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흘 전이었다.
아침에 집에서 차로 5분 거리의 큰 마트에 가기 위해 집을 나섰다. 날은 추웠지만 찬바람을 조금 쐬고 싶었다. 보통은 아이들과 함께 마트에 오기 때문에 주차할 때 가장 편리한 동선을 택하는데, 그날은 조금 멀더라도 지상에 차를 세웠다.
건물을 통과해 걸어 들어가려는데 붕어빵 트럭이 시야에 들어왔다.
아침에 붕어빵을 사 먹는 일은 없기에 무심코 지나쳤다.
트럭을 지나 열 걸음쯤 더 걸었을까, 순간 발걸음을 멈췄다.
그리고 뒤를 돌아봤다.
얼굴이 낯익었다.
분명 어디선가 본 얼굴이었다.
기억의 회로를 더듬어 보니, 내가 초등학생 쯤이었을 것이다.
20년도 더 전에 동네에서 보았던 붕어빵 아저씨였다.
나는 사람의 얼굴이 한 번 머리에 각인되면 좀처럼 잊지 않는 편이다.
그 사람이 언제, 어디서 만난 누구인지는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한 번 마주친 사람인지 아닌지는 비교적 확신한다.
너무 반가운 나머지, 프로 오지라퍼답게 아저씨에게 다가갔다.
바로 아는 척을 하고 싶었지만 선뜻 용기가 나지 않았다.
어쨌든 붕어빵을 파는 분에게는 손님이 반가울 테니, 붕어빵부터 주문했다.
“아저씨, 붕어빵 한 봉지 주세요!”
그리고 곧바로 물었다.
“아저씨, 20년 전에 저쪽 거목상가 앞에서 붕어빵 파시지 않으셨어요?”
아저씨는 반가운 얼굴로 웃으며 말씀하셨다.
“내가 붕어빵 장사만 40년이여!
거기가 내가 처음 장사 시작한 곳이여.
그땐 천 원에 여섯 마리였는데, 이젠 한 마리에 천 원이여!”
그러곤 아저씨의 이런저런 장사 이야기가 이어졌다.
사실 어렸을 적 붕어빵을 사 먹은 기억은 손에 꼽을 정도다.
하지만 부모님 차를 타고 다니며 붕어빵 아저씨를 자주 보았고,
여름에는 그 아저씨가 수박을 파는 모습을 보며
‘어라? 붕어빵 팔던 아저씨가 수박을 파시네?’
하고 혼자 신기해했던 기억이 문득 떠올랐다.
SNS를 거의 하지도 않지만
내가 사진을 올리면 누군가가 사먹지 않을까 생각하며 양해를 구하고 사진을 찍었다.
“아저씨, 많이 파시고 건강하세요!”
그렇게 인사를 건네고 기분 좋은 발걸음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손에 들린 붕어빵 봉지는 유난히 따뜻했다.
나는 사실 필요하지도 않은 3,000원의 소비를 했다.
저 내 어린 시절의 기억을 확인하고 싶었을 뿐이다.
먹고 싶어서라기보다는 팔아드리고 싶었고,
잠시나마 내 추억 속의 누군가와 연결되었다는 감각이
붕어빵의 온기처럼 따뜻하고 행복하게 느껴졌다.
순간 오만 가지를 신경 쓰며 살아가는 나를 보며
‘성공은 가짓수를 줄이는 데서 온다’,
‘중요한 한 가지에 집중하라’ 등의
수많은 말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너무 많은 일을 하려다 길을 잃고,
결국 적은 일만 급급히 해내며 살아온 것 같은 나였다.
그럼에도 여전히 같은 행동을 반복하고 있는 나를 보며 순간 피식 웃음이 나왔다.
그래, 뭐… 이런 게 나인가 보다. 싶어 잠시나마 즐거웠다.
그래도 그 찰나 누군가와 연결되었다는 기쁨이
나의 하루를 따뜻하게 데워준다.
세 개 중 하나는 예의상 입에 넣고, 나머지 두 개는 장을 보고 운동하러 가는 길에 나눠 먹어야겠다고 생각하며 식지 않게 봉투 입구를 꼭 여미고 걸어간다.
그러면서도 문득 생각이 든다.
아, 이제는 정말
내가 집중해야 할 곳에 집중하는 삶을 살아야겠다고.
그러다 보면, 오히려 더 두루두루 함께 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