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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아리다 Mar 23. 2023

멋진 신세계

Brave New World_올더스 헉슬리



'인간이 만일 행복에 관해서 생각할 필요가 없다면 인생이 얼마나 재미있을까!'라고 생각했다. 
<멋진 신세계> 올더스 헉슬리






� 우리는 지금 이 순간 진짜 행복한가?

� 문명과 야만의 경계란 무엇인가?

� 색깔도 사라지고, 늘 같음의 상태로 유지되는 평화로운 사회, 느끼고, 변화하고, 자유로움이 사라진 사회. 그것이 과연 유토피아인가, 디스토피아인가?



� 독서 시너지

▶  단테의 신곡과 지옥, 루시퍼 그리고 연옥과 천국

▶ 영화&책 기억전달자 '더 기버 The Giver', <1984> 조지 오웰

▶ PANDORA_MAVE, 사랑에 빠지고 싶다_정승환







내가 읽은 SF 소설 중 으뜸이다. 20세기 최고의 예언서이자 철학서

<사피엔스> 저자 유발 하라리



이 한 마디에 기대 가득 품고 읽기 시작한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

조지 오웰의 <1984>, 예브게니 자마찐의 <우리들>과 함께 3대 디스토피아 소설로 꼽힌다.

<멋진 신세계>는 제목만 봐도 역설적임을 예상할 수 있지만, 내용은 진정 신세계다. 

아직은 온전히 구축하지 못한,  윤리적 질문을 던지는 신.세.계.



조지 오웰의 <1984>와 함께 회자되는 디스토피아 소설이지만, 읽다 보니 떠오르는 건 <the Giver 더 기버-기억 전달자>



로이스 로우리의 <더 기버>의 이야기는 이렇다. 


모두가 똑같은 형태의 가족을 구성하고, 획일적인 교육을 받으며 성장한다. 날씨의 변화도 없고, 고통이나 슬픔 같은 부정적인 감정도 모두 통제되어, 평등하고 차별없는 이상적인 사회이다. 그런데 유일하게 과거의 기억을 보유할 수 있는 '기억 보유자'가 된 조너스. 그로 인해 진짜 감정들과 진짜 세상을 느끼기 시작한다. 


색깔도 사라지고, 늘 같음의 상태로 유지되는 평화로운 사회, 느끼고, 변화하고, 자유로움이 사라진 사회. 그것이 과연 유토피아인가를 묻는다. 




PANDORA_ MAVE  <-M/V 감상


미래를 예측하는 책이나 방송 매체 등에서 메타버스 아이돌 시대가 올 것이라는 얘기가 공공연히 나온다. 

걸그룹 'MAVE' 역시 이러한 미래를 보여주는 사례다.




로이스 로우리의 <더 기버-기억 전달자>가 청소년 버전이라면 <멋진 신세계>는 성인 버전이랄까?

최대 다수의 최대행복을 추구하는 공리주의가 지배했을 경우 상상할 수 있는 미래 사회의 모습으로 보인다.

사회 집단의 행복과 안정, 안락함을 위해 효율적이지만 비인간적인 인간 생산과 양육 시스템, 완벽하다고 자부하는 사회 구축!

그러나 이것이 '완벽한 오류다'라고 말한다. 이게 1932년에 발표한 작품이라니...!




모든 것이 훈련되고 길들여져 조작된 행복 속에서 안전하게 살아가는 것.

이 소설이 나올 당시를 생각하면 미래 사회가 된 지금, 우리의 모습도 별반 다르지 않아 보인다. SNS 속에는 조작된 행복이 즐비하다. (가끔씩 나도 동참한다.) 자유 의지는 있으나 사용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나 역시 안 그렇다고 할 수 없을 것 같다.) 굳이 사용하지 않아도 될만큼 안정적인 일상을 보내니까. 인도의 카스트 제도처럼 멋진 신세계 속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다섯 계급(알파,베타, 감마, 델타, 앱실론)으로 나뉘어서 생산되는데, 정해진 운명에 순응하면서 살아가기에 이또한 어느 계급으로든 만족스러운 삶이다. 결핍을 느껴야 한단계 도약하려는 욕구가 생기는데, 철저하게 안정된 계층 구조를 이루며 살아가는 것이다. 물론 지금의 사회는 불평등과 양극화로 몸살을 앓고 있다.




