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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아리다 Sep 29. 2023

면역에 관하여

율라비스


우리가 사회적 몸을 무엇으로 여기기로 선택하든, 
우리는 서로의 환경이다. 
면역은 공유된 공간이다. 
우리가 함께 가꾸는 정원이다.

<면역에 관하여> 율라비스



 백신과 관련한 방대한 자료와 시적 은유

� 자연의 반격! 인간이란 미생물의 운송 수단에 지나지 않는가

� 자신의 건강을 관리하는 것이 곧 이타적인 행동이다.



� 독서See너지

▶ 도서 : <총균쇠> 재레드 다이아몬드, <페스트> 알베르 카뮈, <타이탄의 도구들> 팀 페리스, 

▶ 영화 : 컨테이젼

▶ 음악 :  푸른꽃_리아 of ITZY (환혼: 빛과 그림자 OST), Underwater_권은비, 비밀정원_오마이걸






제목은 ‘면역에 관하여’이지만 면역 체계가 어떤 매커니즘으로 우리 몸을 보호하는가 하는 이야기는 아니다. 백신과 관련한 방대한 자료와 은유다.



‘백신은 맞아야 하는가’라는 논쟁의 찬반양론을 모두 담고 있는 책이기도 하다. 디베이트(debate) 논제같지만, 저자인 율라비스는 집단 면역을 위해 맞는 것이 좋다는 백신 옹호론에 서있으면서도 백신회의론자들의 맞히고 싶지 않은 심리와 입장도 담고 있다. 그래서 미국인들은 부모로서 그리고 사회구성원으로서 논란이 되고 있는 사안들을 어떻게 미국내 여론으로 형성해 나가려는가를 지켜볼 수 있는 책이었다. 



푸른꽃_리아 of ITZY (환혼: 빛과 그림자 OST)



저자인 율라비스가 살던 2000년 미국에서는 근절된 것으로 선언한 홍역이 놀랍게도 2014년 캘리포니아에서 발생한다. 무려 150여 명이나 감염되었다. 안전성에 있어 의료계내에서도 끊임없이 논의가 이어지고, 불필요한 선제공격일 수 있는 예방접종에 대해 다소 기피현상이 팽배해 있던 시점. 백신의 두려움이 아닌, 다시  병원균 바이러스 감염에 대한 두려움이 엄습했는데, 내가 이 책을 2018년도에 읽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곧바로 코로나가 들이 닥쳤다. 



전 세계적으로 팬데믹과 엔데믹의 과정을 거치며, 사람들은 백신의 중요성을 몸소 겪었고, 인식의 대전환이 일어났다. 더 이상 백신을 맞느냐 안 맞느냐는 더 이상 논쟁거리도 아니게 되었다. 다만 어느 제조 회사의 백신을 맞는 게 좋은가 왈가왈부하는 의견이 많았을 뿐. 이제는 일반 감기 정도의 강도로 많이 약화됐지만, 또 어떤 바이러스가 습격해 올지 모르기에 건강에 대한 관심도는 더욱 높아졌다. 



 유산균이나 홍삼, 종합 비타민 등을 챙겨 먹는 것은 기본이고 배양된 유산균 마리수가 얼마나 되느냐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인데다, 6년근 홍삼이니, 비타민계의 에르메스니 하면서 품질에 따라, 함량에 따라 건강기능식품의 몸값도 달라졌다. 면역력을 챙길 수 있도록 명절 선물로 주고 받는 경우도 늘었다. 건강식을 챙겨 먹고, 운동을 하는 일도 선택이 아닌 필수의 영역이 되고 있다.




Underwater_권은비



재레드 다이아몬드 박사는 <총균쇠>에서 세계사를 변화시키는 매우 중요한 요인 하나를 제시했다. ‘상당한 면역성을 가진 침략자들이 면역성 없는 민족에게 퍼뜨리는 질병’ 말이다. 유럽 고유의 전염병들이 다른 대륙의 많은 민족을 몰살시킴으로써 유럽인들의 정복에 결정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특히 각종 질병으로 죽어간 아메리카 원주민의 수가 콜럼버스 이전 인구의 95% 수준으로 추정된다고 하니 가히 균의 위력이란...



한 면역학자가 재치있게 말했듯이, 외계인이 우주에서 우리를 내려다본다면 
인간이란 미생물의 운송 수단에 지나지 않는다고 합리적으로 결론 내릴지도 모른다.

<면역에 관하여> 율라비스



우스개 소리같지만, 지능 높은 인간도 자연의 입장에서 보면 한낱 바이러스의 숙주일 뿐이라는 소름돋는 말이다.  2011년, 마치 훗날 코로나 사태를 예언하듯 만들어진 영화 컨테이젼은 코로나 발생 메커니즘이 곧 자연의 반격임을 시사하기도 했다.



이제 바이러스에 노출되지 않기 위해 남녀노소 모두 지나칠만큼 손을 자주 씻고 청결에 신경 쓰는 일은 기본 중에 기본이 되었다. 그렇다고 각종 바이러스를 완벽하게 차단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또한 바이러스에 대응하는 백신을 일일이 모두 맞거나 맞히기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백신에 대한 정확하고 신뢰감있는 정보를 접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도 작용한다. 그렇다 보니 우리나라의 경우는 필수(의무)접종이 아닌 선택접종의 경우 백신을 맞히는 기준은 옆집인 경우가 많다. 우리 동네 혹은 우리 아파트 단지 분위기가 맞히는 쪽이면 맞는 거고 안 맞히면 안 맞기도 하고. 필수 접종도 나라마다 항목이 다르고, 백신을 맞아도 해당되지 않는 바이러스 종류가 워낙 많은데다가 부작용이나 과민반응 감수까지 생각하면 적당히 이웃들과 보조를 맞춰나가는 것이 정신건강을 위해 현명한 선택이기도 하다. 


