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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rene Nov 26. 2021

나를 웃게 하는 사람

요즘은 이명 때문에 일찍 자려고 노력 중이다. 지금이야 이명이 기생하도록 내버려 두고 있지만 처음 이명이 왔을 때는 '나만 이런가? 왜 이러지? 평생 이러면 어쩌지?' 겁이 났다. 고막이 깨끗하고 청력에 이상이 없으면 이명은 병원도 딱히 방법이 없나 보다.

자려고 누운 남편에게 물었다.

"당신도 들려? 당신은 안 들려?"

내 불안을 알아챈 남편은 잠시 집중하는 시늉을 한 후 "엇, 가만있어봐. 오~들린다 들려. 나도 들려."라고 다. 나를 안심시키기 위한 거짓말라는 걸 알아 웃음이 다. 소리가 안 들리는 게 문제지 들리는 건 좋은 거라며 소리가 들릴 땐 겁내지 말고 듣지 않으려 애쓰지도 말고 그냥 들리나 보다. 생각하라고 했다. 명은 특히 조용한 밤에 크게 들리는데 그런 나를 위해 잠들기 전 잔잔한 음악을 틀어주고 코믹한 춤을 추기도 한다. 그런 남편의 배려에도 웃음이 나고 당신은 소머즈처럼 특별한 사람이 된 거라는 남편의 말에 이없어 웃음이 다. 나는 특히 남편의 유머러스함을 높이 평가하는데 유머는 '가벼움'이나 '철없음' 아니라 찬 현실  수 있는 '기술'껴지기 때문이다. 나에겐 없는 탐나는 능력이다.


남편에게 당신을 웃게 하는 건 뭐냐고 물으니 아이들과 내가 웃을 때라고 했다. 문득 지난 주말에 남편과 마트에 갔던 일이 떠올랐다. 계산대 앞에서 박스를 접고 서성이는 남편이 나를 발견할 수 있도록 손을 높이 들어 흔들었더니 한참을 가만히 바라보다 고개를 숙이던 게 떠올라 그때 왜 그랬냐고 물었다. 요리조리 말을 피하다가 뭐라고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이 올라와서 그랬다고 했다. 나는 얼핏 알 것도 같은 그 감정을 선명하게 확인하고 싶어 쿡쿡 찔러대며 대답을 재촉했다. 남편은 자신이 저질렀던 "그 일" 때문에 내가 많이 고통스러워했었는데 자길 보고 손을 흔들며 환하게 웃어주는 게 마음 아팠다고 했다.

"저런 여자에게 내가 무슨 짓을 한 건가... 뭐 그런 거.."

순간 정적이 흐르고 민망함과 어색함을 견디지 못하는 남편은 벌게진 눈을 들키지 않기 위해 개그로 승화시키려 하고, 그 진심 굴절 없이 투과되니 나 역시 눈물이 핑 돌아 서로 이불만 끌어당기며 급하게 화제를 돌렸다.

미안해하는 남편에 대한 고마움과 그 시간들을 결국 이겨낸 지금에 대한 감사함에웃음이 다. 나는 오늘도 이렇게 또 한 번의 작은 치유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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