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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아리다 Sep 28. 2023

여기, 우리가 만나는 곳

존 버거 John Berger


리스본과 제네바, 크라쿠프와 마드리드 등 유럽의 여러 도시를 주유하며 풀어놓는 이 이야기들은 얼핏 무관한 것 같으면서도 서로 이어지고, 오감을 통해 떠오르는 과거의 기억들이 현재의 시간 속으로 잔잔히 스며든다. 공간의 경계와 시간의 한계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이 책은 아름답고 해학이 넘치며 예기치 못한 감동을 안겨 준다. 

<여기, 우리가 만나는 곳> 소개글 중에서



� 여행하는 도시들에서 만나는  망자(亡者)들

�  정서와 질감이 다른 도시들, 그 여정 속에서 조우하는 인물들은 이미 지나간 과거를 현재로 환원하고, 내면을 환기시킨다. 

� 시간과 공간의 경계를 넘나드는 판타지를 갖고도 소설이 마치 담백한 자전적 에세이로 읽힌다.



존버거 : 미술비평가, 사진이론가, 소설가, 다큐멘터리 작가, 사회비형가로 널리 알려져 있다. 처음 미술 평론으로 시작해 점차 관심과 활동 영역을 넓혀 예술과 인문, 사회 전반에 걸쳐 깊고 명쾌한 관점을 제시했다._작가 소개글



� 독서See너지

▶ 도서 : <애도일기> 롤랑 바르트

▶ 영화 : 리스본행 야간열차

▶ 음악 : Please_하현상 (힙하게 OST), 나가거든_박정현, 일곱번째 감각_NCT U, 마지막 너의 인사_헤이즈 (우리들의 블루스 OST)



+++ 늘 한가위만 같으시고, 추석 명절 연휴 행복하게 보내세요! :)





존, 인생이라는 건 본질적으로 선을 긋는 문제이고, 선을 어디에 그을 것인지는 각자가 정해야 해. 
다른 사람의 선을 대신 그어 줄 수는 없어. 물론 시도는 해볼 수 있지만, 그래 봐야 소용없는 일이야.다른 사람이 정해 놓은 규칙을 지키는 것과 삶을 존중하는 건 같지 않아. 그리고 삶을 존중하려면 선을 그어야 해.

<여기, 우리가 만나는 곳> 존 버거



‘죽은 다음에 많은 것을 배웠다’는 존 버거의 어머니. 그렇다. 존 버거의 어머니와 리스본에서 재회하지만, 이미 돌아가신 분이다. 여행하는 도시에서 만나는 이들은 망자(亡者)들.



Please_하현상 (힙하게 OST)


[Verse 1]

기억나네요

기다리며 설렜던 마음이

생각나요

빛나던 당신의 모습이


조금 알아간다 했는데

마음이 저려

조금 행복하다 했는데


[Chorus]

Please, can't hold you now

저 멀리서 당신의

목소리 선명하게 들려


Still stay in my mind

이젠 편히 쉬어요

아픔은 여기에 두고 가세요


[Verse 2]

하얀 별 하나

멀리서 가장 빛이 나요

당신의 모습 떠올라요

환하게 웃던 하얀 얼굴이

좀 더 바라보고 싶은데 

안될까요


[Chorus 2]

Please, can't hold you now

들려주지 못한 말

아직 너무 나도 많은데


Still stay in my mind

이젠 편히 지내요

슬픔은 여기에 남겨 두세요


[Bridge]

아주 멀리멀리 떠나가나요 오오

남겨진 나의 기억 속에

당신의 모습 영원해


[Chorus 3]

Please, can't hold you now

들어주지 못한 말

아직 너무 나도 많은데


Please, stay by my side

이젠 편히 쉬어요

언젠가 웃으며 다시 만나요



생에 대한 이해가 깊은 사람은 죽은 이들이라 말한다. 명성황후 OST로 쓰였던 '나 가거든'이 떠오른다. 이 삶이 다하고 나야 우린 이 세상에 다녀간 이유를 알게 될지도 모른다. 지금은 그 이유를 만들어 가고 있는 과정이 아닌가.



