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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rene Sep 14. 2021

주제 파악

말도 안 되는 소리로 동생을 쥐 잡듯 잡는 큰 아이를 야단치던 중이었다.


"생. 각. 좀. 하. 고. 말. 해. 그게 말이 되는 소리인지 아닌지. 모자란 애처럼 정말 왜 이래?"


"근데 엄마는 화만 나면 왜 자꾸 나한테 모자라다고 해요?"

 

아이는 고개를 숙이며 옆으로 돌렸고 눈물이 주르륵 흐르는 게 보였지만, 못 본척했다.

시간이 멈춘 듯 머릿속이 고요해졌다.

'모자라다'라는 말이 내게 쿵하고 크게 다가온 이유는 아마도 얼마 전에 쓴 "자동적 사고"라는 글 때문에 의식에 두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역시나 의사가 씌운 '모자란 아이'라는 필터를 통해 내가 아이를 바라보고 있었다는 사실을 명히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미안하고 부끄러웠다. 그냥 미안하다고 하면 될 것을 이 부끄러움을 들키지 않기 위해 작용한 나의  방어기제는 부정하기였다.

 

".... 내가? 내가 언제?"


"매일 그랬어요! 엄마는 정말 나를 그렇게 생각하는 거예요?"

 

이때야말로 부정하기가 필요한 순간이었지만 나의 쓸데없는 솔직함과 못돼 먹은 오기는 "어" 하고 대답을 하고 말았다. 좀 받아치면 좋으련만 예상치 못한 나의 공격에 당황한 아이는 그러냐며 주눅이 들었고 그 모습에 가슴이 아파지니 독기가 슬그머니 빠져나왔다.

 

"아니야. 홧김에 생각 없이 나온 말이야.."


"그렇죠? 나 그 말 너무 듣기 싫어요.. 근데 엄마 있잖아요. 엄마도 그렇게 생각 없이 말하면서 왜 자꾸 나한테 생각 좀 하고 말하라는 거예요? 엄마도 그러면서.."



그래... 모자란 건 아이가 아니라 나였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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