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의 아이디어, 국회를 움직이다

유치원 교사의 유아교육법 개정 분투기

by 세레니티

국회는 여전히 차갑고 딱딱한 공간이다.

뉴스에서 보던 민트색 돔, 긴 복도, 딱딱한 회의실, 그 안으로 평범한 교사가 들어가 현장의 문제를 설명하고 법 개정을 설득한다는 건 생각보다 훨씬 큰 용기가 필요하다. 여러 번 드나들었지만 여전히 어렵고 긴장된다. 교장실에서 몇 분 서서 문서 결재를 기다리는 것도 괜히 긴장되던 나 같은 평범한 교사에게는 더더욱 그렇다.


게다가 유아교육에 관심 갖는 의원실은 많지 않다. 어떤 곳은 이해관계가 다른 단체와 가까워 아예 만나주지 않기도 한다.

교사는 정치적 권리가 제한되어 후원금도 낼 수 없고 지지 표명도 할 수 없다. 정치적으로 득이 안 되는 집단의 설득은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게다가 숫자가 적고 사회적 관심도 낮은 유치원 교사라면 그 어려움은 기하급수적으로 커진다.


그렇다고 멈출 수는 없었다.

잡상인 취급을 받더라도, 문전박대를 당하더라도, 우리는 발로 뛰며 현장의 목소리를 전달했다.

여러 국회의원실에 연락하면 "지금은 바쁘니 이메일로 보내세요."라는 답변을 수십 번 들었고, 어렵게 보낸 메일은 읽지 않음으로 남아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의원실 보좌진과 면담 한 번 잡기 위해 수십 번 다시 연락하고, 메일을 보내고, 또 기다렸다.


그렇게 몇 달 동안 끈질기게 두드린 끝에 2025년 7월, 마침내 유치원에도 민원 대응 시스템을 도입하자는 유아교육법 개정안이 발의되었다.

국회 문 앞에서 느꼈던 수많은 모멸감과 좌절이 보람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이 법이 국회 본회의까지 무사히 통과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법에 조항 하나가 추가된다고 해서 바로 현장이 드라마틱하게 달라지는 것도 아니다. 그 사이엔 또 수많은 논의와 과정이 필요하다. 나는 늘 그래왔듯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 최선을 다할 뿐이다.

만약 이 법이 통과되고 시스템이 법 취지와 현장에 맞게 제대로 자리 잡는다면, 유치원 교사들은 민원을 혼자 끌어안고 버티지 않아도 되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그리고 동시에 상처로 매일 울며 퇴근했던 내 아팠던 날들도 조금은 의미 있는 경험으로 승화할 수 있지 않을까.


교실 너머의 일에 발을 들이면서, 나는 크게 두 가지를 배웠다.

첫째, 가만히 있으면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다.

물이 나오지 않으면 누군가 물을 가져다주기만을 기다리지 말고 우물을 파야 한다. 그래도 물이 나오지 않으면 내 손으로 물길이라도 만들어야 한다.

둘째, 아무도 먼저 우리를 챙겨주지 않는다.

그 누구도 "유치원은 뭐가 힘드세요? 어떤 도움이 필요하세요?"하고 먼저 물어봐주지 않는다. 정책을 만드는 자리에는 반드시 당사자인 유치원 교사가 있어야 한다.


정책 논의 테이블에는 이제 교사 출신 국회의원과 실무자가 조금씩 늘어나고, 교육부, 교육청 회의에도 교사가 참여한다. 그러나 유치원 교사는 그 자리에 없거나 형식적으로 참여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직접 비집고 들어가야 한다. 적극적으로 나서서 참여하고, 논리적으로 설명하고, 꼼꼼하게 준비하고, 반복해서 설득해야 한다. 그리고 이 과정은 한 번으로 끝내서는 안 된다.


수천 번의 '계란으로 바위 치기'를 하더라도, 최소한 여기에 계란이 있다는 것은 알릴 수 있다.

그 흔적이 쌓이면 언젠가는 꿈쩍도 하지 않을 것 같던 바위도 움직인다.


모난 돌이 정을 맞는다고들 하지만,

잘 갈고닦은 모난 돌은 길가의 돌부리가 아니라 결국 빛나는 보석이 된다.

불편함을 발견하고, 문제를 외면하지 않고, 해결책을 찾아 뛰어다니는 내 성향이 공익으로 이어진다면 그보다 값진 일은 없다.


그리고 나는 바란다. 이 길에 함께 하는, 보석 같은 동료들이 더 많이 생기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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