만인의 행복은 바퀴들을 끊임없이 돌아가게 해주지만, 진실과 아름다움은 그러질 못해.

멋진 신세계, 올더스 헉슬리



소설 속 '문명'이라 부르는 것이 문화 충격이라 할지라도 세뇌되어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면, 당연해진다. '야만'이라 부르는 것의 자연스러움이 '야만'이라 정의되는 순간, 지독하게 추잡한 것이 되고야 마는 것이다. 문명에서 사라진 셰익스피어의 문학작품을 읽는 존이라는 인물을 통해 문명과 야만의 경계란 무엇인가 생각하게 한다.


문득 어느 멋진(?!) 가사가 생각난다.

가수 정승환에 빠졌던 노래, '사랑에 빠지고 싶다'라는 곡인데, 처음엔 자작곡인 줄 알았다. 알고 보니 김조한(솔리드)이 원곡자.정승환이 <비긴 어게인>에서도 불렀지만 개인적으로 <K팝스타>에서 불렀던 것이 최고다. 날 것 그대로의 감성이 잔뜩 묻어 있다.


바로 이런 감성이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에는 없는 것이다.





사랑에 빠지고 싶다_정승환 


운동을 하고 열심히 일하고  주말엔 영화도 챙겨보곤 해

서점에 들러 책 속에 빠져서  낯선 세상에 가슴 설레지

이런 인생 정말 괜찮아 보여  난 잘 살고 있어 헌데 왜

나는 외롭다 나 눈물이 난다  내 인생은 이토록 화려한데

고독이 온다 넌 나에게 묻는다  너는 이순간 진짜 행복하니

내겐 나를 너무 사랑해주는  그런 사람이 있어 헌데 왜

너무 외롭다 나 눈물이 난다  내 인생은 이토록 화려한데

고독이 온다 넌 나에게 묻는다  너는 이 순간 진짜 행복하니

난 대답한다 난 너무 외롭다  내가 존재하는 이유는 뭘까

사랑이 뭘까 난 그게 참 궁금해  사랑하면서 난 또 외롭다

사는 게 뭘까 왜 이렇게 외롭니  또다시 사랑에 빠지고 싶다


사랑에 빠지고 싶다, 정승환 (원곡자 김조한)



노랫말처럼 빠지고 싶은 대상이 꼭 사람에 대한 사랑인 것은 아니다. 어딘가에 몰두할 수 있고, 가슴 떨리게 하는 '어떤' 것 혹은 대상. 일이든 취미든 스스로가 빠져들어 몰입하게 하는. 그것이 꼭 요란할 필요도 없다. 내적, 외적으로 소란함이 있다면, 고요하게 하는 명상 역시도 대상이 된다. 


안정적이고 평화로운 상황이 지속될 때, 변화가 필요할 때, 우리는 어딘가에 빠질 대상을 자신도 모르게 갈망하게 되고, 알아차릴 새도 없이 빠져드는 게 아닐까. 이 순간 진짜 행복하기 위해서.



단테의 신곡에서 표현하는 지옥 역시 아수라장이 된 곳이 아니라 가장 안정된 곳이기도 하다. 너무 안정되어서 만족하며 살기에 자극도 없고 발전도 없다. 그래서 그곳이 천국인 줄 알지만, 시간이 흐른 후 스스로를 되돌아보면 그때가 지옥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자꾸 우리의 마음 속에서 다시 안주하게 하는 것은 루시퍼가 못 나가게 막기 때문이다. 의지력을 통해 연옥으로 뚫고 나간 사람만이 스스로를 깨우치는 끊임없이 정진해 나간다. 그리고 마지막 클라우드 나인을 지나 천국으로 갈 수 있는 것이다. 우리가 유토피아(천국)라 생각했던 곳은 모든 것이 통제되고, 안정을 이루고는 있으나 개인의 삶이 사라진 디스토피아를 그린다. 지금 내가 너무 편안해서 무력감이 느껴진다면, 지금의 나를 다시 일으켜 세울 때다.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 발췌



"자신이 해야할 일을 사랑하는 것-."국장이 단호하게 힘주어 말했다. "그것이야말로 행복과 미덕의 비결이다. 불가피한 사회적인 숙명을 사람들이 좋아하도록 만드는 훈련, 모든 습성 훈련이 목표하는 바가 바로 그것이다."