이 삶이 다하고 나야 알텐데,
내가 이 세상을 다녀간 그 이유
나 가고 기억하는 이 
나 슬픔까지도 
사랑했다 말해주길

<나 가거든, 명성황후 OST> 조수미




나 가거든_박정현 (나는 가수다 버전)



리스본, 제네바, 크라쿠프, 마드리드…. 정서와 질감이 다른 도시들, 그 여정 속에서 조우하는 인물들은 이미 지나간 과거를 현재로 환원하고, 내면을 환기시킨다.  마치 마들렌과 홍차가 오감을 통해 기억을 재생하듯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은 상상들이 넘나든다. 애니메이션 '코코'에서처럼 우리 안에 자리한 추억들이 기억되는 한, 생생하게 살아있는 것과 같다.



우린 우리의 일부를 남기고 떠난다. 
그저 공간을 떠날 뿐. 떠나더라도 우리 안에 남는다. 
그리고 다시 돌아가야만 찾을 수 있는 것들이 우리 안에 남는다. 
우리가 지나온 생의 특정한 장소로 갈 때
우리 자신을 향한 여행도 시작된다. 
그 여정의 길이는 중요하지 않다. 

영화 <리스본행 야간 열차>



관찰하고 직접 본 것을 예리하게 파고드는 그의 섬세함이 이 작품에서는 내면의 소리에서 감지한 파장을 묘사하고 있다. 현존하는 생과 지난 죽음을 소환하며 시간과 공간의 경계를 넘나드는 판타지를 갖고도 소설이 마치 담백한 자전적 에세이로 읽히는 것은 이것이 존 버거, 바로 그의 작품이기 때문일 것이다. 



망각의 순간에만,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을 때에만, 벌어지는 상황의 거대함이 느껴졌다. 
그 거대함은 봄 하늘 대기 중에 만연해서 아직까지도 뭐라 이름 붙일 수 없는 
일곱번째 감각을 자극했다. 

<여기, 우리가 만나는 곳> 존 버거



일곱번째 감각 (The 7th Sense)_NCT U

차가운 세상 두 눈을 감고

침대에 누워 두 귀를 막고

어제가 오늘 또 오늘이 어제

때늦은 자책만 가득한 채

We'll take it slow

Baby baby W'll take it slow oh


같은 꿈 마치 날 부르는

익숙한 노래 마침내 연결돼

감싸주지 나를 Hate is on me

반복되는 매일도 괜찮다고

깊은 어둠 위를 걸어

저 너머에 숨겨진 진짜를 봐


[Chorus]

