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요한 순간에 꽉 찬 말습관
인간 대 인간의 대화가 중요한 것은
언어로 아이디어가 전달되기 때문이다.
인간은 언어로 세계관을 만들고 구성하는 것이다.
TED TALKS_크리스 앤더슨
� 분명하게, 정갈하고 정확하게, 자신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필요한 순간에 꽉 찬 말이 나온다. 기교보다 기세에 가깝다.
� 마음과 다른 말을 하지 않기 위해서는 복잡한 감정들 사이에서 '진짜 감정'을 인식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 말에도 인생에도 형식과 내용이 있다. 겉으로 살아가는 방식과 내적으로 갖고 있는 가치관이 어우러져 한 사람의 삶을 만들어가고 지탱한다.
� 독서See너지
▶ TED 강연 (말센스_셀레스트 헤들리, 그릿_앤절라 더크워스)
▶ <말과 시간의 깊이> 황현산 비평집,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밀란 쿤데라
▶ 음악 : Strawberry moon_아이유, The Feels_트와이스, Slow Dancing_V of BTS
+++ 늘 한가위만 같으시고, 추석 명절 연휴동안 풍요롭고 행복하게 보내세요! :)
18분의 기적이라 불리는 TED 강연.
TED는 애초에 기술(Technology), 엔터테인먼트(Entertainment), 디자인(De-sign)의 첫자를 따서 'TED'라고 부르는 연례행사로 시작됐다. 지금은 강연의 교과서처럼 여겨진다. 세바시(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 같은 프로그램 역시 같은 포맷이다. TED의 성장 이후로 유튜브의 많은 영상들이 쇼츠(Shorts)로 소비되고 있는 요즘은 분초를 다투며 영상들이 매우 짧아진 경향이 있지만, 예전엔 15분-18분을 기준이라는 말도 있었다.
<TED Talks>는 창업자에게 넘겨 받아 운영해온 TED 대표이자, 수석 큐레이터인 크리스 앤더슨의 저서다. TED는 수많은 강연자를 배출했고, 오랜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논문에서나 볼 법한 인사이트들을 함축적이면서 핵심적으로 다뤘다. 패러다임의 변화였다. 최근에는 팬데믹을 거치면서 방청객이 없이 1인 강의나 대화와 인터뷰 형식의 유튜브 채널도 급성장 중이다.
TED 대표 크리스 앤더슨의 <TED TALKS 테드 토크>에서 메라비언의 법칙이 잘못 해석되어 사용되고 있음을 지적한 바 있다.
연설 코칭 전문가 중에는 언어의 중요성을 간과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들은 주로 앨버트 메라비언 교수의 1967년 연구를 예로 들면서, 커뮤니케이션에서 언어가 담당하는 비율은 7%에 불과하며, 38%는 목소리의 어조, 55%는 보디랭귀지에 달려 있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이들은 '언어'에는 신경 쓰지 말고, 자신감 넘치고 카리스마 넘치게 말하는 법을 습득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라고 한다. 불행히도 이 주장은 메라비언 교수의 연구 결과를 잘못 해석한 것이다.
당시 실험은 감정 전달에 집중돼 있었다.
TED TALKS_크리스 앤더슨
2018년도에 이 책을 읽으면서 매우 흥미로운 주장이라고 생각했다. 가장 빠르게 바꾸기 쉬운 건 목소리나 어조의 변화, 말투, 자세 등이다. 언어를 내용이라 말한다면, 이는 사고의 전환까지도 일어나야 하기 때문에 남이 바꿔주는 게 쉽지도 않고, 바꾼다 하더라도 시간이 걸린다. 그렇지만, 형식과 내용은 함께 이뤄지는 것이기 때문에 커뮤니케이션에서는 반드시 두 가지 모두를 살펴보아야 한다. 문득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 나오는 글귀가 떠오른다.
슬픔은 형식이었고, 행복은 내용이었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밀란 쿤데라
인생도 형식과 내용이 있다. 겉으로 살아가는 방식과 내적으로 갖고 있는 가치관이 어우러져 한 사람의 삶을 만들어가고 지탱해 주니까.
<말센스(흥분하지 않고 우아하게 리드하는)>의 저자 셀레스트 헤들리는 한때 TED 대화 분야 최고 조회수(13000만)을 기록하며 토크계의 황제 래리 킹을 잇는 대화의 연금술사라는 수식어가 붙기도 했다. 그 속에 담긴 지혜도 대화의 형식 보다 내용에 집중한 것이었다.
