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맘의 비애 - 적응기간
어린이집이 또 문을 닫았다.
입소한 지 겨우 1년도 채 되지 않아서.
절망스러웠다. 아이가 이제 또 다시 친구들과 선생님을 떠나야 한다는 슬픔보다, '적응기간을 어떻게 또 보내지?'가 제일 먼저 떠올랐다. 벌써 세 번째 적응기간이다.
아이를 낳기 전엔, 적응기간이란 단어조차 생소했다. 얼마나 시간을 쏟아야 되는지도.
적응기간이란, 보통 부모가 아이와 함께 어린이집에 동행해 하루에 몇 시간씩 아이를 돌보다 집으로 돌아가는 기간을 말한다.
한 이틀은 1~2시간 기다렸다가 하원이고, 그 이후로 점차 늘려나간다.
경험상 민간 어린이집은 대체로 2주, 국공립은 3주의 적응기간을 요구하곤 한다.
물론 아이들에게 당연히 필요한 시간이다. 아이들이 공간과 새 선생님, 친구들, 그곳의 규칙을 익숙해해야 하기 때문에.
하지만 맞벌이 부부에게는 '청천벽력' 같다. 대한민국에서 3주 동안의 휴가는,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일 것이다(안식월이 있는 직장이 아닌 이상).
그런데 이 적응기간은, 워킹맘이건 아니건 예외가 없다. '무조건' 해야 한다고 했다.
"아, 집에 일찍 데려가면 고생이겠네. 기간은 또 왜 이렇게 길어. 귀찮아."
신입원아 오리엔테이션 때 전업주부 친구처럼 보이는 두 분이 가볍게 투덜대는 걸 들었지만 내 머리는 더 복잡하게 돌아갔다.
'어떻게 이렇게 긴 휴가를 내지?
연차는 몇 개 남았지? 남편은?
엄마나 아빠 연차까지 부탁드려봐야 하나?'
3월은 새 학기가 시작되는 가장 바쁜 시즌이다. 그리고 회사들도 (보통) 바쁘다.
전업주부인 엄마나 아빠가 상주하거나 도와줄 수 있는 직계가족이 있다면 모를까, 맞벌이 가정에겐 정말 난감한 상황인 거다.
과거로 돌아가자.
아이 출생신고 후 출산 병원에서 나는, 가장 인기 있다는 어린이집에 바로 아이를 올렸다.
맘카페에서 검색해보니 적응기간이 있다고 해서, 복직 전 3개월 동안 적당한 어린이집을 찾아 헤맸다. 적응 기간을 감안한 발빠른 움직임(?)이었다.
결국 고심 끝에 선택한 한 가정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기며 2주 넘는 시간을 적응 기간에 쏟았다. 당시엔 일을 하지 않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런데 6개월 만에 그곳이 폐업했다.
잘 적응하는 아이와 아슬아슬하게 업무에 적응하고 있던 나는 크게 흔들렸다.
업무를 하려면, 생활을 하려면, 무조건 어린이집 문제가 해결돼야 했기 때문이다.
바쁜 시간을 쪼개 백방으로 돌아다녔다.
결국 평판이 나쁘지 않다는 국공립 어린이집 부근으로 이사를 진행, 다시 적응기간을 보냈다.
그런데 이번에는 또 다른 변수를 만났다.
아이가 그 공간, 선생님을 유난히 싫어했다. 며칠을 보냈음에도 경기를 일으켰다.
아이가 싫다는데 어쩔 수 없었다.
당황한 나는 급한 대로 근처의 규모가 큰 민간 어린이집으로 옮겨 또 다시 적응기간에 돌입했다.
또 부탁하고, 사과하고, 힘들고 반복.
천만다행으로 이번에는 아이가 잘 적응해주었다.
이렇게 잘 마무리되는 줄 알았던 '적응 지옥'.
그런데, 1년 만에 이 어린이집이 또 폐원한 것이다.
사유는 저출생 영향, 영어 유치원 이탈 등이었다. 한 달 전 통보였다.
머리가 또 하얘졌다. 빠른 시간 안에 어린이집을 또 알아보고,
N번째 적응기간을 또 맞이할 준비에 분주해졌기 때문이다.
머리에는 아무것도 들어오지 않은 채로 연초 두 달이 다 갔다.
얼마 전 나는 또 휴가계를 작성해 제출했다.
사유-어린이집 적응기간. (또)
퐁당퐁당으로 연차를 냈지만,
업무배분과 눈치, 미안함은 당연히 따라오는 것이다.
나는 미안하고, 죄인이지만
나름대로 힘들기까지 하다.
아이는 둘째치고 나도 아직도 '적응'이 되지 않는 적응 기간,
이달 이 기간을 보내고 있는 모든 부모님들의 건투를 빈다.