Open your tyes

조용히 open your eyes

조용히 open your eyes

Open your eyes

이제는 Open your eyes

이제는 Open your eyes

Open your eyes

조용히 Open your eyes

조용히 Open your eyes

Open your eyes

이제는 Open your eyes


버려지지 않는 미움과 

나를 괴롭히는 꿈 이 꿈

저 시계는 나를 비웃듯

한 치 오차 없이 가 oh yeah

엉망진창 나도 날 모르겠어

어둡게 색칠 된 미래 

허우적대 더 새까맣게 

이 밤에 덧칠을 해 Woo Yeah


차가운 세상 두 눈을 감고 

침대에 누워 두 귀를 막고

어제가 오늘 또 오늘이 어제

때늦은 자책만 가득한 채

We'll tale it slow

Baby baby We'll take it slow oh

같은 꿈 마치 날 부르는

익숙한 노래 You do

마침내 연결돼 You want

Uh 여전히 어딘가로

이름 모를 지역에

난 이름 모를 Hall로

몇 밤을 자도 편치 않은

어딘가에서도

결국 대부분 내 시간을 보내는

explorer

Uh And that is a long ass ride

정신없이 휘둘리다

결국 눈을 감지

꿈과 지금 사이를 

또 한번 의심하고

난 또 확인할 게 있어

바로 지금 너와 같이 Uh


[Chorus] 반복


난해한 저 불규칙 속에 속에

깊이 가려져왔던 가려진 Story

눈을 뜨네

이 노랠 통해

읽혀 지는 너의 꿈 꿈

긴 잠에서 깨어난 난

내 일곱 번째의 감각

Oh 내 곁에 다가와 펼쳐진 밤

조금씩 가까워 지는 다른 꿈

이해가 돼 모두가 내 것처럼 다

진짜를 봐 Open your eyes

Open your eyes

Open your eyes

혼자가 아니야 난




사랑하는 사람이 살아 있었을 때의 존재와 그 사람이 죽은 뒤에 남겨진 것 사이는 일종의 하모니로 이어져야만 한다.(나는 그러고 싶다)

<애도 일기> 롤랑 바르트



마지막 너의 인사_헤이즈 (우리들의 블루스 OST)


[Verse 1]

어느 차가운 밤

너를 첨 본 그날처럼

가슴이 내려앉았지


귓가에 울리던 

마지막 너의 인사에

따뜻한 목소리 잔잔히 맴도네


바람이 불던 날

걸었던 그 거리에선

따뜻한 기억이 남아


너에게 부족한

나란 걸 알고 있기에

초라한 눈물에 너를 흘려 보내


[Chorus]

안녕 나의 사랑 그대여

돌아온다던 그댈

이렇게 기다리고 있어

시간이 더 지난 뒤에도 기억한다면

그대와 함께 행복하고 싶어

그대와 함께 행복하고 싶어


[Verse 2]

가로등 밑에서 

나눴던 우리 사랑은

빛나는 기억이었지


말없이 눈물이

내 맘에 흘러내릴 때

너와의 기억도 지워졌으면 해


[Chorus] 반복


[Chorus 3]

시간이 지나서 언젠가 우리

환하게 미소 지을 수 있을 그날들로

영원한 나의 사랑

오 

언제까지나 너를 기다릴게




존 버거의 2005년 작 소설. 우리 삶 속에 깊숙이 스며들어와 있는, '세상을 떠난 이들의 모습과 목소리'에 관한 이야기이다. 존 버거는 자신과 동일한 이름, 나이, 배경을 지닌 주인공을 등장시킴으로써 픽션과 에세이의 구분이라는 한계를 자유롭게 넘나든다.

주인공 존은 유럽의 여러 도시를 다니면서 누군가를 떠올리고, 만나고, 대화를 나눈다. 그들은 다름 아닌 죽은 자들이고 이미 세상을 떠났지만, 존이 발 딛는 곳마다 어김없이 나타나 말을 건넨다. 돌아가신 어머니와 아버지, 옛 스승, 친구와 애인, 그리고 이름 모를 선사시대 예술가까지, 그들은 과거에 존과 함께 경험했던 일들을 추억하고, 존이 알지 못했던 것들을 일깨워주는 듯한 충고를 던지기도 한다.

존 버거는 자신의 모든 작품을 관통하고 있는 철학적 주제ㅡ인간의 소명과 양심, 용기와 딜레마, 문명과 도시화에 의한 인간소외 등ㅡ를 결코 과장되지 않은, 극도로 명료한 문장으로 풀어낸다. 특히 생의 후반기에 접어든 노작가가 이 소설에서 선택한 '죽은 이'들의 목소리는, 세상을 보고 듣고 생각하고 추억하는 '또 다른 방법'이다.

<여기, 우리가 만나는 곳> 교보문고 책 소개



발췌


존, 인생이라는 건 본질적으로 선을 긋는 문제이고, 선을 어디에 그을 것인지는 각자가 정해야 해. 다른 사람의 선을 대신 그어 줄 수는 없어. 물론 시도는 해볼 수 있지만, 그래 봐야 소용없는 일이야. 다른 사람이 정해 놓은 규칙을 지키는 것과 삶을 존중하는 건 같지 않아. 그리고 삶을 존중하려면 선을 그어야 해.