[TED 강연] 10 Ways to have a better conversation_Celeste Headlee
말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제대로 알고 있다. 그러나 분명하게 말해야 할 상황에서는 물러서지 않는다. 정갈하고 정확하게 자신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딱 필요한 순간에, 꽉 찬 말이 나온다. 그것은 세련된 말과는 다르다. 기교가 아닌, 기세에 가깝다.
<말그릇> 김윤나
<말그릇(비울수록 사람을 더 채우는)>의 김윤나 저자도 '언어' 즉 '내용' 부분에 해당하는 것을 이 책 '말그릇'에 담았다. 스피치가 말의 외형을 결정하고 다듬는 '기술'이라면, 저자가 말하는 말그릇은 심리학이라는 재료를 써서 말의 틈을 메우고, 결을 쓰다듬고 매만지는 내면의 '성찰'이다. 그릇을 매만지는 장인의 기술과 애정이 담긴 정성스러운 손길이 그릇의 견고함과 고운 자태를 결정하듯, 말그릇 역시 두 가지가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어야 하는 일일 것이다.
진짜 감정을 찾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그 안에 말하고 싶은 핵심이 있기 때문이다. 감정은 우리에게 무엇인가를 알려주려고 한다. 감정의 이면을 잘 살펴보면 전하고 싶은 속내, 간절히 바라는 욕구, 이루고 싶은 목표들이 숨겨져 있다. 어떤 감정의 문을 여는가에 따라 그것과 닮은 말이 따라온다. 따라서 마음과 다른 말을 하지 않기 위해서는, 복잡한 감정들 사이에서 '진짜 감정'을 인식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말그릇> 김윤나
동일한 사건을 두고서도 사람들은 서로 다른 언어적, 신체적, 심리적 반응을 보인다. 이것을 그 사건을 대하는 개인의 믿음, 즉 공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개인의 공식에 따라 대화 결과는 전혀 달라진다.
<말그릇> 김윤나
이 책을 한 마디로 표현한 문장 '당신의 말에 당신의 그릇이 보인다'는 한 줄 카피는 <말그릇>이라는 책을 적절히 표현해 주는 좋은 문장이다. 말은 그 깊이까지 알수 없을지라도 그릇의 형태를 보여준다. 우리가 그 사람의 말이나 글 뿐만 아니라 행동이나 태도까지도 살펴 본다면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다. SNS 상에 보이는 글이나 이미지가 그 사람의 전부가 아닌 일부이듯, 말이라는 단면으로 섣불리 그 사람을 판단하지 말아야 하는 의미이기도 하다.
사실 나에게 글쓰기는 그만큼 고통스러운 작업이었다. 한 줌의 행복을 말하기 위해서도, 한 뼘의 희망을 말하기 위해서도, 내 자신의 비루함과 무능함을 어쩔 수 없이 먼저 확인해야 했다. 이 비루함과 무능함으로 허술한 가교를 만들어 어쩌다 작은 계곡을 건너기는 했지만 그것을 뒤돌아 볼 용기가 내게는 늘 부족했다.
<말과 시간의 깊이> 황현산 비평집
故 황현산 비평집 <말과 시간의 깊이>라는 저서의 머리말에 나오는 글귀다. 살아가는데, 말이라는 게 참 중요하다는 생각을 한다. 무엇이 소통이고, 무엇이 홍보인지, 무엇이 대화이고, 무엇이 소음인지 등 많은 이론과 생각들이 지속적으로 나오지만, 세월이 흐르고 시대가 변함에 따라, 집단의식과 개인의 가치관의 혼선으로 헤겔의 변증법 마냥 정반합의 과정을 거치는 듯 하다. 명확한 정답은 없겠지만, 어떤 말을 나누고 교류하느냐에 따라 관계의 깊이와 질이 달라짐은 분명한 것 같다.
[TED 강연] Grit : the power of passion and preseverance_Angela Lee Duckworth
발췌 : 말그릇_김윤나 VS TED Talks_크리스 앤더슨
그러나 사람의 마음은, 나의 안쪽 어딘가에서 떠돌고 있는 말을 할 수 있도록 기다려주는 사람을 만났을 때 열리게 된다. 인생의 중요한 선택을 스스로 검토할 수 있도록 자리를 만들어준 사람, 자연스럽게 깨닫게 될 때까지 따뜻하고 세밀한 기술로 배려해 준 사람을 만났을 때 힘을 얻는다.
'말솜씨'는 여전히 탐나는 능력이지만, 나이가 들고 관계가 복잡해질수록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깊이 있는 말이지 듣기 좋은 말이 아니다. 말로 영향력을 끼치려고 하기 전에, 말그룻 속에 사람을 담는 법을 배워야 한다.