"어쨌든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그가 누구였든지간에 살아 있을 때는 행복했으리라는 점이죠. 지금은 누구나 행복하니까요.""그래요, 지금은 누구나 다 행복하죠." 레니나가 맞장구를 쳤다. 매일 밤 150번씩 반복되는 이 말을 그들은 12년동안 들어왔다. 


잠을 자는 동안 가르친다는 원칙, 즉 최면 학습의 원칙은 그렇게 발견되었다.


"하지만 모든 사람은 다른 모든 사람을 공유한다."


최면 학습에 나오는 잠언을 인용해서 그는 결론을 내렸다. 


어둠 속에서 6만 2,000번 이상 반복하여 들었던 잠언인지라 학생들은 그 결론에 완전히 동의했다. 그들은 단순한 진실로서만이 아니라 자명하고 전혀 반박의 여지가 없으며 격언이 되다시피한 진리로서 받아들이겠다는 뜻으로 머리를 끄덕였다. 


"안정이다." 통제관이 말했다. "안정을 추구해야 한다. 사회적인 안정이 없다면 어떤 문명 세계도 존재하지 못한다. 개인적인 안정도 존재하지 못한다." 그의 목소리는 나팔 같았다. 그 소리를 듣자 학생들은 훨씬 으쓱하고 아늑한 기분이 들었다. 

...

바퀴들은 끊임없이 돌아가야 하지만 누가 돌보지 않으면 돌아가지 못한다. 바퀴들을 돌봐야 하는 사람들이, 축에 달린 바퀴들만큼이나 변함없이 꿋꿋한 사람들이, 건전한 사람들이, 순종하는 사람들이, 만족스러운 삶에서 안정을 찾는 사람들이 필요하다. 



"복 받은 소년들이로다!" 통제관이 말했다. "너희들의 삶에서 감정의 부담을 덜어주고, 너희들로 하여금 가능한 아무런 감정을 지니지 않게끔 보호해주기 위해서 우리는 어떤 고통도 마다하지 않았어."


"다 포드님 덕택이란다." 부화본부 국장이 중얼거렸다. "세상만사 태평이야."


"당신의 내면에서 밖으로 나올 기회만 기다리는 무엇이 존재한다는 기분을 느껴본 적이 있나요? 당신이 사용하지 않는 여분의 힘이랄까, 아시잖아요, 발전소에서 터빈을 통과하지 않고 폭포처럼 그냥 쏟아지는 물 같은 것 말입니다."


내가 훨씬 더 나다워지는 기분이 들어요. 그토록 철저히 어떤 다른 존재의 한 부분이 되기보다는 진정으로 나 자신다워진다는 거죠. 사회적인 집단의 세포 하나가 아니고요.


난 마치 글을 쓸 만한 어떤 대상을 이제 막 발견하기 시작한 듯한 기분이 들어요. 내가 내면에 지녔다고 느끼는 어떤 힘, 그런 잠재적인 잉여분의 힘을 스스로 사용하게 된 느낌이에요. 무언가가 나를 찾아오고 있는 것 같아요." 버나드는 그 모든 곤경에도 불구하고 그가 무척 행복해 보인다고 생각했다. 


지식은 가장 고귀한 선이었고, 진리는 가장 숭고한 가치를 지녔으며, 나머지 다른 모든 것은 부수적이고 이차적이었어. 물론 그 시절에도 사람들의 관념이 달라지기 시작했다는 건 사실이야. 우리 포드님 자신도 진실과 아름다움보다 행복과 안락함에 중요성을 부여하기 위해서 굉장히 많은 노력을 했지. 대량 생산이 그런 변화를 요구했으니까. 만인의 행복은 바퀴들을 끊임없이 돌아가게 해주지만, 진실과 아름다움은 그러질 못해.


멋진 신세계, 올더스 헉슬리


2017. 6. 26, 27 기록 / 2022.4. 2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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