죽은 다음에 많은 것을 배웠단다. 그러니까 너도 여기 있는 동안 나를 잘 이용해. 죽은 사람은 사전 같아서 모르는 것을 찾아볼 수 있어.
그 표정은 행복한 뻔뻔함인데, 이제 아무것도 당신을 건드릴 수 없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인생에서 어떤 의미를 찾기 위해 남들이 보라는 곳을 헤집고 다니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데에도 생각이 일치했다. 의미는 비밀 속에서만 찾아주는 것이었다. 

그는 자기 연민을 혐오했다. 많은 지성인들의 나약함이지. 그는 말했다. 그런 태도를 경계해야 해! 그건 그가 내게 전해 준 유일한 도덕적 명제였다.

우리는 내가 노인이 되고 그는 죽으리라는 걸 내다 봤고, 이것이 우리를 동등하게 만들었다. 

왜 제 책을 하나도 안 읽으셨어요?
나는 또 다른 인생을 보여주는 책들을 좋아했어. 내가 읽은 책들은 다 그런 거야. 전부 진짜 인생을 다루지만, 접어뒀던 부분을 다시 찾아 읽어도 그건 나에게 일어났던 인생은 아니었지. 책을 읽을 때면 모든 시간 감각을 상실했어. (…) 다른 삶, 전에 살았던 삶, 살 수도 있었던 삶, 그리고 난 너의 책이, 또 다른 삶을 가는 게 아니라 상상만 하고 싶은 삶, 말없이 나 혼자 상상해 보고 싶은 그런 삶에 대한 것이길 바랐어. 그러니까 읽지 않은 편이 더 나았지. 서점의 유리문을 통해 네 책들을 볼 수 있었단다. 내겐 그걸로 충분했어.
요즈음은 헛소리를 쓰는 것도 마다하지 않아요.
네가 찾아낸 것만을 쓰렴.

<여기, 우리가 만나는 곳> 존 버거 / 발췌 2019. 1. 19











희망은 거대한 확대경이야. 그걸로 멀리 내다볼 수 없는 건 그 때문이지.
왜 웃으시는 거예요?
이룰 가능성이 있는 것만을 희망하자꾸나! 조금이라도 고쳐 보자고. 조금도 많아. 하나를 고치면 다른 수천 가지를 변화시키니까.

유럽의 도시들 가운데 천혜의 환경이 이정도로 숨 막히게 아름다운 곳은 톨레도뿐이다. (도시 자체는 전혀 다르지만) 그러나 톨레도를 생각하면 엘 그레코가 그린 풍경이 떠오르는 반면에, 제네바는 어떤 영향력을 행사할 만한 그림이 그려진 적이 없고, 이곳의 상징이라고 해 봐야 호수 위로 물을 뿜어 내는 장난감 같은 대형 분수 하나 뿐인데, 그것조차 할로겐 램프처럼 꺼졌다 켜졌다 한다. 

제네바는 호기심과 자긍심이 뒷ㄲ인 심저응로 그것들을 전부 읽는다. 그러고는 이런 결론을 내린다. 여기서 태어나는 행운을 누리지 못한 사람들은 이렇게 자신들의 모든 열정을 살아내야만 하는 모양이구나.

그보다는 먼 곳으로 여행을 다니는 것에서 즐거움을 찾는다. 이들은 즐거운, 때론 대담하기까지 한 여행자들이다. 여행자들의 이야기로 가득한 도시에서는, 평소처럼 정성껏 준비한 저녁 식탁에 언제나처럼 맞춤법 하나 틀리지 않은 이야기들이 오가고, 모든 음식도 늘 제때 준비되어 애매한 미소를 곁들여 나온다.

소리 내어 또박또박 읽기
당신도 큰 소리로 잘 읽었어요. 내가 말한다.
결국엔 어떻게 하는지 알게 됐지. 네가 소리 내서 읽는 비결 말이야. 문장의 끝에 이를 때까지 그걸 읽지 않는 것, 그게 너의 비결이었어. 

<여기, 우리가 만나는 곳> 존 버거 / 발췌 2023. 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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