말은 몇 초 만에 세상 밖으로 나오지만, 그 한마디 한마디에는 평생의 경험이 담겨 있다. 따라서 당신의 말 그릇을 살핀다는 것은 말 속에 숨어 있는 자신을 이해하는 과정과 같다. 만약 당신의 말이 잘못되어 있다고 느낀다면 그 이유 역시 당신의 마음 안에 있을 것이다.
사람들은 말 그 자체를 바꾸려고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말을 그렇게 밖에 할 수 없는 나'를 이해하는 일이다. 말의 장막을 걷어 올린 후 숨은 이유를 찾아내야 무엇부터 다시 시작할 지 정리할 수 있다.
이해 받으려 하기 전에 이해하기 위한 도구로써 말을 사용하는 것, 그리고 상대방의 인성과 성격을 탓하기 전에 자신이 그것을 담아 낼 수 있는 그릇이 되는가를 돌보는 것, 말의 수준이 높다는 것은 아마도 이 두가지 법칙을 이해하고 있다는 뜻일 것이다.
비울수록 사람을 더 채우는 <말그릇> 김윤나
감정을 연구하는 폴 에크만(Paul Ekman)은 인간의 감정 체계는 긍정적인 감정은 최대화하고 부정적인 감정은 최소화하는 행동으로 우리를 이끌어 간다고 했다. 기본적으로 인간은 고통을 피하고 싶은 동길ㄹ 가지고 있기 때문에 '좋지 않음'에 대해서는 모른척 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속상함, 상실감, 수치심과 같은 부담스러운 감정들도 다 존재하는 이유가 있다. 그 이유에 걸맞게 대우해 주어야 한다. 그것으로부터 도망가거나 대항해서는 안된다. '그래, 난 지금 슬픈거야'라고 감정 자체를 인정하고 '내 얘기를 들어줘.'하면서 공감의 방식으로 감정을 해소해 나가야 한다.
감정으로부터 도망가기 시작하면 외로워지고 억울해 진다. '이게 아닌데' '무엇인가 잘못되었어' 하는 찝찝함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의도하지 않은 쪽으로 말을 하기 시작한다. 잘못 선택한 감정이라도 일단 들어선 길이기에 다시 돌아오지 못하고 제대로 된 감정과는 점점 멀어진다. '마음과 일치하는 말'을 하려면 먼저 감정과 친해져야 한다. 감정과 말을 엇갈리지 않게 연결시키는 능력이야 말로 넉넉한 말 그릇이 되기 위한 핵심 요소다.
당신의 말 그릇 안에는 얼마나 다채로운 감정들이 살고 있는가
그 감정들은 제때, 어울리는 상황에 정확히 나타나는가.
당신은 그 중에서 진짜 감정고 가짜 감정을 구분할 수 있는가.
출현-자각-보유-표현-완결
감정은 출현-자각-보유-표현-완결'이라는 다섯 개의 단계를 거쳐 나타났다가 사라진다.
몸은 우리에게 조용한 방식으로 말을 건다. 그래서 귀를 기울여야 그 소리를 들을 수 있다. 감정과 어울리기 위한 첫걸음은 당신의 몸이 말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아는 것. 하루 중에 잠시라도 몸에 집중하며 미세한 신호들을 감지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진짜 감정을 찾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그 안에 말하고 싶은 핵심이 있기 때문이다. 감정은 우리에게 무엇인가를 알려주려고 한다. 감정의 이면을 잘 살펴보면 전하고 싶은 속내, 간절히 바라는 욕구, 이루고 싶은 목표들이 숨겨져 있다. 어떤 감정의 문을 여는가에 따라 그것과 닮은 말이 따라온다. 따라서 마음과 다른 말을 하지 않기 위해서는, 복잡한 감정들 사이에서 '진짜 감정'을 인식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지금 이것은 어떤 감정일까?
이 감정이 내게 말하는 것은 무엇일까
감정을 품어내는 힘은 분명 개인의 자존감과 깊은 관련이 있다. 대화 중에 참지 못하고 무작정 감정을 쏟아내는 사람의 내면에는 낮은 자존감이 자리하고 있다. 체면 때문에 안 그런 척 하지만 감정 앞에서는 허약한 자존감을 드러낸다.
