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재구성

by serene

남편과 함께 TV 프로그램 '동상이몽'을 보다가 물었다.


"당신은 언제 나랑 결혼해야겠다고 생각했어?"


"처음 만난 날 당신이 걸어오는데 뒤에서 후광이~~ 어쩌고 저쩌고~"


'후광'이란 단어가 로맨틱하게 느껴져 만족감이 차오르는 순간, 몇 년 전 남편이 가정을 버리려 했을 때의 기억이 갑자기 방류되며 씁쓸해졌다.

"이렇게 배신할 거였으면 나와 왜 결혼했냐"는 물음에 '부모님이 하라고 해서, 오래 사귄 정 때문에, 하기 싫은 거 억지로'라고까지 대답했던 그다.


기억은 제멋대로에 짓궂다. 내가 '저장하기'를 원치 않음에도 저장하고 '불러오기'를 하지 않았음에도 내어온다.

기억 줏대 없고 간사하다. 현재의 기분에 따라 과거가 재구성어 자신에게 유리하게 사용된다.

기억은 참 눈치도 없다. 지금의 호사를 누리지 못하고 굳이 과거를 끌어와 초를 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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