그는 오랑 시민들의 모순을 에누리 없이 비판하고 있다. 주민들은 자기들을 서로 가깝게 만들어 주는 따뜻한 것을 절실히 요구하면서도, 동시에 자기들을 서로 멀어지게 만드는 경계심 때문에 그런 요구에 감히 자신을 내맡기지 못하고 있었다.

<페스트> 알베르 카뮈



사실 필수 접종을 제외하고 백신을 접종하는 것은 권고사항일 뿐이다. 각자의 선택이지만, ‘우리는 서로의 환경이자 함께 가꾸는 정원’이라는 저자의 마지막 문구를 보면서 자신의 건강을 관리하는 것이 곧 자신 뿐 아니라 이타적인 행동이기도 하다는 점은 분명한 것 같다. 



늦더위가 기승을 부리더니, 이젠 빠른 추위를 걱정하면서 편의점업계는 핫팩이나 겨울 간식 등의 제품을 두 달 빠르게 출시하고 있다고 한다.  올 겨울은 얼마나 추울지 염려스러운데, ‘추위에 노출되면 면역 기능이 개선된다.’ 는 재미난 부분이 있어서 소개하고 마무리해 본다. 



팀페리스의 '타이탄의 도구들'에 나오는 이야기다. ‘아이스맨’이라는 별명을 가진 네덜란드 모험가 빔호프는 “근사한 냉기에 나를 노출시키면 ... 훌륭한 정화 능력이 발휘된다.’고 했단다. 화가 빈센트 반 고흐는 자신의 귀를 자른 뒤 병원에서 하루 두번 냉수욕 처방을 받았다고. 지방 손실이 늘어나면서 기분이 극적으로 고조된다는데, 새벽 공기의 상쾌함 같은 느낌 아닐까 싶다. 하지만 지나친 온도차는 건강에 해롭기도 하니, 평소 체력 관리와 면역력을 높임과 동시에 스트레스 해소에도 신경을 쓰는 것이 좋겠다. 



가을이 지나가면 올 겨울 추위가 혹독할 거라는데, 조금이라도 따스했음 하는 바람과 함께 모두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



비밀정원_오마이걸




질병과 면역에 관한 최고의 문화적 역사!

『면역에 관하여』는 면역학이라는 난해한 과학을, 시적 은유를 동원해 아름답게, 동시에 냉철하게 서술한 책이다. 우리는 바르고 깨끗한 생활을 한다면, 더럽고 오염된 것들과의 접촉을 피한다면 우리를, 또 우리의 아이를 질병과 온갖 악덕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저자는 이것이 ‘환상’이라고 지적한다. 우리 몸은 태어날 때부터 화학 물질과 미생물, 병균과 다른 사람의 피와 살로 가득 차 있다. 이 책이 거듭 지적하듯이, 우리는 한 번도 독자적으로 존재한 적이 없다.

저자는 그들에 대한 우리의 두려움과 불안을 들여다보고, 그것을 이 정원으로부터 내쫓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깨우친다. 우리가 택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우리가 함께 가꾸고 살아가야 할 이 정원을 더 건강하게 만드는 것이다. 저자가 이 책에서 분명히 보여주고 있듯이, 백신 접종은 이를 위한 가장 안전하고 효과적인 무기다.

책은 아이를 출산하고 맞닥뜨린 두려움(백신이 아이를 해칠 수 있다는 두려움)에 맞서면서, 백신과 예방 접종이 실제로 아이와 우리의 삶을 어떻게 구원하고 있는지 규명한다. 또 신화와 역사, 문학을 두루 살핌으로써 우리 내면에 자리한 두려움의 실체를 밝히고, 강력한 은유를 통해 우리가 질병과 면역을 바라보는 관점을 확장시킨다.

<면역에 관하여> 책소개 교보문고 제공




<발췌> 2018년


백신은 인간과 자연 사이의 중간적 장소에 속하는 물질이다. 웬델 베리라면 그것을 숲으로 둘러싸인 잘 깎은 잔디밭이라고 표현했을지도 모르겠다. 백신은 우리가 바이러스에게 마구를 씌워 말처럼 길들이는 능력을 활용한다는 점에서 일종의 야생의 가축화라고 할 수 있지만, 그 백신 활동은 한때 야생의 것이었던 물질에 대한 우리 몸의 자연스러운 반응에 의존한다.

우리 몸과 바이러스는 치명적인 체스게임에 푹 빠져서 서로 겨루는 두 지성이었다.

몸은 이질적이고 낯선 것이라면 모조리 공격하는 전쟁 기계가 아니다. 우리가 적절한 환경에서 다른 많은 미생물과 함께 균형을 이루어 살아가는 정원이다. 몸의 정원에서, 우리가 제 속을 들여다볼 때 발견하는 것은 자기가 아니라 타자다.

우리가 사회적 몸을 무엇으로 여기기로 선택하든, 우리는 서로의 환경이다. 면역은 공유된 공간이다. 우리가 함께 가꾸는 정원이다.

<면역에 관하여> 율라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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