부정이든 긍정이든 감정을 품어내고 다루는 일은 내가 괜찮은 사람이라는 '자기 존중'과 나는 할수 있다고 믿는'자기효능감' 이 두가지 심리적인 기반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물론 그 외에도 컨디션이 안 좋거나 극심한 시간 압박, 집중을 방해하는 주변 환경 속에 있기만 해도 감정은 쉽게 출렁인다. 감정 역시 에너지 자원의 하나이기 때문에 충전없이 사용만 하면 쉽게 닳아버린다. 참는 것, 버티는 것, 숨기는 것, 과도하게 사용하는 것 모두 감정을 방전시키는 일이다.
자신에게 어울리는 '자기 진정 스위치'를 발견해서 과열되었을 때 그 버튼을 누르고 잠깐 동안 멈출 수 있는 사람은 감정으로부터 자유로워진다. 감정에 휘둘리지 않기 때문에 해야할 말과 하지 말아야 할 말을 가려낼 수 있다. 내 감정과 상대방의 감정 뒤에 숨은 마음을 알아보고 가장 적절한 말을 선택할 수 있게 된다.
나는 내 감정을 어떻게 알아차리는가?
나는 진짜 감정과 가짜 감정을 어떻게 구분하는가?
부정적인 감정과 마주할 때 나는 어떻게 자기 진정을 하는가?
나는 감정에 알맞은 말을 사용해서 표현할 줄 아는가?
말그릇, 김윤나
21세기에는 모든 학교에서 필수과목으로 프레젠테이션 기술을 가르쳐야 할 것이다. 실제로, 책의 시대 이전에는 '수사학 (Rhetoric)'이 논리와 문법, 수학, 기하학, 천문학, 음악과 함께 교육의 중심이었다. 수사학은 오늘날의 프레젠테이션 기술과 같다. 인터넷 세상이 되면서 이 고귀한 기술이 부활했다. 프레젠테이션 기술은 앞으로 읽기, 쓰기 수학과 함께 반드시 교과과정에 포함돼야 할 것이다.
이 교육의 핵심은 '효과적으로 말하기'이다. 그것은 이 책의 목적과도 같다. 이 책은 수사학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새로운 프레젠테이션 기술을 위한 유용한 디딤돌을 제시한다. 다년간 TED 강연을 진행하며 얻은 경험 역시 방향이 같다. TED는 애초에 기술(Technology), 엔터테인먼트(Entertainment), 디자인(De-sign)의 첫자를 따서 'TED'라고 부르는 연례행사로 시작됐다. 최근에는 대중이 관심을 가지는 분야라면 가리지 않고 다룬다. TED 강연자들은 세심하게 준비한 짧은 연설을 통해 자기 생각을 대중에게 전달한다. 감사하게도 TED 강연은 온라인에서 큰 인기를 끌며 2015년 기준으로 조회수가 연간 10역 회를 넘었다.
아이디어만 있으면 누구라도 훌륭한 연설을 할 수 있다. 대중연설에서 중요한 것은 자신감, 무대에서의 카리스마, 유려한 언어 구사력이 아니라 공유할 가치가 있는 아이디어다.
시간에 맞춰 효과적으로 연설하려면 먼저 범위를 좁혀야 한다. 또 하나, 일관된 축에 맞춰 적절한 흐름을 선택해야 한다. 연설 내용이 너무 적다는 생각이 들 수 있지만 그래야 힘이 생긴다.
TED TALKS, 크리스 앤더슨
물론 커뮤니케이션에서 감정은 중요하다. 이런 점에서, 대화할 때 목소리의 어조, 보디랭귀지는 꽤 중요하다. 이것들의 중요성에 관해서는 마지막 장에서 다시 자세히 설명하겠다. 하지만 연설의 내실은 전적으로 '말'에 달렸다. 이야기하고 아이디어를 구성하고 복잡한 내용을 설명하거나 합리적 주장을 펼치며 해옹을 위해 설득하는 것은 '말', 즉 언어다. 그러니까 연설을 할 때 보디랭귀지가 말보다 더 중요하다고 누군가 말한다면, 메라비언의 실험을 잘못 해석했다고 생각하면 된다. 재미 삼아 그들에게 행동만으로 주장을 전달해보라고 해보면 어떨까?
이 책의 전반부에서는 대체로 언어의 마법을 탐구하는데 집중했다. 이렇게 인간 대 인간의 대화가 중요한 것은 언어로 아이디어가 전달되기 때문이다. 인간은 언어로 세계관을 만들고 구성하는 것이다. 아이디어는 사람을 만든다. 아이디어를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는 법을 알고 있는 연설자는 그야말로 엄청난 생각이 파동을 일으킬 수 있다.
TED TALKS_크리스앤더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