죠.

제인 아버지 : 그래?

쳇 : 네

제인 아버지 : 지금은 내 딸 차에서 먹고 자는 신세라고?

쳇 : 지금은 그렇죠.

제인 아버지 : 딸애가 자네와 사는 걸 내 동료들도 알더군. 재능 낭비하는 전형적인 인간이라면서.

쳇 : 비평가들인가 보군요.

제인 아버지 : 체임벌린, 버드 같은 진짜배기들도 있고, 입만 살아 있는 천재들도 있지. 자네 앨범도 들었고 오늘은 얼굴도 봤네. 자넨 어떤 쪽인지 궁금하구나. 입만 살아있는 쪽?

쳇 : 전 좋은 남편이 돼 줄 겁니다. 

제인 아버지 : 청혼할 건가?

쳇 : 네, 그래야죠.

제인 아버지 : 내 딸에게 두 번이나 청혼했다면서 왜 지금껏 연락도 없었나?

쳇 : 전화가 없어서요.



재기하기 위해 쳇 베이커도 자신을 극복하려 애쓰는 중이다. 구강에 문제가 생긴 탓에 예전처럼 정교한 소리를 낼 수는 없지만, 관악기가 소리 자체를 내기 힘든 악기인만큼, 최선을 다해 그이기에 가능한 연주를 한다. 그리고 디지 길레스피의 프로모터가 그의 연주를 듣는다. 물론 딕의 요청이 있었다. 반응은 긍정적이다.



대니 프리드먼 (디지의 프로모터) : 정교함이 떨어져서인지 소리에 개성이 생겼어. 예전의 쳇 같지만 더 깊어.



밸브링. 

제인의 임신 소식을 듣고, 아버지가 처음 사준 트럼펫의 밸브링을 건네는 쳇. 그가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트럼펫의 일부를 선물한 것이다. 그도 사랑이라 착각했던 끌림과 쾌락이 아닌, 진짜 사랑을 배워간다. 사랑은 감정으로 시작하지만, 대상(상대)에 대한 책임과 놓지 않겠다는 의지가 함께 해야 지속할 수 있음을. 그러나, 그의 사랑은 어쩌면, 여전히 트럼펫이지 않을까 싶다. 잃어버리지 않아야 하는 것은 밸브링이 아니라, 제인이므로.



쳇 : 아버지가 처음 사준 트럼펫의 밸브링이야. 목에 차고 있어. 그래야 안 잃어버리지. 안 잃어버릴거지?

제인 : 예뻐.

쳇 : 사랑해 

제인 : 나도 사랑해


  영화 본투비 블루 OST My Funny Valentine 영화 Clip


My funny valentine

Sweet comic valentine

You make me smile with my heart

Your looks are laughable

Un photograph able

Yet you're my favorite work of art

Is your figure less than Greek?

Is your mouth a little weak?

When you open it to speak

Are you smart?

But don't change your hair for me

Not if you care for me

Stay little valentine stay

Each day is Valentines day 


나의 발랄한 발렌타인

귀엽고 유쾌한 발렌타인

당신은 날 맘 속 깊이

웃게 만들어요

당신 모습은 우스꽝스러워서

사진 찍기엔 어울리지 않아요

하지만 내겐 당신만 한 얘술 작품도 없어요

당신의 모습이

그리스 조각보다 못났나요? 입 모양도 조금 이상한가요? 입을 열어 하는 말은 세련됐나요?

하지만 머리 스타일은 바꾸지 말아 줘요 날 생각해 주지 않는다 해도 머물러 줘요, 발렌타인

머물러요

매일이 발렌타인 데이인 것처럼


 영화 본투비 블루 OST   My Funny Valentine_Chet Baker



쳇 베이커의 간절함은 디지와의 대화에서도 드러난다. 그는 다시 버드랜드의 무대를 원했다. 고집을 부릴만큼 절절했다. 떼를 쓰는 것 같기도 하고 집념으로도 보였다. 디지는 '마음의 준비'를 우려했다. 쳇은 무대에 다시 서기만을 바랐다.



디지 : 오랜만이야, 쳇

쳇 : 그러게요 세상에

디지 : 대니가 꼭 오라고 해서

쳇 : 고마워요 연주 어땠어요?

디지 : 볼륨이 많이 죽었던데. 음도 좀 흔들리고 

쳇 : 원래 좀 그랬죠.

디지 : 거의 플랫이었어 그런데도 희한하게 좋더군

쳇 : 고마워요

디지 : 근데 노래는 아니야 너도 알지?

쳇 : 네. 대니가 버드랜드 공연도 생각하나 보던데요.

디지 : 힘들었던 거 알아. 하지만…

쳇 : 하지만 뭐요?

디지 : 요샌 특별 공연만 하고 있어.

쳇 : 디지, 아직 그쪽에 연줄 있잖아요. 다들 당신을 존경해요. 당신 말 한마디면 되는 건데. 

