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립유치원 교사의 보이지 않는 어려움(2)

나는 가르치는 사람이 맞는가

by 세레니티

공립유치원 교사가 되고 나서 또 하나 놀랐던 건, 행정 업무의 양이었다.

공립유치원 교사의 일은 유아교육 전문가라기보다 '행정공무원'에 더 가까웠다. 수업이 끝난 뒤, 내내 하는 일은 수업 준비가 아니라 행정 업무였다. 화장실 가고 싶은 것도 꾹꾹 참고 각종 기안문과 서류를 처리했다. 수업 연구와 준비는 행정 업무를 모두 끝내야만 겨우 시간을 내서 할 수 있었다.


신규 교사 때 내가 맡았던 업무는 안전, 현장학습, 정보, 급·간식, 보건, 도서, 비품 구입 및 관리, 학년 부장, 그 외 기타 등등.... 병설유치원은 1학급에서 많아야 4~5학급으로 규모가 작고, 교직원과 지원 인력도 매우 적다. 그럼에도 한 학교기관을 온전히 운영해야 하니, 교사 한 명이 떠안는 업무가 상상 이상일 수밖에 없다. 내가 한 해 동안 올린 기안만 검색해 보니, 300건이 넘었다. 단순 보고용부터 각종 계획서가 첨부된 중요한 기안까지 다양했다.


문득 궁금해졌다. 같은 해 신규 발령을 받은 다른 학교급 선생님의 기안 수를 검색해 봤다. 90개였다. "차이가 꽤 크네."하고 놀랐는데, 더 놀라운 건 따로 있었다. 그 90개는 1년이 아니라 3년간 올린 기안 수였다. 숫자로 보니 공립유치원 교사의 행정 업무량은 단순히 많다는 것을 넘어 비교가 안 되는 수준이었다. 나만 그런가 싶어 주변 선생님들에게도 물어보니, 거의 비슷한 양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이런 과중한 업무가 단순히 교사 개인의 고충으로 끝날까? 이렇게 많은 행정 업무에 시달리는 교사가 과연 수업 연구와 준비, 아이들의 생활지도에 온전히 전념할 수 있을까? 그리고 아이들이 받는 교육의 질은? 답은 너무도 명확하다.


하지만, 이 수많은 민원과 행정 업무보다 더 힘든 건, 그 누구도 이 현실을 이해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학교도, 교육청도, 같은 교직원들조차도. 심지어 선생님들이 고생하는 걸 비하하듯 말하는 이들도 있었다.


초등학교 교감 선생님은 병설유치원 원감을 겸임하시며 초등학교와 유치원의 모든 기안을 결재하신다. 어느 날 문서 대장 결재를 받으러 갔을 때, 웃으며 이렇게 말씀하셨다.

"우리도 유치원 선생님들처럼 놀기만 해야 하는데."


한 선생님이 병설유치원 교사들에게 천진하게 물었던 말도 잊히지 않는다.

"유치원 선생님들은 오후에 뭐 하세요? 놀이터에서 애들이랑 노시죠?"


공립유치원 교사의 진심과 열정, 아이들을 향한 사랑은 제대로 평가받거나 보호받지 못한다. 그럼에도 매일 아이들 앞에서 웃고, 배우고, 가르친다. 우리는 오늘도 보이지 않는 물 밑에서 필사적으로 발버둥을 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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