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너 마리아 릴케
마치 무언가를 끊임없이 꿰뚫어 보는 듯, 그 통찰의 눈빛이 가끔씩 새로운 느낌을 주었다.
<말테의 수기> 라이너 마리아 릴케
� 말테의 '외부를 향한 시선'과 '내면의 성찰'
� 말테에게 투영된 릴케의 자전적 내면 소설
� 릴케의 방랑과 고독과 시적 감수성이 아름답게 변주되는 시어의 꽃
� 독서See너지
▶ 안부_이선희 (feat.찬열), 무릎_아이유
나는 보는 법을 배우고 있다. 왜 그런지 모르겠으나, 모든 게 지금까지보다 더 내면 깊숙이 파고들어 과거에는 항상 끝났던 곳에 이제 머물러 있지 않는다. <말케의 수기> 라이너 마리아 릴케
소설 속 조숙하고 섬세한 말테의 ‘외부를 향한 시선’과 ‘내면의 성찰’을 응시하는 일은 역시나 녹록치 않아 오랜 시간 찬찬히 들여다 본 책이다. 말테에게 투영된 릴케의 자전적 내면 소설이기도 하다.
유럽인들은 편지나 일기같은 기록을 중요한 서류로 보기 때문에 잘 보관해 둔다고 한다. 이는 곧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과 같은 서간체 소설이나 릴케의 ‘말테의 수기’같은 일기 형식의 소설이 가능한 이유가 아닐까 싶다. 일기와 편지는 이들의 문학적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하는 기반이 되었을 것이다.
� 장미꽃이여, 오 순수한 모순이여, 이리도 많은 눈꺼풀 아래 그 누구의 잠도 아닌 기꺼움이여.
_릴케의 묘비명
릴케에게는 책이나 예술 작품으로 겨우 만날 수 있는 문인들과 예술가들을 직접 만나고 교류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고 한다. 니체 뿐만 아니라 니체가 사랑했던 살로메(살로메는 릴케를 사랑했다고...), 그리고 톨스토이, 로댕 등이 그들. 위대한 (방랑) 시인으로서 스스로 고독을 택하기도 했지만, 이들과 함께 동시대를 향유하며 시적 감수성을 펼쳐낸 릴케의 삶은 아름다운 운율로 변주되는 시어로 꽃을 피운다.
한 줄의 시를 쓰기 위해서는 수많은 도시들, 사람들, 그리고 사물들을 보아야만 한다. 동물에 대해서 알아야 하고, 새들이 어떻게 나는지 느껴야 하며, 작은 꽃들이 아침에 피어날 때의 몸짓을 알아야 한다.
<말케의 수기> 라이너 마리아 릴케
발췌
나는 보는 법을 배우고 있다. 왜 그런지 모르겠으나, 모든 게 지금까지보다 더 내면 깊숙이 파고들어 과거에는 항상 끝났던 곳에 이제 머물러 있지 않는다.
나는 하나의 인상이고 그것은 앞으로 변화하게 될 것이다.
마치 무언가를 끊임없이 꿰뚫어 보는 듯, 그 통찰의 눈빛이 가끔씩 새로운 느낌을 주었다.
우리는 우리의 가장 소중한 것을 그보다도 먼저 처리해야 할 다른 일이 아직 많이 남아 있다는 이유로 밀쳐두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바쁘게 몰두하고 있는 곳에서는 그 소중한 것이 안전하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이제 시간은 흘러가 버렸고, 그리하여 우리는 하찮은 일들에 익숙해져 버렸습니다. 우리는 우리의 귀중한 것을 더 알지 못하게 되었으며 그 엄청나게 커다란 것에 놀라게 되는 겁니다. 그렇게 생각할 수 없을까요?
운명은 여러 무늬와 형상을 고안해 내기를 좋아한다. 그 어려움은 복잡한 데에 있다. 하지만 인생 그 자체는 단순함으로 이루어지기가 어렵다.
그는 그리스어로 된 원시를 기억해 내어 그것을 읽어주기도 할 것이다. (...) 그는 늘 책장만 넘기고 있는 것은 아니고, 종종 몸을 뒤로 젖히고 눈을 감고서는 읽은 시구를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그러면 그 의미가 그의 핏속에 스며든다. 고대의 의미를 그렇게 뚜렷이 느낀 적이 없었다.
사실 고대에는 두 개의 완벽한 반구가 황금으로 된 한 개의 신성한 구를 만들듯, 인생이란 천상의 반구가 현세의 반구에 합쳐진 것이다. 그런데 이것은 겨우 이루어졌기 때문에 그 구 속에 갇힌 사람들의 마음은 그 완벽한 실현을 아직도 다만 실제가 아닌 비유적으로 느끼고 있었다.
모든 완성된 사물 주위에는 완성되지 않은 사물이 그것을 향해 나아간다.
<말테의 수기> 라이너 마리아 릴케
2018. 12. 27 기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