디지 : 버드랜드에 설 준비가 덜 됐어

쳇 : 난 준비됐어요. 마일스도 조금 더 살아보고 오랬어요.

디지 : 그 시절 마일스라면 그러고도 남지.

쳇 : 좀 더 살아봤어요.

디지 : 네 시절은 끝났어. 괜찮은 프레이즈도 있지만 연주를 보면…

쳇 : 솔직하죠. 솔직한 연주예요.

디지 : 너만의 음색은 찾긴했어 그건 사실이야.

쳇 : 버드랜드에서 연주할 준비 됐어요

디지 : 내가 걱정하는 건 연주가 아니야. 네 마음이 준비됐느냐지. 정말 복귀할 준비 됐어?

쳇 : 입 모양을 세 개나 익혔어요. 왼쪽 가운데 오른쪽. 게다가 노래도 해요. 이 다빠지기 전까지 두 세트는 거뜬해요.

디지 : 집념이 대단해. 고집은 못 당하겠군. 버드랜드에 세워주지. 후회하지나 마.


결국 그의 뉴욕행은 성사된다.


제인 : 정말 잘 됐어. 뉴욕이라니. 

쳇 : 내일 비행기야.


같이 가자고 조르는 쳇. 제인은 다음 날 배우 오디션이 있어서 못 가는 상태. 버드랜드에서 쳇에게 허락된 공연은 단 하루. 마일스와 디지까지 모두 왔다. 긴장한 쳇. 



쳇 : 난 연주가 하고 싶어요.그게 전부라고요.



그는 트럼펫 연주와 재즈에 진심이었다. 돈, 명예 따위가 아니라 형제도 친구도 없는 고향에서, 오로지 자신을 이해하고 친구가 되어준 트럼펫과 라디오에. 그러나 그의 진심이 지나칠수록 그는 더 두려웠고, 무대에 대한 긴장감은 그를 더 조여왔다. 그가 되찾고 싶었던 것은 사랑이 아니라 자신의 인생이었다. 누군가에게 가슴을 내어줄 자리도 없이 그에게는 연주가 전부였던 것이다.



쳇 : 내 인생을 되찾고 싶어요. 딕, 제발. 난 음악 연주가 하고 싶어요.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이게 내 마지막 기회잖아요. 



딕은 그의 마음을 꿰뚫어 보았고, 쳇은 알아차리지 못했다. 스스로를 이겨내는 힘에 대해서. 중독된 달콤한 노래는 독이 되었다. 더 달콤한 것을 찾게 하니까.



딕 : 천사의 혀로 노래하더라도 사랑이 없다면 시끄러운 심벌즈인 거야.

쳇 : 무슨 소리예요?

딕 : 텅 빈 채로 올라가지 말란 말이야.

쳇 : 이게 자신감을 줘요. 자신감도 생기고 여유도 생기고요.여유뿐만 아니라 음 하나하나에 스며들어요. 그게 돼요.

딕 : 음에 스며들어?

쳇 : 네 

딕 : 하지만 그게 자네야. 원래의 자네. 자넨 원래부터 그랬어. 자네가 선택해.



복도를 따라 무대를 향해 걸어가는 쳇. 박수갈채와 함께 시작된 노래.



쳇 : 안녕, 디지, 안녕 마일스. 웨스트 코스트의 풋내기가 너희를 잡아 먹어 주마.



경쟁심이 결국 스스로를 잡아 먹어 버렸다. 쳇은 트럼펫을 사랑했고, 트럼펫을 사랑하기 위해 사랑을 했다. 그를 채워주는 것은 트럼펫이었고 이 지독한 사랑은 Born to be Blue. 그의 우울의 근원이었던 것이다.


쳇 베이커는 뉴욕에서 복귀한 후 유럽으로 건너가 여생을 보냈다. 그곳에서도 걸출한 음악들을 남겼으나 … 그는 1988년 암스테르담에서 사망했다. 그런 그의 음악은 지금도 살아 남아 아름답게 울려퍼진다.


어쩌면 음악이 쳇 베이커를 사랑했던 것은 아닐까. 그를 통해 연주되고자 했던 것은 아닐까. 거미줄처럼 얽힌 트럼펫과 쳇 베이커의 인연은 숙명과도 같다. 이 영화의 첫 장면처럼.



 영화 본투비 블루 OST   I Never Been In Love Before







영화 본투비 블루 소개


“그의 음악에서는 청춘의 냄새가 난다” | 무라카미 하루키 |

청춘의 음색을 지닌 뮤지션 '쳇 베이커'모두가 그의 음악을 사랑했지만, 
더 이상 연주를 할 수 없어진 순간,연인 ‘제인’과 트럼펫만이 곁에 남았다.
지금 이 순간이 마지막이라도 들려주고 싶은 음악이 있다.
살아보고 싶은 인생이 있다. 다시, '쳇 베이커'만의 방식으로...

출처 다음영화 본투비 블루
매거진의 이전글 중경삼림 Chungking Express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